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가요사에 자행된 자의적 판단의 금지곡 역사

[포청천]

대한민국 가요사에 자행된 자의적 판단의 금지곡 선정

우리 한국가요사에는 유난히도 금지곡이 많았던 것 같다. 일제 강점기 애국가를 필두로 유신시대 트롯트 일색이었던 가요계에 새롭게 등장한 록과 포크장르 등의 억압으로 인하여 가요계의 풍성한 발전을 저해한 측면이 많았다. 생각해보면 당시 신중현의 음악과 통기타 음악에는 명곡이 많았다.

어떠한 금지곡이 있었는지? 어떠한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는지? 당시의 사회상은 어떠했는지? 등을 알아보고 해당곡들을 감상하며, 나름의 추억이 흐르는 시간이 될 것 같아 각 자료를 한자리에 모아봤다.

근·현대 한국사에서 금지곡으로 낙인찍힌 노래들의 성향을 당시 정치권력과 사회이념적 측면에서 분석한 책. 일제강점기때부터 시작된 통제의 역사를 관보, 일간지와 당시 정기간행물 등 1차 자료와 단행본·논문등 방대한 자료를 참고해 찬찬히 짚어나갔다. 크게 근대·현대의 두 시기로 나눠 구성돼 있다.

문 교수는 "일제시대 애국가와 독립가에서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에 이르는 금지곡의 역사를 살피는 한편 시대권력에 의해 탄압받게된 음악의 사회적 역할을 규명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금지곡을 보면 시대상이 보입니다.” 

1970년대 유행했던 노래 ‘미인(신중현)’ ‘그건 너(이장희)’ ‘아침이슬(양희은)’ 등. 이들은 모두 가사가 퇴폐적이라거나 허무감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금지됐던 노래다.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이들 금지곡을 최근 정치사회학적 입장에서 바라본 본격 연구서가 나왔다. 

음악평론가로 활동하는 문옥배(42·사진) 대전신학대 음악원 교수가 펴낸 ‘한국 금지곡의 사회사’(예솔). 이 책은 일제시대 독립투쟁가에서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금지곡의 개념과 그 이면에 투영된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준다. 

문 교수는 이 책에서 금지곡이 사회와 개인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고 말한다. 대중이 부르는 노래 중 지배체제에 위배되거나 그 가치기준을 깨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심의’나 ‘검열’이란 장치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금지곡은 정권 유지라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양산됐어요. 그런 의도를 감추려고 가사가 왜색이라거나 창법이 저속하다는 이유를 갖다 붙였죠.” 

그러다 보니 시대에 따라 금지곡의 양상도 달라졌다. 5·16 직후에는 부패 청산과 새 시대 건설이란 정책 아래 대다수 대중가요에, 유신 이후에는 민주화나 사회 비판적 노래에 금지곡 딱지가 붙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1970년대 많은 금지곡이 가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듣는 이의 반응을 염두에 두고 나왔다는 것. 대표적으로 송창식의 ‘왜 불러’는 사회저항 가요가 전혀 아님에도 경찰의 장발 단속에 저항하고 정부 정책에 반발할 우려가 있다고 금지됐다. 전역한 군인의 순수한 나라사랑의 마음을 담은 김민기의 ‘늙은 군인의 노래’는 현역 군인들의 사기 저하를 빌미로 방송금지됐다. 

또 정태춘의 노래 중에는 ‘시영아파트 하수구에서 왕모기나 잡으며’란 가사가 ‘서울 변두리 들판에서 잠자리를 쫓는’ 식으로 순화된 후에야 불리는 경우도 있었다. 

“작사자 월북, 왜색, 창법 저속, 불건전, 사회 불신감 조장 등 사유도 가지가지였지만 목적은 역시 정권비판 차단이었죠.” 

어릴 때부터 한국음악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금지곡 문제를 꼭 정리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을 내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서양음악에 비해 자료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 그는 1년 동안 정부기관, 음악단체 등을 직접 돌아다니며 각종 자료를 수집했다. 그렇게 모은 자료가 사과박스 몇십 개 분량이 됐다. 이런 노력 덕분에 금지곡에 얽힌 우리나라의 자화상을 엿볼 수 있게 됐다. 

그는 “금지곡이 없는 사회가 바로 열린 사회”라며 “이번 작업이 완전한 열린 사회로 가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대를 대표하는 금지앨범, 금지곡

요약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금지곡과 금지음반의 지정은 오래전 일이나, 지금도 흥미로운 주제이다. 일제시대부터 시작된 공연 및 음반에 대한 규제는 1960년대 이후 예술윤리위원회(이후 공연윤리위원회로 변경)와 방송윤리위원회라는 규제기구를 통해 본격화되었다. 시대를 대표하는 금지곡들을 살펴본다.

목차

1.    1. 규제기구 설립 이전 대표적 금지곡 및 금지 음반

2.    1) 일제시대 <레코드 취체규칙>을 통한 규제

3.    2) 해방 후 일본 음반에 대한 규제

4.    2. 규제기구 설립 후 대표적 금지곡

5.    1) 작사자 월북

6.    2) 왜색 및 표절

7.    3) 광고음악의 규제

8.    4) 제목 불량

9.    5) 내레이션 내용 저속

10. 6) 최다 금지곡 지정 신중현

11. 7) 금지음반의 주인공 김민기 <김민기> / 불법음반의 효시 <공장의 불빛>

12. 8) 민간협회의 금지곡 지정 및 요청

13. 9) 이외 사유가 불분명했던 금지곡

14. 3. 1980년대의 금지곡 지정과 해제

15. 1) 금지곡 지정

16. 2) 금지곡 해제

17. 4. 사전심의제의 폐지 이후 청소년보호 중심

18. 5. 사전심의제 폐지를 촉발한 앨범, 정태춘 <92년 장마, 종로에서>

19. 6. 아직 존속하는 사전검열 제도

1. 규제기구 설립 이전 대표적 금지곡 및 금지 음반

1) 일제시대 <레코드 취체규칙>을 통한 규제

1930년대 음반산업이 커지면서 다양한 회사의 설립과 음반이 제작되었다. 조선총독부는 치안법보다 적극적 검열을 위해 <레코드 취체규칙(取締規則)>을 공포하였다. ‘치안방해’, ‘풍속괴란’을 이유로 여러 음반들이 금지되었다. 1933년 <아리랑>을 시작으로 <황성옛터>, <목포의 눈물>, <눈물젖은 두만강>, <꿈꾸는 백마강>등이 ‘치안방해’의 이유로 금지되었다.

