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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중중모리)
정언 사령이 나온다. 정언 사령이 나온다. 각도 각읍 소경님네! 오날 잔치 망종이니, 잔치 참례 어서 허오! 골목골목을 다니며 이렇듯 외난 소리, 원근산천이 떵그렇게 들린다.
(아니리)
수백 명 봉사 성명을 차례로 물어가다 심 봉사 앞에 당도하야, 당신 성명은 무엇이오? 수백 리 길을 걸었더니 시장해 죽겠소. 먹을 것이나 있으면 좀 주시오. 글쎄, 성명만 일러주시면, 배고픈 사람은 밥도 주고, 술도 주고, 떡도 주고, 고기도 주고, 또 마누라 없는 사람은 여기서 마누라까지 쨈매 줄 것이니, 얼른 얘기하시오. 아따, 거 실없이 여러 가지 것 많이 주네. 그렇다면 내가 저 황주 도화동 사는 심학규라고 허는 사람이오. 심 맹인 계신다! 허고 우 달려들어, 심 봉사를 별궁으로 입시하려고 하니,
(창조)
그때에 심 봉사 생각하되, 내가 딸 팔아먹은 죄가 있는디, 이 잔치를 배설키는 수맹인 만좌중에 날 잡아 죽일려고 배설을 하였구나.
(아니리)
자, 내 지팽이나 좀 잡으시오. 한 번 죽지, 두 번 죽을랍뎌? 더듬더듬 별궁으로 들어가니, 심 황후 용궁에서 어언간 삼 년이 되었고, 심 봉사 딸 생각에 어찌 울었던지 더없이 백수되어 잘 알 수가 없는지라. 심 황후 분부허시되, 그 봉사 거주 성명과, 처자가 있나 물어보아라.
(창조)
심 봉사 처자 말을 듣더니, 먼 눈에서 눈물이 뚝뚝뚝뚝 떨어지며,
(중모리)
예, 소맹이 아뢰리다. 예, 아뢰리다. 예, 소맹이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동이 고토옵고, 성명은 심학규요, 을축년 삼월달에 산후 탈로 상처허고, 어미 잃은 딸자식을 강보에 싸서 안고, 이 집 저 집을 다니면서 동냥젖을 얻어멕여 겨우겨우 길러내어, 효성이 출천하야 그 애가 밥을 빌어 근근도생 살아갈 제, 우연한 중을 만나, 공양미 삼백 석만 불전으로 시주하면 소맹 눈을 뜬다기로, 효성 있는 내 자식이 남경 장사 선인들께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로 죽은 지가 삼 년이오. 눈도 뜨지도 못하옵고 자식만 팔아먹은 놈을 살려 주어 쓸 데 있소? 당장에 목숨을 끊어 주오.
(자진모리)
심 황후 이 말 듣고, 산호 주렴을 걷어버리고 버선발로 우루루루루루루루루. 부친의 목을 안고, 아이고, 아버지! 심 봉사 깜짝 놀래, 에이? 아버지라니? 아버지라니, 누구요? 아이고, 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소. 무남독녀 외딸 하나 물에 빠져 죽은 지가 우금 삼 년인디, 이것이 웬 말이오, 에이?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인당수 풍랑 중에 빠져 죽던 청이가 살아서 여기 왔소. 어서어서 눈을 떠서 소녀를 보옵소서. 심 봉사가 이 말을 듣더니 어쩔 줄을 모르는구나. 에이? 내 딸이라니? 내 딸이라니? 내가 죽어 수궁 천지를 들어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이거 참말이냐? 죽고 없는 내 딸 심청, 여기가 어디라고 살어오다니 웬 말인고? 내 딸이면 어디 보자. 어디 내 딸 좀 보자! 아이고, 내가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지. 아이고, 갑갑허여라! 어디, 내 딸이면 좀 보자! 심 봉사가 두 눈을 끔적끔적 끔적끔적 끔적끔적 끔적끔적 끔적끔적 끔적끔적 허더니마는, 두 눈을 그저 번쩍, 딱 떴든가 보더라.
(아니리)
심 봉사 눈을 떠서 사면을 살펴보니, 세상이 모두 허적허적 허제. 심 봉사 눈 뜬 바람에 수백 명 봉사들도 모두 개평으로 눈을 뜨는지, 눈을 뜨는 데도 장단이 있든가 보더라.
(자진모리)
[A][ 만좌 맹인이 눈을 뜬다. 전라도 순창 담양 새 갈모 떼는 소리로, 짝짝 허더니마는 일시에 눈을 떠버리는디, 석 달 안에 참례허고 내려간 맹인들도 저의 집에서 눈을 뜨고, 미처 당도 못헌 맹인 중로에서도 눈을 뜨고, 가다 뜨고, 오다 뜨고, 앉아 뜨고, 누워 뜨고, 서서 뜨고, 홰내다 뜨고, 울다, 웃다 뜨고, 자다 깨다 뜨고, 졸다 번뜩거리다 뜨고, 눈을 끔적거리다 뜨고, 눈을 부벼 가며 뜨고, 어떤 사람은 그냥 제 마음대로 뜨고, 지어비금주수(至於飛禽走獸)까지 일시에 눈을 떠서 광명 천지가 되었구나.]
