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이모님들이 함평 해수 찜질방을 다녀오셨다. 침대에서 일어나려면 세 번이나 짚고 3단계 동작을 한 후에라야 겨우 땅바닥에서 몸을 뺄 수 있다는 분선이모님. 그 이모님이 함평 해수찜질을 하고 나니까 바로 한 번만에 방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고.
해수찜질방이 그렇게 좋다고 노래를 부르신다. 그래서 기간제교사를 가기 이틀 전인 금요일에 가고파이모님들을 모시고 다시 함평으로 가을여행을 가기로 했다.
남편이 인터넷으로 거리를 계산 하더니 함평은 가고 오는데 6시간이나 걸린다며 이모님들이 그 거리를 당일 여행으로 가기에는 무리일 것 같다고 다른 의견을 냈다. 남해의 해수유자랜드를 검색 해보니 괜찮다며 그곳으로 모시고 가자고 했다.
왕복 4시간 정도 거리라면 이모님들께도 무리가 아닐거라며 계획을 수정했다.
가고파이모님들의 가을 여행 계획을 지은이에게 말하니 11인승 카니발 렌트카 한 대를 그냥 내어 주겠다고.
운전은 남편이 하고 이모님들의 도우미는 언니랑 내가 하기로 했다. 언니는 목욕 봉사 활동도 많이 했기 때문에 이모님들을 모시고 갈 때는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있어 나 보다는 노인에 대해서 훨씬 몇 수위 일 것 같다.
아침 7시에 가고파에서 만나기로 한 이모님들이 전화가 발발이 온다. 공원에 다 모여 있으니 빨리 오지 않고 뭐 하냐고. 7시가 아직 안 됐다고 해도 전화를 끊어 버린다. 부랴부랴 차를 가지러 렌트카로 갔더니 지은이가 이모님들 타신다고 반짝반짝 세차를 해 놓고 있었다. 티끌 하나 없는 검정 렌트카. 고맙다.
며칠 전에는 지은이가 가고파이모님들께 꽃다발을 한아름씩 안겨주어 감동을 주더니.
할머니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 본 꽃다발이라며 좋아 하셨다.
이틀 뒤면 생일인 줄 어떻게 알고 자기 꽃다발을 가장 예쁜걸로 줬다는 인연이 이모. 꿈보다 해몽이 좋으시다.
누가 쭈구리방탱이 할매들에게 이렇게나 예쁜 꽃다발을 안겨주겠냐며 꽃다발을 누가 뺏어 가기라도 하는 듯이 가슴에 안고 안 놓으신다.
사진을 찍어 주기를 바라시는 눈치다. 나는 무조건 카메라 셔트를 눌러 댔다.
이모님들은 그 꽃다발을 안고 어쩔줄 몰라 하신다. 이모님들이 꽃을 그렇게나 좋아하는 줄 처음 알았다.
무슨 향기가 이리 좋냐며 야단이 났다. 그렇게 마음씀이 고운 지은이가 또 렌트카까지 협찬을 한다. 못 산다.
이모님들은 차를 탈 때도 아주 시간이 오래 걸린다. 승용차와는 달리 조금 높은 승합차는 이모님들이 오르시기에 몇 단계의 동작을 요구 한다. 다리를 발발 떨며 오르신다. 자리에 앉으시는데도, 안전벨트를 매는데도 시간은 자꾸 자꾸 간다.
이모님들은 출발할 때부터 감탄사를 쏟아 놓으신다. 산모퉁이를 돌 때마다, 강이나 다리를 건널 때 마다
"옴마야, 저 단풍 좀 봐라. 불이 붙었다. 아이고 예뺘라. 저렇게 예삐고 고운 단풍을 내년에도 볼 수 있으려나? 몇 년이나 볼 수 있으려나?"
그런 말들 들으면 마음이 싸 한다.
이모님들이 그 예쁜 언어로 쏟아내는 가을 서사시는 꽃노래보다 듣기 좋다.
