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에서 그대를 보았을 때에 / 令門見吾子
그 집안의 자제답게 총명했으니 / 了了固應爾
약산을 아버지로 뒀는 데다가 / 藥山以爲父
현계가 바로 그의 형이었어라 / 有兄玄溪是
성 남쪽에 자리 잡은 단아한 집에 / 翼然城南宅
울창하게 나무들이 솟아 있으니 / 鬱鬱峙喬梓
늙은 봉새 기이한 풍채 지녔고 / 老鳳有奇彩
어린 새끼 아름다운 자태 배웠네 / 穉翎學旖旎
문단에서 기예를 겨룰 적에는 / 出遊白戰場
대단한 기량 널리 떨쳤으므로 / 獲雋奮距嘴
사람들은 현계가 요절했지만 / 人言玄溪沒
약산에게 다른 아들 있다 하였네 / 藥翁復有子
두 번째〔其二〕
누구의 죽음인들 안 슬프랴만 / 人死誰不哀
그대의 죽음만 한 슬픔 없으니 / 哀莫如君死
상 당하고 일 년이 채 되지 않아서 / 縗麻未及練
몸 거두어 저승으로 돌아갔어라 / 斂歸泉臺裏
약산의 묘에 풀이 무성해지니 / 荒哉藥山墓
귀신이 굶주리진 않으려는지 / 不其鬼餒矣
때때로 조문하는 이들 오지만 / 時時弔者來
누구인지 알아보는 사람이 없네 / 無人辨誰某
각자가 자기 성과 이름을 적어 / 各自書姓字
부질없이 노복에게 넘겨주는데 / 空付蒼頭手
노복이 글을 들고 눈물 흘리며 / 蒼頭持書泣
그대의 오랜 벗인 날 바라보네 / 見君故時友
세 번째〔其三〕
그대에게 가죽 상자 두 개가 있어 / 君有兩皮篋
그 속에다 붓을 가득 모아 뒀으니 / 中貯管城子
붓을 모아 둔 것은 앞으로 있을 / 藏之欲有俟
선친의 문집 간행 위해서였네 / 所俟先稿梓
그대가 죽고서야 상자를 열어 / 君死始抽閱
그 붓으로 그대의 명정을 쓰고 / 寫君銘旌字
나머지는 어디도 쓸데가 없어 / 餘者用無處
내당의 안어른께 전해 드렸네 / 持向高堂裏
안어른이 제수 비용 걱정하시어 / 高堂憂奠需
시장에 가져다가 팔게 하시니 / 俾賣白門市
어찌 귀히 여기지 않아서이랴 / 豈不貴此物
놔두어도 차마 볼 수 없어서라네 / 留亦不忍視
네 번째〔其四〕
화전에 그대 집의 전장 있는데 / 君家花田庄
밤나무에 열린 밤이 다발 같았지 / 種栗栗似束
회상컨대 지난해 팔월 어느 날 / 往年八月中
밤이 익자 그대 가서 밤을 털더니 / 栗熟君來剝
올가을엔 그대가 세상을 버려 / 今秋送君去
밤나무 옆에다가 그대를 묻네 / 葬之栗樹側
또렷하게 보이는 그대 옛집엔 / 宛宛舊棲屋
그대 행적 하나하나 남아 있어라 / 一一見行跡
가을바람 밤낮으로 불고 있으니 / 西風日夜至
예전처럼 주먹만 한 밤이 열리면 / 舊栗如拳拆
가져다가 그대 무덤 앞에 올리고 / 持玆侑君塚
과부가 추석 제수 마련하리라 / 孀婦祭秋夕
다섯 번째〔其五〕
내 나이 스무 살이 조금 넘었고 / 吾年二十餘
그대 안 지 십 년이 채 안 되었는데 / 識君未一紀
조부부터 그대까지 모두 곡하니 / 哭君祖子孫
세대가 바뀌는 게 이와 같도다 / 人代迅如此
지난날에 어르신을 찾아뵙고서 / 曩時拜尊翁
오만 가지 일들을 상의했지만 / 商量百千事
그중에 한 가지도 못 이룬 채로 / 百千未得一
세월만 속절없이 보내었어라 / 西日東逝水
진즉에 다 허사임을 알았을진댄 / 早知竟亡羊
어찌 길이 맹세하지 않았겠는가 / 那不歌永矢
그대 가서 어르신께 말씀드리면 / 君歸報尊翁
어르신이 뭐라고 대답하실지 / 尊翁云何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