                                                아리랑 / 세동무 앨범 앞면, 이경호 소장

                                                   목포의눈물 / 봄아가씨 앨범 앞면

2) 해방 후 일본 음반에 대한 규제

해방 후 규제를 위한 법적 근거가 없는 가운데, 경찰에서는 일본 음반을 규제하였다. 1950년부터 경찰국장 김태선이 당시 명동 거리의 다방 등에서 일본 음반 사용을 경고하였다. 이후 1960년 4.19 이후 시내 다방을 비롯한 캬바레 등 대중요식업소에서 일본 음반이 유행하자 경찰국이 계몽운동에 나섰고, 1961년 이후 경찰관들을 동원하여 다방에서의 일본 가요 레코드를 단속하였다.

2. 규제기구 설립 후 대표적 금지곡

대중음악의 통제는 방송윤리위원회가 1965년 조명암의 <기로의 황혼>을, 예술윤리위원회가 1968년 서영춘이 부른 <가갈갈골골>을 각각 제1호 금지곡으로 지정하면서 본격화되었다. 특히 1975년 예술윤리위원회는 ‘공연활동의 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222곡을 금지곡으로 지정하였다.

1) 작사자 월북

<코스모스 탄식> <다방의 푸른 꿈> 1965년 3월 방송금지, 1975년 6월 공연금지
전쟁 후 분단된 역사적 특이성으로 인해 정부는 월북 작가의 작품 유통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월북 작사자 조명암과 박영호의 노래는 1930~40년대 유성기로 발매되었다가 수십 년이 지나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

1965년 3월 1일 조명암 작사의 <기로의 황혼>과 <코스모스 탄식>이 방송금지곡 제 1, 2호로 지정되었다. 한편 심의통과를 위해 조명암 작사 <코스모스 탄식>은 작사자를 불로초, 추미림, 박남포 등으로 바꾸면서 원저작자를 구분하기 힘들게 되었다. 월북 작사자의 노래는 1965년 방송윤리위원회에서 79곡, 1975년 예술윤리위원회에서 77곡을 금지곡으로 지정하였다. 이들 노래 중 김형원 작사, 안기영 작곡의 <그리운 강남>은 월북 작사자 박영호의 작품으로 잘못 알려져 금지곡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THIS IS MY LIFE 앨범 앞면

2) 왜색 및 표절

금지곡 중 비율이 가장 높았던 ‘왜색’과 ‘표절’은 혼용되어 사용되었다. 1968년 1월부터 7월까지 38곡의 금지곡이 지정되었는데, 일본가요 표절이 17곡, 왜색풍이 11곡으로 총 28곡이 일본노래와 관련되었다. 당시 트로트는 일본의 ‘엔카’와 음악적 분위기가 유사했지만 곡에 따라서 정확한 기준 없이 ‘왜색’이라는 이유로 방송 금지되는 일이 많았다. 그 대표적인 노래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이다.

이미자 <동백아가씨> 1965년 방송윤리위원회 금지 / 1968년 예술윤리위원회 금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는 1964년 발매 후 1965년 방송금지, 1968년 공연 및 음반제작이 금지되었다가 1987년 해금되었다. 금지의 배경에 1965년 일본과의 외교 문제 및 왜색 척결을 내세웠던 사회 분위기상 금지곡으로 지정했다는 설이 있다.

                                                       동백 아가씨 앨범 앞면

이미자 <섬마을 선생님> 1968년 12월 5일 방송윤리위원회 금지 / 1969년 7월 19일 예술윤리위원회 금지

<섬마을 선생님>은 일본곡 <타와라보시겐바(俵星玄蕃)>를 표절했다는 이유로 금지곡 지정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 연주에서는 <섬마을 선생님>이 원곡보다 두 배 이상 느리고 앞의 두 마디 이외 유사한 부분이 없어 표절로 보기는 어렵다.

이 곡은 1989년 9월에 일본 노래보다 먼저 작곡된 사실이 받아들여지면서 해금되었다. 그러나 <섬마을 선생님>은 1967년 음반으로 발매되기 전 1966년 KBS라디오 드라마 주제곡으로 사용되었고, 일본곡 <타와라보시겐바(俵星玄蕃)>는 1964년 4월에 발매되었기에 사실 관계에 대한 재확인이 요구된다.

이들 노래들이 금지곡으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은 1972년 12월 <박춘석 작곡집>, 1974년 <이미자 골든히트 1집> 등에 수록되었고, <동백아가씨>는 1972년 지구레코드 <백영호 작곡집>에도 수록되었다. 1976년 공연윤리위원회가 설립되기 이전까지 예술윤리위원회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삼백리 한려수도 / 섬에 피는꽃 앨범 앞면

조용필 <일하지 않으면 사랑도 않을래> 1975년 10월 26일 방송윤리위원회 금지

1972년에 발매된 조용필 제1집에 있는 <일하지 않으면 사랑도 않을래>가 방송윤리위원회로부터 표절로 금지곡 지정되었다. 이태리 노래를 번안한 이 곡은 1987년에도 해금되지 못하였다. 당시 조용필의 인지도가 낮아 현재까지도 이 노래는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조용필 스테레오 힛트앨범 제1집 앨범 앞면

3) 광고음악의 규제

1965년 이후 지정된 방송금지곡 중에는 5곡의 광고음악이 포함되어 있었다. <천양포도주> 광고 음악은 ‘왜색’, 미풍산업의 <백번>과 <까스명수> 광고 음악은 ‘일본곡 표절’로 금지곡이 되면서 광고에 제약을 받았다.

