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언 땅을 뚫고 육지의 봄소식을 알리는 전령사가 된 '쑥', 그리고 바다에서는 통통하게 살이 차오르기 시작한 '도다리'. 육지와 바다가 만나 조화를 이루며 맛과 향이 일품이라 봄에는 꼭 찾게 되는 '도다리쑥국'.
봄이 되면 부산과 경남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몸 보양을 위해 '도다리쑥국' 한 그릇 하자는 인사치레를 하곤 한다. 도다리쑥국은 갖은 양념을 넣어서 끓이는 매운탕이 아닌, 재료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맑은 탕으로 먹는 음식이다. 햇쑥의 향긋한 내음을 머금은 도다리쑥국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풀어내기에 그 어떤 음식과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
흔히 계절을 대표하는 생선의 대명사로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 칭한다. 미식가들은 봄과 함께 도다리쑥국을 찾아 맛집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도다리는 진짜 도다리가 맞을까? 아쉽지만 도다리는 어획량이 적어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귀한 생선이 된 지 오래다. 요즘 부산과 경남 일대에서 도다리라고 부르는 생선은 대부분이 '문치가자미'를 말한다.
문치가자미는 주로 겨울철 남해 연안에서 산란한다. 산란기 동안에는 모든 영양분이 알과 정소로 모여 맛이 덜하다. 봄철이 되면 산란을 마친 문치가자미가 빈 배를 채우기 위해 활발한 먹이활동을 하며, 다시 새살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이 때의 문치가자미 맛이 최고이고 가격도 가장 비싸다.
한편 도다리는 문치가자미와 생김새가 비슷해 일반인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문치가자미가 타원형에 가깝다면, 도다리는 마름모 형태이며 암갈색의 작은 반점이 산재해 있다.
또한 광어라 부르는 넙치와는 배를 중심으로 눈의 위치가 다른 방향(좌 넙치, 우 가자미)이다. 넙치는 양식이 되지만, 도다리는 양식이 되지 않는다.
도다리와 문치가자미가 외형적인 차이는 있으나 태어나고 성장하는 곳이 남해안이고, 한때는 도다리도 많이 어획되어 오랫동안 도다리가 요리에 많이 사용되었을 것이다. 새삼 도다리쑥국을 문치가자미쑥국으로 불러 이름을 되찾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시 도다리가 많이 잡히는 시기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대로 담으면 될 것 같다.
가자미처럼 흰살생선은 맛이 담백한 저지방 고단백으로 살이 연하고 부드러우며, 비타민 B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뇌질환 예방 및 염증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산모들에게는 미역을 넣어 도다리미역국을 권하기도 한다.
신선하고 담백한 문치가자미와 은은한 쑥 향기가 어우러진 시원한 국물 맛을 접하는 순간, 잃어버린 입맛도 되찾고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김종빈
국립수산과학원아열대수산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