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0개의 학교 방문을 마무리하고 이제야 학습연구년 교사다운 모습으로 한 3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간의 피로도 풀 겸 한 2주 정도 작정하고 시간을 냈는데 두 분 때문에 푹 쉬지도 못했습니다. 시간이 주어지니 자연스럽게 그간 미뤄두었던 책들에 눈이 갔는데 이 두 권의 책에 먼저 손이 갔습니다.
단숨에 읽었습니다. 먼저 이성우 선생님의 편지를 읽고 이제 막 권재원 선생님의 편지를 내려놓았습니다. 읽은 다음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우선 답장부터 보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편지에는 답장이 가장 좋은 화답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책으로 묶어 공개편지를 썼으니 답장도 공개해서 이렇게 보냅니다.
편지는 두 분이 각자가 쓰셨지만 답장은 두 분께 같이 쓰기로 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원래 두 분이 편지글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묶으려고 했는데 사정상 따로 나온 것으로 알기에 그래도 무방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해 부버의 「나와 너」를 읽다가 다 못 읽고 내려놓고 말았습니다. 게으름이 주된 이유지만 꼭 제 잘못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왜 철학책은 이렇게 어럽게 쓰여지는지 그들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하긴 읽다만 철학책이 한두 권이 아니네요. 대충 개념어 한두 개 취하고 접어두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두 분이 쓰신 편지를 읽으며 참 반가웠습니다. 제가 그토록 어렵게만 여기던 철학, 사회학, 교육학 개념을 제가 몸 담고 있는 학교의 속살에 비추어 너무 쉽게 들려주었기 때문입니다.
두 분의 타고난 글솜씨가 솔직히 부러웠습니다. 그러나 이건 글솜씨라기보다라 그간 사색과 실천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기에 부러움은 내려놓고 두 분의 편지를 거울 삼아 지난 10여 년의 내 교단살이를 비춰가며 읽었습니다. 두 분은 이 글을 예비교사와 젊은 교사들에게 보내는 편지라 하였지만 편지의 내용은 현직교사로 10여 년 잔뼈가 굵은 제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는 학습연구년을 보내여 여느 해와는 다르게 보내고 있지만 곧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지금, 남은 교직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은 고민을 제게 던져주었습니다.
올해 두 분을 알게 된 것은 제게 큰 복이었습니다. 소소한 인연이 실천교육교사모임으로 이어진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오래오래 함께하며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교사실천교육학의 불모지에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촉촉한 단비마저 적셔주신 두 분께 깊이 고마움을 전합니다.
2015년 12월 16일
눈 내리는 날 익산에서
정성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