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디어】 김성환 기자 = BMW X6가 새로 나왔다. 여전히 멋지고, 여전히 잘 달리며, 여전히 편하지만, 여전히 비싸기도 하다. 헤드램프와 그릴이 연결된, 일명 '앞트임' 디자인으로 부쩍 '와이드'해 졌고, 존재감 넘치는 측면엔 날카로운 주름이 두 개 들어갔다. 실내 공간은 약간 여유로워졌고, 수납공간도 넉넉해졌다. 개선된 엔진은 기존보다 힘도 좋고 연비도 좋다. 모든 분야에서 바짝 기세를 올린 신형 X6는 이전보다 사고 싶은 차가 됐다. 하지만 아무나 들여놓을 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 가장 저렴한 모델이 1억원(에서 10만원 빠지는 9,990만 원)이다.
겉모습 신형 X6는 과감한 변신보다 섬세한 변화를 택했다. 세심하게 다듬어 완성도를 높인 것이다. 때문에 완전변경 모델이지만 눈에 띄게 바뀐 부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앞트임 헤드램프’는 한 눈에 들어온다. BMW SUV의 새로운 ‘패밀리 룩’이다. X3와 X4는 물론 X5까지 신형 X6와 헤드램프 디자인이 유사하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가 서로 붙어 앞모습이 넓어 보이는 효과도 있다. 범퍼도 모양을 바꿨다. 깊은 굴곡의 X자 모양을 한 앞범퍼는 SUV의 강인함을 드러낸다. 범퍼 안에 있던 안개등은 헤드램프 바로 아래로 자리를 옮겼다.
옆모습은 더 화려해졌다. 앞쪽 휠 아치에서 시작된 날카로운 선은 뒷문 손잡이까지 팽팽하게 이어진다. 뒷문 손잡이 아래는 또 다른 선이 치켜 뻗었다. 하지만, 날카로운 선들은 차체 위쪽의 이야기다. 그 아래를 채운 면들은 풍만하게 부풀었다. 신형 X6는 긴장감 넘치는 유럽식 디자인과 볼륨감 넘치는 미국식 디자인이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사실, X6 1?2세대 모델은 미국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배운 벨기에인 디자이너 피에르 르클레르(Pierre Leclercq)가 디자인했다. 기나긴 BMW 캘리포니아 디자인 센터(BMW Design Works USA) 생활을 마치고 독일 본사로 돌아가 디자인한 첫 모델이다. 아울러, 유럽의 BMW가 만든 X6는 미국의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다.
앞 바퀴 뒤쪽에 뚫린 길쭉한 구멍은 다른 디자이너의 흔적이다. 바로 한국인 디자이너 강원규 씨다. ‘에어 브리더(Air Breather)’로 불리는 이 구멍은 강원규 씨가 4시리즈를 디자인하며 처음 만들어 넣었다. 신형 X6에 들어간 에어브리더는 둥글고 길쭉한 모습에 크롬을 입혀 기능성은 물론 멋까지 살렸다.
뒷모습은 변화의 폭이 가장 적다. 새롭게 디자인한 ‘ㄴ’자 모양 리어램프가 그나마 눈에 띈다. 면발광 LED인 제동등을 비롯해 방향지시등, 후진등까지 모두 LED로 채웠다. 뒷 범퍼는 반사판 위치를 옮기고 가로선이 늘어나는 등 소소한 변화만 거쳤다.
속모습 실내는 여유롭다. 차가 높아서 그런지 더 넓어 보인다. 신형 X6는 실제 3.2cm 길어지고, 1.2cm 높아지기도 했다. 커진 덩치만큼 실내도 넉넉해졌다. 센터페시아는 신형 X5와 비슷하지만 기존 X6와 비교하면 많이 변했다. 대시보드는 가죽과 나무, 번쩍이는 검정색 패널을 겹겹이 쌓아 수평으로 길게 늘렸다. 깊숙이 들어가 있던 화면은 이제 센터페시아 꼭대기에서 불쑥 올라온다. 크기도 10.25인치로 커졌다. 송풍구 사이, 비상등 버튼 밑에 있던 문 잠금 버튼은 문 손잡이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용하기 한결 편리해 졌다. 이 외에 공조장치와 오디오 조작 버튼, 변속기 레버는 다른 BMW에서 보던 것들과 비슷하다.
