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삼백서른다섯 번째
청개구리는 억울하다
청개구리 같은 놈! 어려서 많이 듣던 소리입니다. 동화에서 읽었기로 말 안 듣는 놈이라는 뜻은 알았지만, 왜 하필 청개구리였는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청개구리가 큰소리로 짝 찾으면서 천적을 피할 수 있는 비결은 다른 수컷이 울기를 기다리다 울음소리가 들린 직후, 거의 동시에 울어, 먼저 우는 소리에 자기 소리를 숨기는 것입니다. 비슷한 소리가 연달아 들리면 뒷소리를 무시하고 앞소리만 듣는 일종의 착각인 ‘선행음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개구리, 두꺼비, 도롱뇽, 맹꽁이 같은 양서류兩棲類는 물과 뭍 양兩쪽에서 서식棲息하는 동물인데, 청개구리는 뭍을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개구리는 주로 물에서 서식하는데 청개구리는 뭍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지요. 다른 개구리와 별나게 튀려는 짓이 아니라 생리적으로 그렇다는 것인데, 사람들이 그걸 보고 엇나가는 놈이라고 판단한 것일까요? 청개구리는 억울할 뿐입니다. 조선시대에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따라 죽는 행위를 찬양하고 부추겼지만, 다산은 제 목숨을 끊은 것일 뿐 아무것도 아니며 자기 목숨을 끊는 것은 천하에서 가장 흉측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 시대에 다산의 말을 옹호하는 사람은 없었답니다. 열녀전을 쓴 선비들이 정상이었고 다산의 말은 비정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산이 정상이고 선비의 말은 비정상이 되었습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개념은 실체적 개념이 아니고 사회적 역사적 조건에 따라 만들어지는 담론일 뿐입니다. 가죽나무는 한자로 저樗라 하여 쓸모없는 나무로 여겼지만, 재목으로도 쓸만하고 공해에도 강해 요즘은 가로수로도 각광받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정치 상황을 보면 도대체 어느 쪽이 정상이고 어느 쪽이 비정상인 알지 못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