4) 제목 불량

트위스트김 <폭발 1초전>, 1967년 11월 27일 방송윤리위원회 금지 / 1968년 2월 예술윤리위원회 금지

금지곡이라 할지라도 가사가 생략되면 심의에서 별 무리 없이 통과되었으나 제목이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 트위스트 김이 불렀던 <폭발 1초전>(정민섭 작곡)은 가사, 곡, 창법 저속의 사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되자 가사가 없는 경음악으로 심의를 받았는데, 곡 제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어 악보가 반려되기도 하였다.

                                       음악영화 주제가 총수록반 / 폭발 1초전 앨범 앞면

5) 내레이션 내용 저속

영화 「별들의 고향」 삽입곡 <나는 열아홉 살이에요>

1987년 공연과 방송금지 모두 해제된 노래 중 영화 「별들의 고향」에서 윤시내의 <나는 열아홉 살이에요>가 있다. 이 노래는 가사 저속과 퇴폐의 사유로 금지되었는데, 노래 중간에 나오는 남녀 배우의 대사가 문제가 되었다. 한국대중가요 금지곡 중 노래 가사가 아닌 내레이션 내용 때문에 금지된 것은 이 노래가 유일하다.

                                                       별들의 고향 앨범 앞면

6) 최다 금지곡 지정 신중현

월북 작사자 이외 가장 많은 금지곡을 지정받은 이가 신중현으로 22곡이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예술윤리위원회 18곡, 방송윤리위원회 22곡). < 미인> <거짓말이야> 등의 금지 사유 대부분은 ‘가사퇴폐 및 저속’, ‘창법 저속’ 등 애매모호한 것들이었다. 방송 금지곡 22곡 중 <두 남편>, <세상에 만약 여자가 없다면>, <어떻게 해> 등 3곡은 해금되지 못했다.

                                    저여인 / 생각해 / 그 누가 있었나봐 / 나는 몰라 앨범 앞면

                                                   산아강아 / 뭉치자 앨범 앞면

7) 금지음반의 주인공 김민기 <김민기> / 불법음반의 효시 <공장의 불빛>

1971년 발매된 음반 <김민기>는 수록된 「꽃피우는 아이」를 서울대학교 문리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가르쳤다는 이유로 압수조치 당하였다. 한편 1978년 테이프로 발매한 「공장의 불빛」은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불법음반이었다. 김민기는 과거 심의 통과를 위해 월북 작사자들의 작품에 예명을 사용했듯이 1979년 출시된 양희은의 음반에 수록된 <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 <늙은 군인의 노래>, <고무줄 놀이> 등의 노래에 ‘김아영’이라는 작곡자로 등록한 후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친구 / 아하누가그렇게… / 바람과 나 / 저부는 바람 / 꽃피우는 아이 / 길 / 아침이슬 / 그날 / 종이연 / 눈길(경음악) 앨범 앞면

                                       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 / 천릿길 앨범 앞면

8) 민간협회의 금지곡 지정 및 요청

김민기 작곡 <아침이슬> / 송창식 작곡 <고래사냥> <왜불러> <불꽃>

민간기관인 연예협회에서 자발적으로 금지곡을 지정한 경우도 있었다. 연예협회의 금지곡 지정은 1975년 공연활동의 정화 운동으로 예술윤리위원회에서 222곡을 금지곡을 선정한 이후 별도로 진행되었다.

연예협회는 송창식의 <왜불러> 등 4곡에 대해서만 금지곡을 요청하여 예술윤리위원회와 방송윤리위원회가 금지곡으로 지정하도록 만들었다. 한편 연예협회는 1978년 이수만이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공연무대에서 부르는 것에 징계를 검토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1977~1978년 사이 김민기의 작품을 가명으로 출시해야했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으며, 정부의 보조를 받고 있었던 연예협회가 정부 정책에 동참하려 했던 노력으로 판단된다.

                                           GOLDEN BEST ALBUM(Vol. 1) 앨범 앞면

                                      Golden Folk Album Vol.12 (여고졸업반) 앨범 앞면

9) 이외 사유가 불분명했던 금지곡

조미미의 <댄서의 순정>, 이미자의 <기러기 아빠>, 이장희의 <한잔의 추억>, <그건 너>, 이승연의 <일요일 손님들> 등도 금지 사유가 애매했던 노래들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음반협회가 이들 음반이 수록된 음반에 대해 수거통지를 냈음에도 오히려 판매 수요가 늘어났다. 이에 중간상인들의 가수요 현상이 일어났고, 판매와 유통의 금지가 음악수용자들에게 더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김민기의 초기 음반이 당시 2~3만원(판매가의 20~30배)에 거래되기도 하였다.

                                                          그건 너 앨범 앞면

3. 1980년대의 금지곡 지정과 해제

공연윤리위원회는 사전심의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1983년 수백 곡의 금지곡을 지정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 이전의 내역과 중복되었고 새롭게 지정된 금지곡은 5곡¹⁾에 불과했다. 금지곡의 감소는 사전검열이 강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방송금지곡 중 1987년에 해금되지 못한 29곡은 주로 표절과 관련되었다. 그 예로 김수철, 이선희, 조용필의 노래가 포함되었다(조용필의 <타인>은 개작만 해금되었다).

공연윤리위원회의 금지곡 중 바니걸스가 불렀던 박영호 작사의 <막간아가씨>가 포함되었는데, 이 노래는 1975년 이후 ‘작사자 월북’의 사유로 금지된 유일한 노래이다. 한때 정광태가 불렀던 <독도는 우리 땅>이 1984년 일정기간 방송편성에서 제외되면서 금지곡으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방송심의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금지곡 지정을 한 적은 없었다.

