로뎀심리학습상담센터와 김포소방서가 상담업무제휴를 맺었습니다. 주된 업무는 소방관들의 심리적 건강과 회복을 위해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소방공무원 여러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소방공무원은 현재 지방직 공무원으로 해당 시도의 소속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언론을 통해서 언급이 되고 있고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쓰는 진짜 이유는 지방직 공무원으로서 소방공무원이 겪는 어려움을 논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다만 장갑조차 소방공무원 개인이 구매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엄청난 사명감과 책임의식으로 우리 주변을 늘 지켜보며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Unsung hero.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선수로 뛴 박지성 선수 때문에 알려진 이 말은 ‘이름없는 영웅’이란 뜻을 갖고 있습니다. 화려한 멤버들안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수행한 박지성 선수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 쓰인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소방공무원들도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아끼지 않고 다수의 국민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unsung hero라는 말이 어울릴만한 사람들이 바로 소방공무원들이라 하겠습니다.
올 한해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재난들이 있었습니다. 아마 알려지지 않은 사건과 사고들이 있을 것입니다. 사고로 조난을 당하거나 생명의 위급함을 다투는 위기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안전을 우선하지 않고 제일 먼저 찾아오는 분들이 바로 소방공무원들이었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는 소방공무원들이 사고자의 생명과 안전을 찾아주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여기는 시선도 있을 것입니다. 여전히 희생과 헌신이 소방공무원들에게 주어진 숙명이며 당연한 것이라는 편견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선은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행동 이면에 깔린 소방공무원들의 그림자를 보지 않게 만듭니다. 마치 어떤 적이든 언제 어디서든 나타나 통쾌하게 무찔러주고 멋진 자세로 퇴장하는 영웅으로만 봅니다. 하지만 저는 unsung hero 소방공무원들이 말하지 못하는 개인의 고난과 어려움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몇 개월 전 진도현장에서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헬기가 추락하여 소방공무원들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지인 중에도 소방관이 있는데, 몇 해전 화재 진압을 하다가 화마가 삼킨 동료의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것을 기억합니다. 상담소로 찾아오는 소방공무원들이 한결같이 “출동신호가 언제 울릴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한다.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비번일때도 잠을 잘 못잔다. 언제나 긴장속에서 살다보니 불안하고 우울하다. 최근에 사고로 동료가 사망한 사건이후부터 자신이 없고 일하는 것이 쉽지 않다. 두렵다. 몸도 여기저기 아프다. 건강도 쉽게 회복하지 않는다...”라고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사실 그들은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곳에서 다수를 위해 자신을 준비하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소방공무원들은 사고가 생기면 누구보다 빨리 가야했고,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을 무릅쓰고 도와야 했습니다. 심지어 소방공무원 자신의 상처나 괴로움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위험에 빠진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당연한 와야 한다고 여기는 일부를 위해서도 도와야 했습니다.
여기 주목할 만한 기사가 있습니다. 2014년 9월 15일자 한겨레에서 [‘정신질환’ 상담·치료받는 소방관 1년새 5배 증가]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본문 하단 기사 링크). 사고와 주검을 볼 수밖에 없는 많은 소방공무원들에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그리고 2008년 소방방재청에서 발간된 [소방공무원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실태 분석 연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신문기사와 연구보고서를 보면 우리가 위험할 때 찾아와 도와주던 영웅들이 어느새 정신적으로 병들고 있으며 그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완벽해야 했던 영웅들이 그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옆집 아저씨이고 아는 형이라는 것을 받아들어야 할 때가 되었으며, 소방공무원들의 심신 회복을 위해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도움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서 소방공무원에 대한 시선이 바뀌고 있습니다. 소방공무원들이 건강해야 좀 더 양질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동시에 소방공무원을 위한 복지와 건강 회복 프로그램들이 제도화되고 체계적으로 만들어 제공해줘야 한다는 사회적 동의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한 사실이 이제서야 인식되고 실행되는 것은 다소 아쉽긴 해도, 사회 전반적으로 이러한 인식과 행동의 변화는 참으로 환영할 만합니다.
앞으로 이러한 변화는 더욱 더 강화될 것이고, 좀 더 좋은 제도와 체계를 만들어 가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더욱 건강한 소방공무원이 배출될 것이고, 심신이 지치고 상처입은 그래서 회복이 필요한 소방공무원에게는 전문프로그램이 제공되어 다시 준비된 영웅으로 건강하게 복귀하게 해 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로뎀심리학습상담센터는 전문가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김포소방서와 상담업무 협약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미력하나마 우리의 능력을 소방공무원들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항상 좋은 인력과 상담으로 소방공무원들을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겨레 신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