(중략)
(아니리)
㉠이렇듯이 춤추고 노닐 적에, 황극전 너른 뜰이 춤 바다가 되었구나. 모두 이렇게 춤추고 노는디, 그중에 봉사 하나 눈 못 뜨고 엉거주춤 서서 울고만 있으니, 심 황후 분부허시되, 지어비금주수까지도 눈을 떴난디, 어찌해 저 봉사는 눈을 못 뜨난고? 죄상을 아뢰어라. 그때여 황 봉사가 뺑덕이네를 유인해 간 죄로 눈을 못 뜨고 그 자리 엎드러지더니마는 죄상을 아뢰는구나.
(중모리)
예, 죄상을 아뢰리라. 예, 죄상을 아뢰리라. 심 부원군 행차시에 뺑덕이라는 여인을 앞세우고 오시다가, 주막에 들러 유숙을 허실 적에, 주인과 약속을 허고 뺑덕이네를 유인허여 밤중에 도망을 허였는디, 그날 밤 오경 시에 심 부원군 우시는 소리 구천에 사무쳐서 명천이 아신 바라, 여태 눈을 못 떴으니, 이런 천하 몹쓸 놈을 살려 주어 쓸 데 있고? 비수검 드는 칼로 당장에 목숨을 끊어 주오.
(아니리)
심 황후 이 말을 들으시더니, 인수무과(人誰無過)리오? 개즉위선(改則爲善)이라. 네 죄를 네가 아는 고로 시이 살리노라. 어서 눈을 뜨라. 어명허여 놓으니, ㉡황 봉사 그래도 죄가 남아 있어 눈 하나밖에 못 뜬 것이, 마치 총 놓기 좋게 떴든가 보드라. 이런 일을 보더라도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요, 적악지가(積惡之家)에 필유여앙(必有餘殃)이라. 어찌 천도가 없다 이르리오?
(엇중모리)
㉢그때여 심 생원은 어전에 입시시켜 부원군을 봉허시고, 무릉 태수 형주 자사 좌수사로 보내시고, 무릉촌 장 승상댁 부인은 별급 상사시키시고, 그 아들은 직품을 돋오아 예부 상서 시키시고, 안 씨 부인 교지를 내려 정렬부인을 봉허시고, 화주승은 불러올려 당상을 시키시고, 젖 먹이던 부인들과 귀덕 어머니는 천금상을 내리시고, 도화동 백성들은 세역을 없앴으니, 천천만만세를 누리더라. ㉣어화, 세상 여러분들! 인간의 백행 근본 효도밖에는 없는 것이, 심청 같은 효를 본받어 천추 유전허옵시다, 그 뒤야 뉘 알리오? ㉤이 사람 목도 아프고, 고수 양반 팔도 아플 것이니, 그만 더질 더질 더질.
‘심청가’(강산제 정응민 바디)
* 지어비금주수: 날짐승에서 길짐승까지.
* 인수무과: 사람이면 누가 잘못이 없을까.
* 개즉위선: 고치면 곧 선함이 된다.
* 적선지가에 필유여경: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
* 적악지가에 필유여앙: 악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재앙이 남는다.
41. 윗글의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정언 사령은 심 봉사를 찾아 심 황후에게 데리고 간다.
② 심 봉사는 별궁에서 자신이 딸을 잃은 사연을 이야기한다.
③ 심 봉사는 맹인 잔치를 연 것이 자신을 벌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④ 심 황후는 잔치에 온 심 봉사를 단번에 알아보고 맞이한다.
⑤ 심 황후는 황 봉사의 죄상을 알게 되지만 황 봉사를 벌하지 않는다.
42. [A]를 설명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다양한 상황을 열거하여 해학성을 높이고 있다.
② 상황의 반전을 통해 극적 흥미를 일으키고 있다.
③ 사건의 인과 관계를 밝히면서 다음 사건을 예고하고 있다.
④ 감각적 표현을 활용하여 사건의 배경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⑤ 유사한 성격의 사건을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현실의 비극성을 심화하고 있다.
43. 보기와 연결하여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강산제 심청가’는 심 봉사가 눈을 뜨게 된 이후의 상황을 확대하여 다루고 있는 대표적인 창본이다. 심 봉사가 심청과 재회하여 눈을 뜨는 것에서 작품을 마무리하지 않고 주인공과 관계된 인물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부연한 후일담(後日譚)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그동안 이 후일담을 사족(蛇足) 정도로 이해하고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후일담에 심청가의 주제와 당대의 서민 의식뿐만 아니라 판소리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고 평가하고 있다. 윗글에서는 중략 이후의 내용이 후일담에 해당한다.
① ㉠: 장단을 통해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판소리의 종합 예술적 성격을 드러내고 있군.
