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크 음악은 작곡법 측면에서 볼 때, 다음 두 가지 점에서 르네상스 음악과는 명백하게 구분된다. 즉, 모노디(monody, 단음악)와 통주저음(通奏低音, throughbass 또는 basso continuo)의 발생인데, 이것이 바로크 음악이라는 새로운 시대양식을 결정짓는 조건이 된다.
어떠한 형태였든지간에 넓은 의미에서 다성음악(polyphony)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이미 행해져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서양음악에서 의식적인 다성음악은 대략 9세기에 발생된 것으로, 16세기 말까지 현저한 발전을 했다.
그러나 17세기에 들어서면서 모노디의 발생과 통주저음의 사용에 의해 호모포니(homophony)라는 새로운 양식의 장을 열게 된다. 이 새로운 양식의 성립과 그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은 카메라타(camerata)의 멤버들로, 당시의 통념으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호모포닉 음악의 창조에 대한 시도가 이 카메라타라고 불리는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이 시도가 결국 레치타티보(recitativo)와 모노디라는 새로운 양식을 창안해내기에 이르렀으며, 급기야는 선율 위주의 음악에서 가사 위주의 음악이 나타났고, 마침내 오페라의 탄생을 보게 했던 것이다.
카메라타(이탈리어 어로 ‘동호회’ 또는 ‘사교모임’이라는 의미)는 16세기 말 피렌체의 바르디(Giovanni Bardi, 1534~1612) 백작의 집에 모여, 고대 그리스 극의 음악을 모델로 하는 새로운 음악형식의 가능성을 비롯해 고대 그리스 예술의 부흥에 대해 논의를 하던 음악가·시인·학자 그리고 예술에 관심이 있던 귀족들의 비정규적인 모임이었다.
카메라타의 멤버는 바르디 백작을 비롯해서 시인 리누치니(Ottavio Rinuccini, 1562~1621)와 타소(Torquato Tasso, 1544~95), 류트 연주자이자 음악 이론가인 갈릴레이(Vincenzo Galilei, 1527~91, 천문학자 갈릴레오의 아버지), 작곡가 카치니(Giulio Caccini, 1545경~1618)와 페리(Jacopo Peri, 1561~1633) 등이었다.
그들은 다수의 그리스 비극을 편집했던 피렌체의 학자 메이(Girolamo Mei, 1519~94)의 제안에 따라 그리스 음악에 관한 논의들, 특히 그리스 음악이 청중들에게 주었던 심리학적·기적적 효과라든가, 음악과 가사의 관계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그리스 음악이 갖고 있는 감정적 효과를 인정했던 갈릴레이는 1581년에 〈고대와 현대 음악에 관한 대화(Dialogo della musica antica et della musica moderna)〉라는 논문을 출판했는데, 여기에서 메이의 논리와 카메라타 모임에서 논의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갈릴레이의 주장은, 음악에서 가장 우아하고 중요한 부분은 가사에 의해 표현되는 영혼의 개념으로, 모든 가사에는 그것에 꼭 맞는 선율과 리듬이 한 가지씩 있기 때문에, 여러 성부들이 동시에 다른 리듬과 다른 선율로 가사를 노래한다면 혼란만 줄 뿐, 그 음악은 가사의 올바른 전달도 불가능할 뿐더러, 가사가 가지고 있는 감정적 효과마저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 인들처럼 극의 대사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감정적 효과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음악과 비슷한 짜임새로 돌아가 연극조로 낭독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따라서 갈릴레이는 당시의 복잡한 대위법적 다성음악을 혐오했으며, 마드리갈에 쓰이던 ‘가사 그리기’를 유치한 방법이라고 공박했다. 마드리갈이 시도했던 ‘가사 그리기’는 가사 내용의 단순한 시각적 묘사 혹은 의성적 묘사였지만, 갈릴레이는 가사의 자연스러운 억양, 가사 전체가 지닌 감정 상태가 고려되는, 한 차원 높은 선율의 표현 개념을 주장했다.
이 그룹의 또 다른 멤버인 카치니와 페리도 가사에 나타나는 감정을 듣는 이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음악을 작곡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실제로 카치니는 새로운 모노디 양식을 발전시켰는데, 모노디 양식이란 반주가 있는 단선율 노래로, 이것은 가사를 분명하게 전달하려는 것이 그 출발점이었다.
현존하는 것으로 가장 오래 된 모노디 양식의 음악은 카치니가 1602년에 출판한 〈신음악(Le Nuove musiche)〉이라는 가곡집이다. 이 가곡집은 통주저음의 반주를 가지는 모노디 양식으로 작곡된 아리아와 마드리갈 을 포함하고 있다.
통주저음이란 극히 축소된 간단한 형식의 반주로서, 저음 성부에 간단한 베이스가 주어지고, 화성의 보충은 반주자의 즉흥연주에 맡겨진다. 솔로 성부가 쉬는 동안에도 저음 성부는 계속해서 연주한다고 하여 통주저음(thorough bass) 또는 계속저음(basso continuo)이라고 하며, 즉흥적으로 연주되는 반주의 화성은 베이스 선율 위에 나와 있는 숫자에 따라 연주되므로, 숫자저음(figured bass)이라고 불려지기도 한다.
바로크 시대를 ‘통주저음의 시대’라고 불렀을 만큼 통주저음은 바로크 시대에 중요한 작곡 방식으로 등장했다. 〈신음악〉에서 선율 양식은 가사의 의미와 자연스러운 악센트·억양 등을 고려한 말과 노래의 중간적 성격을 띠는 낭송조였다. 이러한 양식을 카치니 자신은 극적인 표현 양식이란 의미로 공연 양식(stile rappresentivo)이라고 불렀지만, 후에 이것은 레치타티보 양식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 모노디의 발생은 900년경 다성음악의 태동과 함께 서양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왜냐하면, 모노디의 출현으로 자유로운 개성적 표현이 가능해졌고, 가사를 분명히 전달할 수 있게 되었으며, 또한 이 양식은 바로크 시대의 중요한 악곡형식인 오페라·오라토리오·칸타타의 모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출처 : 서양음악사 100장면(1),pp.195~200. --------------------------- ☞ ♬♬♬ 음악감상 : 카치니(Caccini) <아베마리아> * 실제 작곡가는 러시아의 바빌로프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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