1) 금지곡 지정

<가사 표절>
김수철 <나도야 간다> 1985.1.28 방송금지

                                                     작은거인 김수철2 앨범 앞면

<선율 표절>

이선희 <갈바람> 1986.3.31 방송금지 : 김연자 <사랑의 미로>(1983년) 선율을 표절한 사유로 금지

                                                       이선희 VOL.2 앨범 앞면

                                                        김연자 제2집 앨범 앞면

조용필 <타인> 1987.8.3 방송금지 : 현철 작곡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1982년)의 선율을 표절한 사유로 금지

                                                         조용필 9집 앨범 앞면

                                          앉으나 서나 당신생각 / 마음은 하나 앨범 앞면

                                                             <작사자 월북>

박영호 작사 <막간아가씨> 1980년 4월 21일 공연윤리위원회 금지

                                               그리운 노래모음 제1집 앨범 앞면

1980년대 공연윤리위원회가 지정한 곡목 전체

1980년대 공연윤리위원회가 지정한 곡목 전체
곡목	작사	작곡	지정일	사유
막간아가씨	박영호	이재호	1980.4.21	작사자 월북
사랑의 오두막집	길목	정진성	1980.5.6	<사랑>표절
이정표	월견초	나화랑	1980.3.27	왜색
장타령(거지타령)	민요	민요	1980.7.28	현실부적절
화류춘몽	추미림	이봉룡	1980.7.28	비참한 생활묘사, 퇴폐

2) 금지곡 해제

(1) 공연윤리위원회의 금지곡 해제

1987년 8월 17일 공연윤리위원회는 금지곡 382곡 중 186곡을 해제하였다. 해금된 노래들의 금지 사유는 ‘표현저속’, ‘창법저속’, ‘왜색’이 가장 많았다. ‘표절’로 금지된 노래들은 59곡 중 9곡만 해제되었다. 금지 기준이 애매했던 다른 사유들에 비해 표절은 대상 원곡과 유사성을 비교할 수 있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해제 비율이 낮았다. 아울러 연예협회의 요청으로 금지되었던 김민기 <아침이슬>, 송창식 <왜불러> 등 4곡도 금지 해제되었다.

(2) 방송심의위원회의 국내 방송 금지곡 해제

1987년 9월 5일 방송심의위원회는 방송금지곡으로 지정했던 노래들을 해제하였다. 당시 음악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방송금지가요 심의회’에서는 1965년 3월 이후 방송 금지된 832곡 중 월북 작사자의 작품 95곡을 제외한 499곡을 해제하였다. 공연윤리위원회의 경우 퇴폐·저속을 사유로 금지한 노래가 가장 많았던 것에 비해 방송심의위에서는 왜색을 사유로 금지한 곡들이 주를 이루었다. 또한 금지곡의 해제 비율에 있어서 왜색은 262곡 중 251곡으로 해제 비율이 높았다. 반면 표절곡은 151곡 중 17곡으로 10% 정도에 불과하여 대조를 이루었다.

(3) 1994년 월북 작사가 및 외국 노래의 금지곡 해제

1994년 8월 12일 방송위원회는 방송 금지 가요로 분류된 국내외 1,752곡 가운데 표절 및 왜색 가요 237곡을 제외한 1,515곡을 재심의해 847곡을 방송 금지 가요에서 해제하였다. 이 때 조명암의 <고향 소식>, 박영호의 <천리 타향> 등 월북 작사자의 64곡이 포함되었다. 정부의 대북관련 정책이 변화하는 가운데 1989년 독일의 통일, 1991년 소련의 붕괴 후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반전 · 적성국가의 노래도 금지곡에서 해제되었다.

4. 사전심의제의 폐지 이후 청소년보호 중심

1987년 금지곡 해제 이후 1996년 사전심의제가 철폐되기까지 김민기는 <공장의 불빛>에 대한 공연윤리위원회의 가사 수정 요청을 거부하였고, 서태지는 <시대유감>에 대한 가사 수정을 거부하면서 연주곡으로 음반을 발매하여 사전심의제 폐지에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5. 사전심의제 폐지를 촉발한 앨범, 정태춘 <92년 장마, 종로에서>

정태춘은 ‘사전심의제 폐지’를 위해 5년(1990~1995년) 동안의 활동을 전개하면서 음반사업자 등록요건과 사전심의제의 문제를 포함한 음반법의 개선을 요구하였다. 그는 학생과 노동자들의 시위현장을 다니며 자작곡 <아 대한민국>을 불러 사전심의제 폐지를 주장하였고, 1992년 저항의 표시로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발표하였다.

그 결과 무등록음반제작 및 배포로 고발당하면서 국내 가수로는 사전심의 거부와 관련하여 최초로 검찰에 기소되었다. 1994년 대중음악 사전심의제도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1996년 10월 4일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정을 받아내며 사전심의제는 완전히 철폐되었다.

                                                   '93 정태춘 박은옥 앨범 앞면

6. 아직 존속하는 사전검열 제도

사전심의제를 담당했던 공연윤리위원회가 해체된 이후 1997년 청소년보호법이 제정되면서 규제기구의 정책은 청소년보호를 중심으로 변화하였다. 1999년에 조피디의 <조PD in stardom>과 김진표의 <김진표 JP STYLE >이 제1호, 2호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되었다.

2007년 이후부터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유해 매체물 지정 대상이 늘어나면서 가수와 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2011년 2PM의 <hands up>이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된 것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면서 여성가족부는 심의 세칙을 마련하였다. 이후 2012년 싸이의 저항으로 <right now>를 포함한 300여곡에 대한 ‘청소년 유해 매체물 지정 취소’를 단행했다.

