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차는 1979년 그라나다였다
-정확히는 내차가 아닌 남편차였지만-
두 번째 1992년 나의 차 무적소나타
세 번째 로시 2009년 봄
-보내준 날 2019년 6월 나의 로시
"로시"너 또한 예외없이 숱한 어둠과 미명
그리고 폭풍과 눈보라와 태풍을 헤집고 다녔다
수고 많았다
너를 폐차장으로 보낼때 마음도 함께 부서지고 있었다
발등을 넘어간 교통사고 트라우마가 나에게서
핸들의 자유를 무자비하게 빼앗아갔다
로시는 알테지 이해할테지
이제 너를 꺼내어 보는 것을 보니 시간이 흘렀다
나의 최고의 애인이며, 친구이며, 동반자였던 로시
나를 살리고 없으면 죽고 마는 산소같은 나의 로시
회상한다. 사랑의 마음과 고마움을 담아
행복했다 나의 로시여.♥
*2019년 6월: 로시
*2019년 8월: 십여 년 투병의 하나뿐인 남동생
*2020년 4월: 오랜 세월을 같이 걷던 친구를 보냈다
휘청거렸던 2019년과 2020년이었다
2023년 6월이다. 시간위의 생은
죽을 곳이나 살 곳이나, 슬픔이나 기쁨이나
눈물이나 웃음이나 한방인 스트라익이다
멋지다 시간!. 멋지다 삶!
눈물이 없었다면 기쁨을 어찌 알았겠느냐
비밀/신연옥
이슬로 짜인 주머니에 온갖 것들을 담아
주먹을 꼭 쥐고 애지중지 갖고 있었다
한바탕 울고 난 아침,
조심조심 펼쳐보니
아무것도 없다
빈손이다.
손가락 뼈들도 살을 떠난 빈손
고요한 바람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빈손을 가진 사람들 앞으로
세상비밀이 담긴 판도라상자가 도착한다
빈손이라야만 열쇠를 집을수 있다.
2019년 6월ㆍ가는 로시
서쪽에서 예보대로 폭우를 만났다
차선을 빗물이 덮어버렸다
한 마리 갈매기가 두 날개를 세우고 휘청이며 날고 있었다
어느 세상에나 있구나 나 같은 부류가‥
오가는 차들은 없고 몇 대의 차량들은 비상등을 켜고
갓길에 정차하여 비가 여간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잠시 정차하여 쏟아붓고 있는 빗줄기를 보았다
숨을 크게 쉬었다 그리고 로시를 깨웠다
'로시야
나의 로시 일어나라 가자
죽고 사는 일은 시간에 맡기자'
숨을 돌리고 다독이며 시동을 걸고 다리를 건넜다
자동차 생애에서 위험한 순간 열 번째 안에
들어가는 시간이였다
후 저 정도의 비는 만난 기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