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크신 사랑 관세음보살이시여 죽음死은 미라mummy歺로 변함匕이나이다 어느一 순간夕 바뀐匕 모습을 보임이나이다 미라는 죽은 몸에서 습기가 빠지고 썩지 않은 채 보존된 시체를 가리키나이다 우리나라 매장문화埋葬文化에서는 쉽게 발견될 수 있는 상태이오나 예법상 시신을 마구 다룰 수 없기에 미라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을 뿐이나이다
크신 사랑 관세음보살이시여 영어 미라mummy는 엄마를 뜻하나이다 우리말에 '배'를 얘기하면 배나무의 열매 '배'를 비롯하여 사람이나 동물, 곤충의 '배'가 있사오며 사람이나 짐을 싣는 물 위의 '배'가 있나이다 이처럼 마른 시체 마미mummy와 엄마 마미mummy가 같은 철자라 하여 반드시 같은 뜻이 있는 것은 아닌 줄 아나이다
하오나 관세음보살마하살이시여 죽음死이란 마른 뼈歺로의 바뀜匕이옵고 마른 뼈mummy에 든 부모의 DNA는 남은 자녀의 DNA로 연결되어 있사옵니다 따라서 사람人間이 죽는다는 것은 자신의 본래 DNA로 돌아감이나이다 어머니mummy에게 돌아감이고 마른 뼈mummy의 본질로 돌아감이며 본디 떠나왔던 세계로 되돌아감이나이다
사랑이 크옵신 관세음보살이시여 미라의 어원은 mummy가 아니나이다 그러하나이다 관세음보살마하살이시여 언어별로 표기가 조금씩 다르옵니다만 미라는 포르투갈어 미라mirra에서 온 말로 지금까지 '미라'로 알려져 왔사옵니다 이것이 일본어 표기 ミイラ의 영향을 받아 우리도 '미이라'로 표현하기에 이르렀나이다
사랑이 크옵신 관세음보살이시여 이를 중국에서는 '木乃伊'로 표기하고 무나이이munaiyi로 발음하고 있사옵니다 영어에서는 우리말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떠남departure'이라고도 하나이다 죽음死은 온 곳mummy으로 되돌아감匕이며 죽음은 뼈mummy로의 환원匕이나이다 흙 물 불 바람의 네 가지 요소가 각기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고 나면 남는 것은 몸이 아니라 정신이고 혼이나이다
사랑이 크옵신 관세음보살이시여 몸body은 뼈歺로 변화匕한다 하더라도 몸과 함께하던 정신/혼soul은 어찌되겠나이까 변하는 것은 다 질량質量mass이 있사옵니다 질quality과 양quantity을 가지고 있나이다 가톨릭에서 올리는 미사Mass가 아니라 부피와 무게를 지닌 매스mass이나이다 몸은 질량을 갖고 있으므로 변하지만 정신은 질량이 없기에 변하지 않사옵니다
사랑이 크옵신 관세음보살이시여 질량이 없다면 마침내 변화가 없고 변화가 없다면 결국에 나고 죽음이 없나이다 나고 죽음이 없는 정신/넋soul에 대해 두려워할 나고 죽음이 없다 하오면 나고 죽음이 있는 몸body은 단지 모습을 바꿀 뿐 생멸이 없나이다 옛 어느 선사는 죽음 앞에서 일갈하였나이다
"베어라! 그대여! 그대가 원하는 목을 주리라. 그대는 내 목을 베거니와 내게는 바람을 가르는 칼날이 지나갈 따름이니라!"
사랑이 크옵신 관세음보살이시여 죽음이라는 명제名題에 있어서 '나쁜 죽음'이 없사옵고 '아름다운 죽음'도 없사옵나이다 웃으면서 죽고 제 명에 죽고 편안하게 죽고 행복하게 죽으면 고종명考終命이나이다 오복 중 마지막인 고종명이나이다 이를 아름다운 죽음이라 하겠나이다
사랑이 크옵신 관세음보살이시여 나라를 위해 죽고 사회를 위해 죽고 남을 위해 죽고 신앙을 위해 죽는 것을 아름답다 하오나 고종명이 아니라면 아름다울 것이 없나이다 진정 아름다운 죽음이라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사회가 혼탁하지 않아야 하고 종교가 탄압당하지 않아야 하고 뜻밖의 사고가 일지 않음이 아름다움이나이다
사랑이 크옵신 관세음보살이시여 졸지에 죽고 과음으로 죽고 굶어 죽고 남의 손에 맞아 죽고 독충에게 쏘여 죽고 개에게 물려 죽고 소에게 받쳐 죽고 맹수에게 물려 죽고 악어와 상어에게 물려죽고 말에서 떨어져 죽음이 슬픈 죽음이나이다
마약으로 죽고 젊은 나이에 죽고 추위에 얼어죽고 화재로 타 죽고 물에 빠져 죽고 차량 선박 비행기 등 교통사고로 죽고 암 고혈압 심근경색 당뇨로 죽고 태풍 지진 벼락 전기 홍수 따위로 죽고 이름 모를 질병으로 죽음은 슬픈 죽음이나이다
사랑이 크옵신 관세음보살이시여 가장 아픈 죽음은 '자살自殺'이나이다 인간은 대략 100조 개 세포의 구성체이나이다 죽음의 직접 원인이 남에게 있지 않고 자신에게 있는 자살suicide이라 하오면 100조 개 세포를 무참하게 죽임이 되나이다 세계 인구 70억의 1만 5천 배에 달하는 100조 개 세포 생명을 스스로 빼앗는 것이므로 자살은 참으로 '슬프고 아픈 죽음'이나이다
대비주의 본존 관세음보살이시여 대비주를 외고 천수경을 지송하오면 '슬픈 죽음'과 '아픈 죽음'을 불러오지 않나이다 슬픈 죽음과 아픈 죽음을 초래하지 않으면 갈 곳이 이미 완벽하게 정해져 있사옵니다 하늘에 태어나고 극락에 태어나나이다 슬픈 죽음과 아픈 죽음을 겪지 않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을 수 있다면 앉아坐 죽고脫 서서立 죽을亡 수 있사옵니다
대비주의 본존 관세음보살이시여 대비주를 지송하는 공덕으로 삶과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이다 온갖 집착과 탐진치 삼독으로부터 벗어나 대자유 대해탈에 이르게 하옵소서 앉아 죽고 서서 죽음이 자유롭게 하소서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자연스러워지게 하소서 -----♡-----
참고 : 이글은 지난해 봄 147회에 걸쳐 '발원문으로 읽는 천수경'을 쓰면서 천수경 강의 051로 올렸던 글이다 기포의 새벽편지 805였고 날짜는 2017년 3월23일이었다 오는 10월7일 출판 북콘서트를 앞두고 마지막 교정을 보던 중 시나브로 싣는다 아직 오타도 수정하지 않은 채 고스란히 올려 18개월 전 글쓸 때 그 맛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