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렇게 달라지고 있다!
초중고리그의 효과 중에 공부 측면만 부각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더 큰 의미가 숨어있다.
첫째, 공부하는 축구 선수를 통한 이미지 향상이다. 요즘 초등부 지도자들은 학부모들에게 축구선수 권유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한다. “이제는 공부와 축구를 병행하고 있으니 축구를 하다가 소질이 없으면 공부를 하면 된다”는 얘기가 점차 자연스러운 대화법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부와 축구에 동시에 자질이 있는 우수 인재가 축구에 부담 없이 입문하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은 한국축구가 강해지기 위한 중요한 요소다. 물론 생애 처음으로 접한 스포츠가 축구라면 아이들에게는 평생 축구팬으로 살아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둘째, 단순히 축구 경기에서 축구 문화로 한 단계 격을 높이고 있다. 예전의 학교 운동부는 그들만의 문화였다. 전국대회 참가 횟수 제한이 있기 전에는 3월에 지방으로 떠났다가 6월에 학교에 돌아온다는 말을 우스갯소리처럼 했다. 이제는 학교 가까운 곳에서, 혹은 학교에서 방과 후 혹은 주말에 경기를 하므로 주변 친구나 친지들이 경기를 볼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홈 경기 개최를 신청한 일부 학교에서는 일반 학생들이 자원봉사로 홈경기 진행에 참여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지역 사회와 동문회의 관심도 늘었다. 과거에는 학부모 외에는 지방에서 개최되는 전국대회를 볼 기회가 없었으나 이제는 가벼운 차림으로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지역 명문 팀의 경기를 볼 수 있는 것이다.
2010년 KFA가 여론조사 기관 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학부모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항목이 ‘아이들의 경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좋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수요일 방과 후에 경기를 실시한 지역은 학부모들로부터 주말로 경기 일정을 옮겨달라는 항의 전화도 많았다.
셋째, 클럽 팀 문호 개방을 통한 저변확대다. 2004년도를 정점으로 매년 15~20팀씩 초등학교 축구부가 해체되고 있었다. 반대로 제도권 밖에서는 클럽축구가 활성화되고 있었다. KFA는 초중고 리그 시작과 함께 초등과 중등부에는 일정 기준을 통과한 클럽 팀도 참가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그 결과 초중고 리그 전체 참가팀은 2009년 576팀에서 2010년 607팀으로 늘었다. 2010년의 경우 클럽 팀이 97팀(초등부 78팀, 중등부 19팀)으로 전체의 16%에 달하고 있다. 중등부 클럽 팀은 경기력 차이로 인해 일부 팀이 중도 탈락을 했지만, 초등부의 경우 단 1팀만 탈락을 하고 리그를 끝까지 완주했다.
초등부는 64팀이 참가하는 왕중왕에도 클럽 팀이 7개나 진출했다. 문호 개방 초기에는 클럽 팀과의 경기력 차이로 인해 의미 없는 경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는데, 이제는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초등학교 지도자들이 학교 축구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클럽 팀처럼 전학을 하지 않고도 선수를 등록할 수 있도록 건의하는 실정이다.
넷째, 지방 축구협회의 행정력 강화다. 외부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축구계 내부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시도축구협회의 행정이 매우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중고리그 시작 후 다른 종목의 지방협회 조직에 비해 시도축구협회는 훨씬 바빠졌다. 예전에는 특정 대회 기간에만 바빴지만, 이제는 연간 리그 일정에 따라 꾸준한 업무가 있다. 리그 숫자에 따라 직원도 최소 2명에서 최대 4명까지 늘어났다.
경기장 확보, 경기 진행과 결과 보고, 감독관과 심판 교육, 배정 등 경기 관련 업무 외에도 시도협회의 회계 업무 발전도 뚜렷하다. 일부 시도에서 과거 잘못된 관행에 따라 운영하다가 집행부가 교체되는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16개 시도축구협회가 이제는 예산의 올바른 집행과 정산에 대해 공감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반 기업체 수준에서 볼 때는 상당히 늦은 것처럼 보이나 우리나라 스포츠 단체의 열악한 실정에 비하면 가히 눈부신 발전이 아닐 수 없다.
다섯째, 경기력 향상이다. 리그제 이후 연간 공식경기를 최소 18경기씩 치르기 때문에 경기 경험 축적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1경기 지면 탈락하는 토너먼트 대회방식에 비해 선수 기용 폭도 넓어지고, 지도자와 선수들의 전술 운용폭도 넓어졌다는 평가다.
훈련량이나 지도 스타일의 변화도 눈에 뛴다. 토너먼트 대회는 10일 정도에 6~7경기를 소화해야 하므로 체력 훈련이 우선 되어야 했는데, 이제는 매주 1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기본 체력이면 되므로 체력보다는 기술, 전술 훈련이 우선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감독님들이 작전판 들고 말씀하시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하고, 지도자들도 "상대팀 분석하느라 머리가 많이 아파졌다"고 표현하고 있다.