개별 방송국의 방송 심의는 여전히 존속하고 있는데, 방송 부적합 사유로 노랫말에 ‘욕설’이 나오거나 악동뮤지션의 <갤럭시>, <콩떡빙수>처럼 특정업체의 제품을 연상시키는 경우도 방송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또한 노랫말에 일본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도 계속되고 있다. 대중음악이 사운드 중심에서 뮤직비디오로 그 중심이 변하는 가운데 뮤직비디오에 대한 등급심의제가 도입되면서 대중음악 규제는 새로운 장을 맞이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대중음악계가 규제기구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했던 데 반해 최근에는 가수와 제작자들이 법적 조치를 하고 팬들 또한 다양한 항의를 통해 유해 매체물 결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추세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시대를 대표하는 금지앨범, 금지곡 (가요앨범사, 한국대중가요연구소)

금지곡백서

47호：시차/백서 2013.08.02 22:41

여울 편집위원 yeoulim@gmail.com

거리를 지나다닐 때도, 혹은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영화를 볼 때나, 카페에서 수다를 떨 때나, 술집에서 밤을 지새울 때에도, 우리는 매일 항상 노래와 함께한다. 어린 시절 음악시간에 배웠던 동요에서부터 새터에서 부르는 반가에 이르기까지, 슬픈 사랑 이야기에서 몸을 들썩이게 되는 흥겨운 댄스음악까지, 그 모든 것은 노래로 표현될 수 있었고 또 모든 기억은 BGM과 함께 했다. 그러나 여기, 방송에서 한 번 제대로 불러보지 못했던, 음반을 발매하지 못했거나 발매에 제한을 받았던, 때론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이를 극복할 용기를 가져야만 부를 수 있었던, 노래들이 있다.

내 마음대로 노래 한 번 부르지 못했던 시대는 역사교과서나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문화정책에서부터 70년대 유신정권의 긴급조치 9호를 거쳐 2013년 현재 청소년 유해매체물 지정에 이르기까지, 금지곡의 역사는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어떤 노래는 불러도 ‘무해’하고, 어떤 노래는 방송에 나오기에 ‘부적격’하다고 누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일까. 노래는 곧 해당 정권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적합해야만 하고, 밝고 아름다운 것만을 표현해야 하는 것일까. 여기, 누군가의 제재나 사전심의 없이 자유로이 불려야 할, 노래가 있다.

 아래 나오는 금지곡 리스트는 문옥배 저 『한국 금지곡의 사회사』 (예솔) 및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음반 항목)을 참고하였다. ‘금지곡’의 대부분은 방송에 나오는 것이 금지된 곡이며(청소년 유해매체물의 경우 방송이 금지되어 있으며 발매된 앨범엔 19금 표시가 되어 있다), 일부 곡의 경우엔 작사자 및 가수에게 법적 제재가 가해지거나 발매된 음반이 몰수당한 경우도 있었다.

1. 1975년 「긴급조치 9호」 ~ 1987년 해금조치

방송금지조치는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방송윤리위원회가 설치되면서부터였으며 이는 1975년 「긴급조치 9호」를 통해 더욱 강화되었다. 박정희 정권은 유신헌법에 근거한 긴급조치 9호를 통해 “국가안보와 국민총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외래풍조의 무분별한 도입과 모방, 그리고 패배, 자학, 비관적인 내용, 선정, 퇴폐적”인 것이라는 자의적인 기준을 통해 1975년 6월 19일 131곡, 7월 9일 44곡, 9월 29일 48곡의 노래를, 이후 1976년 9월 30일까지 단 1년 동안만 무려 771곡에 이르는 노래를 금지시켰다. 이 시대의 금지곡은 대부분 1987년 문화공보부의 「가요금지곡 해금지침」에 따라 해금조치되었으며, 일부 월북 작가의 노래 등은 여전히 금지곡으로 남아있다.

01 신중현 - 미인

가사 :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 아름다운 그 모습을 자꾸만 보고 싶네 / 그 누구나 한 번 보면 자꾸만 보고 있네 / 그 누구의 애인인가 정말로 궁금하네"

사유 : 가사 저속 및 퇴폐, 가사 중에 있는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라는 내용이 ‘대체 뭘 자꾸만 보고 싶다는 거지?’하고 성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으며, 가사와 창법이 저속하다는 이유에서 금지곡으로 선정되었다. 박정희 정권의 장기집권을 빗대어 대학가에서 자꾸 “한 번 하고 두 번 하고 자꾸만 하고 싶네”로 노래가사를 바꾸어 불러서 금지곡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한 번 두 번 자꾸만 했던 게 사실인걸.

02 이장희 - 그건 너

가사 : "모두들 잠들은 고요한 이 밤에 / 어이해 나 홀로 잠 못 이루나 / 넘기는 책 속에 수많은 별들이 / 어이해 한 자도 보이질 않나 / 그건 너 그건 너 바로 너 때문이야"

사유 : 가사 저속 및 퇴폐, 가사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그건 너’라는 구절이 남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행위라며 금지곡으로 선정되었다. 이게 왜 금지되어야 하냐고 물으니 방송윤리위원회는 “늦은 밤까지 잠 못 이루고 있는 이유가 뭐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밤도 늦었는데, 이상한 생각일랑 하지 말고 그냥 자란다. 혹자는 70년대 중반 유신체제에 대한 괴로움이 집권자인 ‘바로 너’ 때문이라는 식으로 해석되어져 금지곡이 되었다고도 한다. 유신체제 아래 내 모든 괴로움은 다 바로 너 때문이야~ 근데 ‘너’는 누규?

03 이정선 - 거리

가사 : "말을 하는 사람은 많아도 / 말을 듣는 사람은 없으니 / 아무도 듣지 않는 말들만이 거리를 덮었네"

사유 : 불신감 조장, “아무도 듣지 않는 말들만이 거리를 덮었네” 나 “서로를 믿지 않는 사람만이 거리를 덮었네”와 같은 표현이 불신감을 조장하여 건전한 사회풍토를 그르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선정되었다. 자고로 음악은 건전한 국민정서의 함양과 명랑한 사회분위기 조성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게 방송윤리위원회의 지침이었기 때문이다. 음반 자켓 사진에 모델로 나와 있는 이정선의 머리가 장발이었기 때문에 금지곡이 되었다고도 한다. 역시, 연예인이라고 해서 장발단속을 빗겨 가리란 법은 없었다.
 

