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닮고자 하지만
내 몸에 베이는 것은 거룩한 허울의 가식 뿐입니다.
새벽에 닭이 울어도 난, 울 줄도 모르는,
비통함도 모르는 인격에 철갑을 두른
감각조차 없는 인간의 모양을 한 잘 다듬어진 조각품
입니다.
가시밭길 걷겠다
십자가길 걷겠다
고난의 길 걷겠다
눈물의 길 걷겠다
어디든지 가라시면 아골골짜기라도 가리이다.
내가 가진 것은 이 몸 밖에 없어
이 몸이라도 바치리이다.
이제사 돌아보니 다 입에 발린 소리였습니다.
나는 주님의 영광과 그의 후광을 입고
어둔 세상에서도 광명의 날을 살고
삭막한 세상에서 사랑받고 살고
울어야 할 세상에서 웃고 살았으니
내가 삯꾼이요 현대판 가룟유다입니다.
아픈 자의 고통과 애통하는 자의 눈물
가슴에 맺힌 한(恨)그 자리에 내가 있어
그들의 애잔한 아픔과 그들의 절절한 눈물을
내 손과 마음으로 훔쳐 닦으리라 했건만
어찌 눈물의 쓴잔은 뱉고 꿀물에
중독되어버린 회칠한 돌무덤인
이제 또 나를 쳐다 봅니다.
내가 짊어져야 한다는 그 십자가에
주님께 지워드리는 어둠의 철가면 뒤로
내 얼굴을 감추며 주님의 용서를
다시 한 번 엎드려 구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