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느름한 새벽에 진눈깨비의 공간을 가르며 Mt. Washington 으로 향했다. 쌀쌀한 공기에 꼬끝이 찡하다.
쉽게 찾은 들머리 주차장은 날씨탓인지 텅 비어 있었다.
속속 도착하는 산우들의 만남은 여전히 반갑다. 그간의 우여곡절 끝에 다시 부활한 스트레칭으로 산행은 시작되었다.
이곳은 최고도 4,450 feet, 가득고도 3,250 feet , 왕복 8.5마일의 난이도 중간쯤되는 곳이다. 돌이 많고 거친것에 비하면 전망도 그다지 볼것이 없는 우리들에게는 비호감 산이다.
평범한 트레일로 시작된 산행은 궂은 날씨를 이미 마음 먹은탓인지 눅눅함을 당연시 여겼다. 습하고 허접한 나뭇가지들을 스치고 지나가노라니 곱지 않은 돌덩이들이 발목을 긴장시킨다. 년중 가장 내새울것 없는 초라한 모습의 나무들, 그나마 가지에 살짝 눈이라도 덥혀줘야 멋지다며 사랑받는 시기이다. 겨울산의 악! 소리 나는 설경은 별도로 하고 말이다.
호흡조절 명분으로 말을 아끼며 어느정도 올라오니 익숙한 암벽 연습 바위에 다달았다. 튼튼히 박혀있는 여러개의 연습용 쇠고리, 묵직해 보이는 바위 절벽을 더욱 강하고 무섭게 보여주었다.
계속해서 눈과 비가 적당히 섞여 내리며 숲속을 한층더 칙칙하게 만들어 주었다. 올라갈수록 조금씩 증가하는 쌓인눈땜에 우리는 크램폰을 신었다. 살짝 열인 뷰 포인트에 도착하니 뿌연 안개와 눈보라 때문에 여러산을 한눈에 볼수있었던 풍광은 보이지 않았다. 최근의 강풍과 악천우로 널부러진 크고 작은 나무들이 부러지고 꺽인채로 트레일 내내 뒤엉켜 있었다. 얼마나 올랐을까 지루하고 힘든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산에 와야만이 알수 있는 이런 고충에 우린 묘한 매력을 느끼며 6일을 인내 하나보다. 허기짐과 지침에 동반하는 행복감도 아련히 맴돈다.
거의 정상에 다달으니 훵한 공간에 본격적인 칼바람이 매섭게 우릴 휘감는다. 사방이 뚤린 공간에 천지가 설경으로 한폭의 완벽한 동양화이지만 꼼꼼히 감상할 여유가 없다.
사방에서 할켜대는 앙칼진 바람에 미쳐 가리지 못한 얼굴부분이 쓰리다. 와중에도 왼쪽 아래로 보이는 이름모를 호수를 보면서 왠지 오늘의 보상을 받은듯 뿌듯하다. 4시간 가량을 올라왔지만 땀을 흘린 기억이 없고 물은 얼어서 서걱서걱하다. 유난히 추워지므로 일행은 빠르게 점심장소를 모색하여 뜨신물과 습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작은 팩으로 손을 녹여가며 하산을 서둘렀다.
간간히 가로지른 나무들의 부딧침을 방지하려 시선을 앞으로 쭉쭉 뻣어야만 했다. 오늘따라 길고 지루하게 느껴짐이 모두들 지친듯하다. 그럼에도 온몸에 흐르는 신기한 기류는 무엇일까? 하루 죙일 마신 공기들이 마냥 고맙기만하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공짜일것 같은 산 공기가 그져 이쁘기만하다.
어느덧 도로의 차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거의 다 내려온 모양이다. 잠시 잊었던 문명의 세계로 귀속하니 안도와 서글픔이 동시에 어우러 진다.
지난주에 다녀온 황홀지경의 설경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해, 오늘 설 산행의 감격이나 고마움을 모르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뭔지 확실한 정리는 되지 않았지만 반성해야 할듯하다.ㅎ
첫댓글 비정하고 냉혹했던 동계 와싱턴 산의 면모를 여지없이 들춰낸 등정기를 대하고 보니 고진감래란 성어가 떠오르네요. ㅎ 다시 날이 풀리고 길이 열리면 산의 자유를 찾아서 부지런히 오를 소망으로 오늘도 힘차게~~♧ 잘 읽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겨울철 산행이지요...근간의 포근한 날씨덕에 너무 나태해진것 같아요. ㅎ
거의 일년을 두서너달 남겨놓고
빠짐없이 열심히 산행했는데도
여전히 초행길 같은건 어찌하남요 ㅋㅋ
기억력부족으로
항상 거기가거기인듯 따라다니는 산행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항상 함께 하여서 즐겁고 행복합니다
좋은글 감사하고요 산행길이 다시금
눈앞에 펼쳐지는듯 해서 산행중인것같아요
오메...
아직 1년이 안되었군요.
웡캉 펄펄 나르시니 수십년은 다니신걸로 착각.ㅎㅎ
항상 산행 후기로 신선함을 더 해주는 우리의 모습. 고마와요
산정님.
이번 산행에 빠지시면
난 어찌하오리요.....
흑흑
ㅎ 한주만 참아요. 놀래킬테니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