04 배호 - 0시의 이별

가사 : "네온불이 쓸쓸하게 꺼져가는 밤거리 / 이별 앞에 너와 나는 한없이 울었네 / 추억만 남겨놓은 젊은 날의 불장난 / 원점으로 돌아가는 0시처럼 사랑아 안녕"

사유 : 불신감 조장, 누군가의 실패한 사랑을 “젊은 날의 불장난”으로 표현하면서, 당시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자유연애 및 성 개방 풍조’를 표현하고 있어 마찬가지로 불건전한 사회풍토를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금지곡이 되었다. 이별을 노래함으로써 모든 사랑이 이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신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도 이유가 되었다. 뭐, 물론 통행금지 시간인 자정에 이별을 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겠지?

05 양희은 - 늙은 군인의 노래

가사 :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 꽃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 년 /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 나 죽어 이 흙속에 묻히면 그만이지"

사유 : 가사 불건전, 현역 군인의 사기를 저하한다지 말입니다.

06 위키리 - 댁의 부인은 어떠십니까

가사 : "댁의 부인은 어떠십니까 / 아침에는 안녕히 다녀오세요 알뜰하고 상큼하지요 / (중략) / 그러나 모를 건 모를 건 모를 건 여자의 마음 / 아 그랬을 줄이야"

사유 : 품위 없음,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한반도에서 자고로 “그러나 모를 건 여자의 마음 아 그랬을 줄이야”와 같이 부정한 아내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노래는 방송될 수 없다는 것이 윤리위원회의 판단이었다. 이처럼 이 노래는 여성의 품위 없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금지곡으로 선정되었다. 여자의 마음이란 원래 알뜰 상큼하고 알 수 없는 것이련만, 그게 왜 품위 없는 모습이라고 여겨졌던 것일까? 그럼 부정하지 않고, 품위 있는 여성의 모습이란 어떤 것일까?

07 김정미 - 담배꽁초

가사 : "성냥불을 당겨서 담배를 붙여 물고 / 이 궁리 저 궁리 천장을 바라보고 / 찾아서 가볼까 여기서 기다릴까 / 아이고 뜨거워 놀래라 꽁초에 손을 대었네"

사유 : 치졸함, 대체 뭐가 치졸한 거냐면, 바로 ‘가사’가 치졸하다는 거다. 이 노래의 가사가 시적이고 아름다운 문학적 표현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구성력을 갖지 못했기에 ‘상식수준 이하의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금지 이유였다. 그럼 이 세상의 모든 노래는 시인이나 문학을 하는 사람이 아니면 쓰지도 부르지도 못하는 것일까? 앞으로 노래를 할 때는 그게 주술일치가 되는 문법에 맞는 표현인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성을 갖춘 이야기인지도 판단해봐야 하는 것인지..

08 송창식 - 왜 불러

가사 : "왜 불러 왜 불러 / 돌아서서 가는 사람을 왜 불러 왜 불러 / 토라질 때 무정하더니 왜 왜 왜 / 자꾸자꾸 불러 설레게 해 / 아니 안 되지 들어서는 안 되지"

사유 : 방송부적, “왜 불러”라는 가사가 대중들에게 반항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방송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아니 돌아서서 가는 사람을 왜 부르냐고 자신을 부른 사람한테 물어보지도 못하나요? 실제로 이 노래가 금지곡이 된 것은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이후였는데, 노래 가사는 비록 사랑하는 사람과 다투어 돌아서서 가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왜 불러”하고 이어지는 유쾌하고 흥겨운 멜로디 탓에 주인공이 장발 단속에 쫓겨 도망가는 장면에 사용된 것이 함정이었다. 결국 이 노래는 그 영화 장면 하나 때문에 경찰의 장발단속 및 정부정책에 반발하는 것으로 해석되었고 ‘공권력에 대한 조롱’이라며 금지곡이 되었다. 내가 이 노래를 그런 장면에 쓰라고 만든 게 아닌데 말이야 엉엉.
 

09 김민기(양희은) - 아침이슬

가사 :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 내 맘의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사유 : 방송부적,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라는 가사의 ‘붉은 태양’이 흡사 적국의 ‘붉은 태양’, 즉 북한의 모 인사 및 공산주의를 지칭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에 금지곡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실제로는 김민기 씨가 1972년 서울대 신입생 OT에서 데모 노래인 해방가를 가르쳤다는 이유로 정부기관에 의해 불법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고, 그로 인해 그가 발매한 모든 음반 역시 수거됨으로써 아침이슬도 마찬가지로 금지곡이 되었다. 이는 어떤 법적 근거나 절차도 없이 음반사에 압력을 넣어 행해진 불법행동이었다. 그러나 이후 아침이슬은 양희은의 노래로만 들을 수 있었으며, 이마저도 방송부적이라는 모호한 판단기준을 들어 금지되었다.

10 송창식 - 고래사냥

가사 :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사유 : 방송부적, 노래제목에 있는 “고래”가 권력자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에 당시 정권에 대한 반란의 소지가 있다고 금지곡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실제로는 이 노래 역시 아침이슬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사유가 불분명한 ‘방송부적’, ‘시의에 적절하지 않음’이라는 애매모호한 사유로 금지곡이 되었다. 처음에 이 노래는 사전심의를 통과해 음반이 발매되고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후에 시위 때 데모곡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사후적인 검열에 들어가 ‘시의에 적절하지 않음’이란 사유가 붙게 된 것이다. 앞서 있었던 송창식의 왜 불러, 김민기(양희은)의 아침이슬과 정미조의 불꽃, 신중현의 설레임 등도 비슷한 이유에서 금지곡이 된 노래들이었다.