② ㉡: 주변 인물에게 일어난 사건을 통해 권선징악의 주제 의식을 강조하고 있군.
③ ㉢: 신분 상승에 대한 서민들의 소망이나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군.
④ ㉣: 청자에게 직접적으로 효의 가치에 대해 일깨우고 있군.
⑤ ㉤: 청자에게 창자와 고수의 상황을 언급하면서 공연을 마무리하고 있군.
2014년 EBS수능완성국어영역 국어 A형
[수능완성 국어영역 국어 A형 실전편]
실전 모의고사 2회
고전 산문(41~43)
‘심청가’(강산제 정응민 바디)
지문 이해하기
(해제) ‘심청가’는 현전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이다. ‘강산제’는 판소리의 유파인 서편제의 한 갈래이며, ‘바디’란 판소리와 같은 구전 예술에서 스승으로부터 전승하여 한 마당 전부를 음악적으로 절묘하게 다듬어 놓은 소리를 말한다. 등장인물이나 사건 전개는 잘 알려진 ‘심청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후반부에서 심학규가 눈을 뜨고 세상의 모든 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과 황 봉사는 눈을 한쪽밖에 뜨지 못한다는 대목에서는 골계미가 드러난다.
(주제) 지극한 효성과 권선징악
전체 줄거리
황주의 맹인 심학규(심 봉사)는 외딸 심청을 얻는다. 그러나 곽씨 부인이 심청을 낳고 죽어 심 봉사는 젖동냥을 다니며 어렵게 딸을 키운다. 어느 날, 심 봉사는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면 눈을 뜰 것이라는 화주승의 말을 듣고 속을 태운다. 이에 효성이 지극한 심청은 공양미 삼백 석에 용왕의 제물로 팔려가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 뒤늦게 이를 안 심 봉사는 자신을 한탄한다. 옥황상제의 구원으로 환생한 심청은 심 황후가 되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맹인 잔치를 벌인다. 맹인 잔치에 온 심학규는 심청과 재회하게 되고 눈을 뜬다. 전국 팔도의 모든 맹인도 눈을 뜨게 되고, 심청을 도운 많은 사람들이 부귀를 누리게 된다.
41. 작품의 내용 파악(답)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④ 확인: 단번에 알아보고 맞이한다.
두 번째 (아니리)에서 심 봉사가 딸을 잃은 슬픔에 너무 많이 울어 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늙었고 이에 심 황후가 성명 등을 물어본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심 봉사를 찾아 심 황후에게 데리고 간다.
첫 번째 (아니리)에 나타나 있다.
② 확인: 별궁에서 자신이 딸을 잃은 사연을 이야기
첫 번째 (중모리)에 나타나 있다.
③ 확인: 맹인 잔치를 연 것이 자신을 벌하기 위한 것
첫 번째 (창조)에 나타나 있다.
⑤ 확인: 죄상을 알게 되지만 황 봉사를 벌하지 않는다.
중략 이후의 (중모리)와 두 번째 (아니리)에 나타나 있다.
42. 서술상 특징 파악(답) ①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① 확인: 다양한 상황을 열거하여 해학성
‘가다 뜨고, 오다 뜨고, 앉아 뜨고, 누워 뜨고, 서서 뜨고, 홰내다 뜨고, 울다, 웃다 뜨고, 자다 깨다 뜨고, 졸다 번뜩거리다 뜨고, 눈을 끔적거리다 뜨고, 눈을 부벼 가며 뜨고’와 같은 표현이 해학성을 높이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② 확인: 상황의 반전
(ⓐ)에서는 심 봉사의 개안과 관련한 해학적 상황을 다루고 있으므로 반전이라 볼 수 없다.
③ 확인: 사건의 인과 관계
사건의 인과 관계가 드러나 있지는 않다. 인과 관계를 밝힐 수 없는 비현실적 내용이다.
④ 확인: 배경을 치밀하게 묘사
배경 묘사는 나타나 있지 않다.
⑤ 확인: 현실의 비극성을 심화
현실의 비극성을 해소하고 골계미를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다.
43.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답) ①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① 확인: 장단을 통해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판소리의 종합 예술적 성격
㉠은 ‘아니리’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장단이 없으며, ㉠에 춤을 춘다는 내용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것은 창자가 전달하는 내용일 뿐이므로 실제 판소리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② 확인: 권선징악의 주제 의식
뺑덕이네를 유인해 간 황 봉사는 눈을 한쪽밖에 뜨지 못한다고 나오므로 권선징악의 주제 의식과 연관된다.
③ 확인: 신분 상승에 대한 서민들의 소망이나 의식
등장인물의 대부분이 높은 벼슬에 오르도록 상황을 설정한 것은 당대 서민들의 소망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④ 확인: 청자에게 직접적으로
‘어화, 세상 여러분들!’이라는 구절이 해당한다.
⑤ 확인: 창자와 고수의 상황을 언급
‘이 사람 목도 아프고, 고수 양반 팔도 아플 것’이라는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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