7시에 나선 길이어서 배가 고프신지 어디든지 차를 세워 점심을 먹자고 하신다. 점심을 드실 장소가 마땅치 않아 차를 타고 제법 갔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남해 옥수수 찐빵 집이 나타나서 얼른 새참으로 찐빵을 사 드렸다. 갓 쪄낸 뜨끈뜨끈한 진빵을 너무 좋아하신다.
점심을 드시게 공원 원두막에 자리를 폈다. 훅 - 한기가 느껴지시는지 가고파이모님께서 얼른 차에 타신다.
남해해수유자랜드에 전화를 해서 사정을 말씀드렸다. 사장님께서 게스트하우스는 이층침대로 되어있고 객실 손님이 있어서 내어줄 수 없지만 점심을 드실만한 벤치를 내어 드릴테니 햇살 아래서 드시면 되겠다고 안내해 주셨다.
햇살 아래 가을 만찬이 벌어졌다.
검정콩을 넣고 찰밥을 쪄 오신 이모님, 식혜를 만들어 오신 이모님. 생선을 쪄 오신 판임이모님. 생선 뿐이랴. 김치도 종류가 많다. 무김치, 무 생채, 물김치, 배추김치. 파래무침도 한 통이다. 새우살, 조개살, 홍합까지 다져 넣은 미역국도 끓여 오셔 놓고서 꽃게장까지 찌져 오셨다.
내가 못 산다. 밥 먹으러 소풍 온 것 같다. 정말이지 밥 먹으러 소풍 온게 맞다. 이모님들을 점심을 드시자마자고 얼른 목욕탕으로 내쫓았다. 뒷정리는 언니랑 내가 알아서 할거니까 따뜻한 물에 얼른 몸을 담그시라고.
언니랑 내가 목욕탕에 들어가니 각자 돌아 앉아서 목욕을 하신다. 따뜻한 물에 마음까지 녹았는지 얼굴이 볼그레래. 이쁘다.
목욕을 하고 양지바른 곳에 앉아 가을햇살을 즐기고 있다가 남해 일주를 시작했다.
차를 타고 얼마쯤 가니 어떤 영감님이 지나 가신다. 내가 판임이모께
"이모님 저보고 영감 한 명 구해 오라 했잖아요. 저 영감님 담아 실을까요?"
라고 물었다.
이모님께서 실쩍 한 번 보시더니
"아이고 박선생아, 보몬 모리것나. 쇠수세미로 빡빡 씻어도 안 되겠다. 치아라."
라고 하신다.
얼마쯤 더 가니 말쑥하게 차려 입은 영감님이 배낭을 메고 은행을 들어가시려고 한다.
투 톤의검정 아웃도어를 입으신 할아버지. 검은색 배낭까지 메셨다. 돈푼 꽤나 있어 보인다.
"판임이모님, 저 할아버지는 돈도 많을 것 같아요. 저 보세요. 배낭에 돈이 가득 들어 있나 봐요. 은행에 저금 하시러 가시나 봐요."
"박선생아, 치아라. 짊어진 게 자기 살림살이 전분줄 딱 보몬 모르것나."
판임이모는 영감 하나 구해 오라더니 맨날 딴소리시다.
남해 한 바퀴 가고파이모님들의 가을여행길, 감탄사가 단풍보다 알록달록 곱다.
오는 길에 고성 철뚝에서 왕새우구이도 드시게 했다. 목욕비는 언니가, 식사는 내가 내기로 했는데 이모님들이 한사코 안 된다고 하신다.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 한다면서.
기어코 돈을 주신다. 안 받으니까 던져 버린다.
"그럼 이모님들, 제가 이 돈을 종자 돈 삼아 내년 4월에는 이모님들 모시고 제주도 꽃구경갈게요. 안내양은 제가, 운전기사는 당연히 윤서방이, 언니는 도우미 할게요."
이모님들은 여행돈 같은 건 문제도 없다고 하신다. 한 달에 25만원씩 받는 노령연금이면 여행비 둘러 쓰고도 남는다시며.
꽃 피는 4월이 오면 가고파 이모님들 모시고 제주여행 갈거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달달한 꽃바람 향기를 맡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