하루 훈련도 예전에는 1일 2~3회씩 훈련을 했으나, 이제는 선진국 유명 클럽에서처럼 1일 약 2~3시간을 집중력 있게 하는 식으로 점차 변하고 있다. 물론 연령대별로 적정 훈련시간, 횟수, 강도, 내용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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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리그 경기 모습 ⓒKFA 홍석균 |
6. 앞으로 가야할 길
초중고리그는 많은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도 여전히 많이 있다.
첫째, 인프라 확충을 통한 홈경기 확대다. KFA는 축구부 있는 학교에 인조잔디 조성과 조명탑 설치 확대를 정부에 건의해오고 있다. 2009년부터 확대 실시되는 인조잔디 사업은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200개교,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300개교 등 총 1,000개교에 조성이 된다.
그리고 조명탑은 2011년부터 연간 200개교씩 총 5년간 1,000개교에 설치한다. 1곳당 1억 5천만원씩 지원하는 것으로 주말리그에 참여하는 학교 및 경기장으로 활용되는 학교에 우선 설치된다. 시설 인프라가 완비되어 홈경기를 확대하면 고학년 경기 후 경기를 뛰지 못한 저학년간의 친선 경기가 가능해질 수 있다. 가까운 팀 간의 대진일 경우, 금요일 밤 경기 후 토요일과 일요일을 쉴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 시설 인프라 확충을 위한 축구계의 건의를 받아들인 만큼, 일선 학교에서는 적극 신청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저변확대 강화다. 초등학교 단계에서 재능을 가진 선수가 축구에 대한 거부감 없이 입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먼 타지로 전학가지 않고 부모님의 품에서 공부도 하고 축구도 배울 수 있도록 전국 도처에 많은 축구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2011년부터는 정부와 함께 초등학교부터 학교 스포츠 클럽 대회를 신설할 예정이다. 기존의 초중고리그는 1부리그가 되고, 클럽 대회는 2부리그격이 되는 것이다. 클럽 대회 참가팀 중 우수 팀이나 우수 선수는 1부리그인 초등리그에 승격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초-중등 체육 활성화 방안’은 일반 학생들의 체육 수업을 강화하고 학교 스포츠 클럽 참여를 높이는 내용이다. 초중고리그가 운동 선수들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라면, 이번 정책은 일반 학생들이 운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축구계는 선수 확보 차원이든, 축구팬 확보 차원이든 이런 정책에 대해 능동적인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지도자 처우 개선이다. 한국의 전통인 학교 축구부를 잘 살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학교 축구부임에도 불구하고, 80% 이상의 축구부가 학부모가 낸 돈으로 운영되는 것이 현재 실정이다. 이 때문에 대회 성적이나 선수 기용 시 지도자가 학부모의 눈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심한 경우 성적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해 체벌 등 무리한 지도방법의 유혹에 빠지기도 했다.
더불어 이제는 정부에서 학교운동부 활동을 학교 교육의 일환으로 인정하여, 지도자 고용 시 학교와 직접 계약을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도자가 신분이 안정이 되면, 선수의 연령에 맞는 기술 축구, 즐기는 축구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에서 관련한 법을 제정하고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축구 뿐만 아니라 한국 스포츠계 모두가 정부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KFA도 지도자들의 자질 향상을 위해, 국내외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넷째, 실질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초중고리그 시작 후 선수들이 교실로 들어가는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09년에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초등학교는 선수들 대부분이 실제 수업을 정상적으로 받고 있으며, 중등부도 조금씩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 자체적으로 야간에 축구선수 수준에 맞는 영어, 국어, 한문 등 특별 과외를 해주는 사례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리그 시작 후 최초 3년간은 의무 교육 단계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목적을 두고 있으며, 4년차부터는 실질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인문계, 실업계 등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고등학교의 경우, 운동 선수에 맞는 커리큘럼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학업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는 높은 수준의 공부를 하겠지만, 모든 선수가 일반 학생과 같은 학업 수준을 요구할 수는 없다. 대학 진학 후 전문 분야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선수 은퇴 후 다양한 분야로 진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학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리그 정착에 따른 토너먼트 대회의 획기적 개선이다. 학기 중에 실시되는 초중고리그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이제는 선수와 지도자의 휴식 보장을 위해서라도 방학 중에 실시되는 전국 토너먼트 대회의 축소 방안을 심도있게 강구해야 한다.
1년간의 팀 전술 준비를 하는 겨울 방학 기간에 실시되는 토너먼트 대회는 팀에게 매우 부담스럽다는 것이 많은 지도자들의 의견이다. 2010년의 경우, 폭염으로 인해 여름방학 토너먼트 대회 개최에 대한 학부모의 항의 전화가 유독 많았던 해였다. 토너먼트 대회를 주관하는 시도축구협회, 언론사 등의 이해와 협조를 통해 대회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강구 중에 있다.
초중고 축구리그는 여전히 미완성이다. 선수, 지도자, 학부모 그리고 학교 사회의 많은 협조와 이해가 필요하고, 경기를 준비하는 심판, 감독관, 시도협회 임직원들의 헌신과 노력이 함께 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우리 축구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 오늘도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글=김종윤(KFA 경기국 경기운영1팀 과장)
* 대한축구협회 기술정책 보고서인 'KFA 리포트' 2010년 11월호 '축구 칼럼'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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