✽기타

•한대수 - 물좀주소 : 물고문을 연상시킴.

•양희은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 왜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느냐. 허무주의 조장.

•김정미 - 바람 : 신음소리를 연상케 하는 창법이 저속함.

•심수봉 - 순자의 가을 : 당시 영부인 이순자 여사의 이름을 감히 노래로 부를 수 없음.

•쟈니 리 - 내일은 해가 뜬다 : 그렇다면 오늘은 해가 안 떴다는 거냐.

2. 1987년 민주화 후 해금조치 ~ 1996년 음반 사전심의제 폐지

1987년 민주화로 거의 대부분의 금지곡에 대한 해금조치가 내려졌으나 음반 사전심의제가 폐지된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음반을 내기 위해서는 곡과 가사를 먼저 방송/공연윤리위원회에 제출한 뒤 해당 음반을 제작해도 좋다는 허락을 사전에 받아야 했고, 다시 완성된 곡을 납본하여 원안대로 만들어졌는지를 심의 받는 ‘이중 심의’가 이루어졌다. 해당 과정에서 윤리위원회에서 지적된 가사를 수정한 후에야 음반 발매가 이루어질 수 있었고, 이 사전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음반은 사람들이 듣기는커녕 발매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음반 사전심의제가 1996년 폐지되었던 것은 정태춘의 아 대한민국과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에 의해서였다.

11 정태춘 - 아 대한민국

 가사 :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 사랑과 순결이 넘쳐흐르는 이 땅 / 새악시 하나 얻지 못해 농약을 마시는 / 참담한 농촌의 총각들은 말고 / 특급호텔 로비에 득시글거리는 / 매춘 관광의 호사한 창녀들과 함께 / 우린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나"

 사유 : 가사 저속, 정태춘의 아 대한민국은 “새악시 하나 얻지 못해 농약을 마시는”, “특급호텔 로비에 득실거리는 / 매춘관광의 호사한 창녀들과 함께” 등 저속한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에 해당 가사에 대한 수정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정태춘은 공연윤리위원회의 수정지시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에 반항하여 1990년 10월 사전심의를 통과하지 않은 음반을 불법으로 제작, 발표하였다. 결국 정태춘은 이후 문화관광부에 의해 93년, 고발 불구속 입건되기에 이른다.

12 서태지와 아이들 - 시대유감

가사 : "왜 기다려 왔잖아 모든 삶을 포기하는 소리를 / 이 세상이 모두 미쳐버릴 일이 벌어질 것 같네 / (중략) / 검게 물든 입술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 숱한 가식 속에 오늘은 아우성을 들을 수 있어"

 사유 : 가사가 자극적이며 허무를 조장함,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모두를 뒤집어 새로운 세상이 오길 바라네” 등의 일부 가사 내용이 상당히 자극적이며 현실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기에 마찬가지로 공연윤리위원회에 의해 해당 가사에 대한 수정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서태지는 이에 응하지 않고 결국엔 가사를 전부 삭제해버린 채 ‘연주곡’의 형태로 시대유감을 음반에 수록하였다.

 정태춘은 아 대한민국 이후에도 93년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92년 장마, 종로에서’ 앨범을 불법으로 발매하였고, 이후 헌법재판소 ‘음반 사전심의제’ 위헌심판을 제청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여 1996년 10월 31일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 16조 1항 중 “음반에 대한 사전심의” 부분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음반에 대한 사전심의를 강제조항으로 규정한 것이 헌법 제2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는 이른바 표현의 자유와 제2항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검열금지의 원칙 혹은 사전제한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3. ~ 2013년 청소년 유해매체물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의하면 청소년 유해매체물은 “청소년보호법^[각주:1] 제7조 및 제9조 규정에 의하여 청소년보호위원회 또는 각 심의기관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으로 결정 또는 확인하여 여성가족부장관이 이를 고사한 매체물”이다. 청소년 유해매체물은 “청소년 유해표시”(이른바 19금 딱지)를 해야 하며, 청소년에게 판매·대여·배포하는 것이 금지된다. 다른 매체와 같이 전시·진열해서도 안 된다. 또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간에만 방송될 수 있으며, 길에서 광고하는 것 또한 금지된다. 현재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된 곡은 99년 제정된 금지곡 4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2006년 12월 이후 제정된 것으로 국내외곡을 모두 합쳐 4,868곡이다(이 중 국내곡은 2,080여곡 정도). 일부 곡들은 재심의 요청에 의해 유해매체물 지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13 비 - Rainism

가사 : "I’m gonna be a bad boy / I’m gotta be a bad boy / 나를 보는 시선들을 느껴 / How do you feel make some noise / 피하려고 애를 써도 느껴지는 / 나의 rainism / 넌 이제 빠져 버렸어 / 넌 이제 벗어날 수 없어"

 사유 : 선정성, “떨리는 니 몸 안에 돌고 있는 / 나의 Magic stick” 및 “더 이상 넘어갈 수 없는 / 한계를 느낀 Body shake” 등 일부 가사가 청소년이 듣기엔 지나치게 선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미 수만 장의 앨범이 팔리고 방송도 여러 번 탄 이후에야 금지곡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이 함☆정. 이후 Rainism은 해당 가사를 수정한 ‘클린 버전’으로 재발매 되었다. 하지만 모두가 가사를 다 알고 난 이후에 바꾸면 뭐하나. 이미 “매직 스틱”은 잊을 수 없게 되어 버렸는걸.