변속기 옆에는 운전 모드를 바꾸는 버튼과 전, 후방 경고 시스템, 자동차 주변을 360도 영상으로 보여주는 서라운드뷰 시스템, 내리막 경사로 속도 설정 버튼 등 BMW의 최신 기술을 제어하는 버튼이 한데 모여 있다. i드라이브는 응답성이 빠르고 좋아졌다. 또한, 커넥티드 드라이브를 기본으로 넣어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커넥티드 드라이브’는 i드라이브 조작만으로 전화 예약, 긴급출동 서비스, BMW 앱(Apps)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시트는 큰 차에 맞게 크고 넓다. 체구가 작은 사람들이 앉으면 양 옆으로 남을 정도다. 앞좌석은 전동시트를 기본으로 메모리 기능과 요추 받침 기능까지 꼼꼼히 챙겼다. 뒷좌석은 열선 기능만 제공된다. 오디오는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이다. 소리는 무난한 수준이다. 성능이 향상된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은 M50d 모델에만 들어간다.
달리는 느낌 X6는 에코 프로(ECO PRO)와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모드 등 총 4가지 종류의 운전모드를 지원한다. 에코 프로나 컴포트 등 일반 주행에서 X6는 서두르거나 조급해 하지 않는다. 여유롭고 차분하게 속도를 끌어 올린다. 엔진 회전 수를 최소화하며 연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때문에 가속 페달을 밟아도 깊게 숨을 고르고 앞으로 나간다. 답답할 정도는 아니다. 마치 편안하고 쾌적한 운전을 돕는 배려 같다.
시속 100km 이상 속도를 올려도 낮은 RPM은 꾸준히 유지된다. 연료 효율이 전 세대 X6보다 좋아졌다. 공인연비도 복합기준 0.7km/l 오른 12.3km/l다. 커다란 덩치와 육중한 무게를 생각하면 12.3 이라는 숫자도 꽤 만족스럽다. 고속 안전성도 좋다.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소리는 조금 거슬리지만, 차분히 바닥을 누르며 달리는 느낌은 꽤 믿음직스럽다. 커다란 풍채와 폭 넓은 타이어, X드라이브 시스템이 고속에서 톡톡히 제 역할을 한다.
놓치면 안 되는 특징 차분한 X6지만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선택하고 다리에 힘을 주면 ‘상남자’로 변한다. 육중한 몸을 이끌고 빠르게 달려나간다. 시승한 차는 X6 X드라이브 30d 모델로 3리터 디젤엔진이 들어가 있다.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57.1kg.m짜리다. 전보다 출력은 13마력 올랐고, 토크는 2.1kg.m 세졌다. 숫자만으로도 뿌듯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시간은 6.7초에 불과하다. <카미디어>가 테스트 한 결과도 7초에 조금 못 미쳤다. 2톤이 넘는 무게를 감안하면 꽤 좋은 수준이다. 실용구간에서 터져 나오는 최대토크와 8단 자동변속기의 발 빠른 변속은 차를 순식간에 고속으로 몰아 붙인다.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 모드의 진가가 마구 느껴진다.
약간의 긴장과 속도를 즐기며 거구를 움직여 나가면 박진감이 넘친다. 가벼운 소형 해치백이나 경량 스포츠카의 짜릿함과는 다르다. 높은 시야로 무게감을 누르고 달리니 속도감이 저릿하게 느껴진다. 순한 양 같았던 X6가 터프가이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기억해야 할 숫자들 국내 출시하는 X6는 X드라이브 30d와 X드라이브 40d, M 퍼포먼스 모델인 M50d까지 총 3종으로 모두 같은 3리터 디젤엔진을 쓴다. 터보의 개수를 달리해 출력과 토크에 차이를 뒀을 뿐이다. 터보차저가 한 개 들어간 30d는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57.1kg.m를 낸다. 다단 터보차저를 사용한 40d는 최고 313마력, 최대 64.2kg.m를 발휘하고, 3개의 터보차저를 넣은 M50d는 최고 381마력, 최대 75.4kg.m를 내뿜는다.
가격은 가장 저렴한 X드라이브 30d 모델이 1억에서 10만원 빠진 9천 990만 원이다. 또한, X드라이브 40d는 1억 1,690만 원, 고성능 M 50d 모델은 1억 4,300만 원이다. 모두 부가세 포함 가격으로 X드라이브 40d와 M 50d는 올해 순차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 BMW 신형 X6 X드라이브 30d 급가속 영상
>>>각각의 설명이 붙은 86장의 사진으로 엮은 BMW 신형 X6 X드라이브 30d 시승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