14 바이브 - 술이야

 가사 : "난 늘 술이야 맨날 술이야 / 널 잃고 이렇게 내가 힘들 줄이야 / 이제 난 남이야 정말 남이야 / 널 잃고 이렇게 우리 영영 / 이제 우리 둘은 남이야"

 사유 : 술 (유해약물), “맨날 술”에 취해서 “나 한 얘기를 또 하고”, “저물어가는 오늘도 난 술”이라며 이별한 슬픔을 술로 보내고 있어 청소년에게 유해약물인 술 섭취를(그것도 맨날, 게다가 주정도 부리면서, 그것도 날이 저물때까지 계속해서) 조장할 수 있다. 이 노래는 2012년 10월 유해매체물 취소 결정이 내려져 이제 자유롭게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다른 많은 곡들은 ‘유해약물’을 사유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남아있다. 어허 안돼요, 술은 만19세가 되기 전까지는 마시면 안 되는 거랍니다, 청소년 여러분. 실연의 아픔은 술이 아닌 물로 달래세요.

15 백지영 - 입술을 주고

 가사 : "벌써 입술을 주고 / 벌써 입술을 주고 / 너잖아 이러면 안 되잖아 / 우린 사랑하면 안돼 너와 나는 / 알잖아 이런 건 나쁘잖아 / 너는 내 친구와 사귀고 있잖아"

사유 : 친구의 남자를 꼬시고 있다 (불건전교제 조장), 이 노래의 가사를 찾기 위해 무려 x이버에서 성인인증도 해야 했다. (잠깐 이 백서를 읽는 사람 중에 아직 만 19세가 되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 가사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노래는 “내 친구와 사귀고” 있는 남자에게 “벌써 입술을 주고”는 “다시 술잔을 들고 기억을 지우고”, 다시 “니 손을 꼭 잡고” 있는 등 불건전한 교제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친구의 남자에게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고 있는 것이다. 친구의 남자에게 입술을 주고 그르면 안 되는 거예요.

16 이비아 - 2nd

 가사 : "Oh ~ My Baby girl / Oh ~ My Pretty girl / 난 여자가 있는데 자꾸 이러면 안 되는데 / 왜? 널 생각하는지 난 여자가 있는데"

 사유 : 세컨드가 되고 싶어 한다 (불건전교제 조장), 남자A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지만 그래도 여자B가 좋아서 자꾸 생각난다고 한다. 여자B는 남자A가 여자친구가 있는 걸 알지만 “우리가 사랑할 수만 있다면 / 나 정말 괜찮아요”라고 한다. “당신의 세컨드로라도 남아있을게요”란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세컨드’가 되고 싶다는 여자B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그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을 담아 쾅 도장 하나를 찍는다. 엣헴 이건 불건전한 교제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만 19세 이상만 들으세요. 만 19세가 넘으면 건전하든 불건전하든 교제를 해도 상관없는 걸까? 대체 건전한 교제와 불건전한 교제는 누가 정하는 거야?

17 P-Type - 젊은 날의 초상

가사 : "여기는 빛이 없는 개척지 / 20대 거의 모든 날을 이곳에 바쳤지 / 한쪽 발목 접질린 병신마냥 술에 취해 / 혼자 춤을 췄지 전진을 외쳤지 / 개척의 불길 일으킨 형제는 / 길 잃은 길손 마냥 끼니를 빚지네"

사유 : 저속한 표현, “한쪽 발목 접질린 병신마냥”, “타협을 경멸하던 정신병자” 등의 표현이 저속하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병신과 머저리」는 청소년권장도서에 있으면서 병신과 정신병자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노래는 청소년 유해매체라니 참 일관되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술”에 취하는 모습 역시 청소년에게 유해물질을 섭취하도록 조장할 우려가 있어 금지했을 것이다.

18 싸이 - Right Now

가사 : "(Right now) 180도 변해 돌고 돌고 / 지금부터 미쳐 볼란다 / (Right now) 63 빌딩 위로 그리고 그 위로 / 지금부터 뛰어 볼란다 Right now"

사유 : 비속어 사용, 이 노래는 “웃기고 앉았네 아주 놀고 자빠졌네 / 혼자 북치고 장구 치고 아주 생쑈를 하네” 등의 표현이 비속어라고 하여 금지곡이 되었다.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끈 싸이의 말춤이 청소년보호위원회의 마음도 흔들어 놓았던 것인지, 이는 2012년 10월 유해매체물 취소 결정이 내려졌고 이제 마음껏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어떤 것이 ‘저속한 표현’이고 어떤 것이 ‘비속어’인지, 어떤 표현은 괜찮고 어떤 표현은 괜찮지 않은지는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일까. 그 구체적인 내막은 알 수 없다.

19 다이나믹 듀오 - 끝(Apoptosis)

가사 : "세상에 나 혼자라는 생각이 맴돌아서 소름 끼치게 눈물겨워져 / 누가 날 잡아줬으면 해 어지럽네 나 지금 저 강물에 떠내려갈 것 같아 / 이젠 널 놓아줄 때인 것 같아 / 이젠 널 보내줄 때인 것 같아 / 잘가 세상아 / 잘 가 세상아"

사유 : 유해약물 및 비속어, 자학행위, “순간의 위로가 담배와 술이라는 게 멋지게 느껴졌다가도 참 엿 같아”라는 가사에서 유해약물인 담배와 술을, 그리고 ‘엿 같다’는 비속어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동맥에 흉터”라는 가사에서처럼 자학행위를 묘사하고 있어 금지곡이 되었다. 하지만 “모두들 잠든 새벽 세 시 나는 옥상에 올라왔죠”라며 비슷한 자살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자우림의 낙화는 금지곡이 아니란다. 전자는 안 되지만 후자는 되는 이유는 뭘까. 가사에 자살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가면 무조건 ‘자살 조장·자살 미화’인 건가? 유해매체물 선정 기준 요거요거 애매해요~ 애매~합니다잉.

✽기타

•렉시 - Rush : 선정성, 불건전교제 조장, 유해업소출입 조장

•검정치마 - 강아지 : 성윤리 왜곡

•3호선 버터플라이 - 끝 : 자살 조장

•Soul Company(화나/더 콰이엇/제리케이/키비) - 의뢰인 : 범죄 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