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여행
양상태
떠나기 전 준비할 때가 더욱 설레고 즐거운 것은 여행일 것이다. 그리고 돌아올 곳이 있어서 즐거운 것 또한 여행이다.
명절 연휴를 맞아 가족 구성원으로써 서로의 정을 교감하고, 여유를 가지고 뒤를 돌아보며 내일을 그려보려는 마음에서 아내와 나 그리고 아들이 동행을 하였다. 아내는 자주 여행에 따라나선다. 밥상 차리고 설거지하는 일에서 해방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더 좋아하는 일이 있기는 하다. 주식을 사려면 증권거래소에 가야 하고 빼빼로는 빼빼로데이에만 먹는 줄 알던 순박한 사람이 나와 같이 살다 보니 사나워지고 아금박스러워 짠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뭐니 뭐니 해도 여행의 백미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가는 고장마다 그곳만의 특별함이 있다. 한산도가 내려다보이는 통영은 충무김밥, 꿀빵이 있고 굴과 생선이 유명하다. 유명 관광지나 문화유산을 둘러보고 그곳 문화에 젖어 보는 것은 보람되고 나에게는 여행지의 전통시장을 둘러보는 일은 목적이자 정례화되어 있다.
통영, 이곳은 이번에 일곱 번째 찾은 곳으로 문화 예술의 도시다. 작곡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 소설가 박경리, 시인 김춘수, 유치환, 김상옥 등 많은 예술인을 배출하였다. 오죽하면 시인 백석은 통영 여인 박경련을 그리도 사랑하여 세 번씩이나 통영을 찾았을까 싶다.
생동감이 넘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한 전통시장. 예전 방문 때는 먹어보지 못한 물메기 맛을 보려 했으나 계절을 놓치고 말았다. 도다리쑥국은 조금 때가 일러 쑥 향이 없는 국을 맛만 보았다.
맛있게 먹고 가성비 좋은 통영의 ‘시락국’을 소개하고 싶다. 언젠가 안도현 시인이 서호 시장 ‘시락국’을 예찬하는 글을 본 적이 있어 이른 아침에 이불에서 몸만 빠져나와 고양이 세수하고 서호 시장을 찾았다. 깨끗한 부둣가며 거리도 깨끗했다. 전통시장도 예전 같지 않았다.
상인들은 일찍이 가게를 열고 좌판들을 펴고 손님을 맞으려 분주했다.
‘시락국’은 흔히 말하는 시래깃국이다. 바닷장어를 삶고 갈아 시래기와 된장을 풀어놓은 맑은 국이었다. 장어에서 나는 약간의 비린내를 희석하려면 ‘방아잎’과 ‘제피가루’를 넣으라고 따로 주었다. 밑반찬도 깔끔한 한식 한 상에 도다리 한 마리까지 튀겨주었는데 일 인당 8,000원이란다. 그것도 최근에야 1,000원을 올렸다 했다.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았다는 꼴뚜기젓까지 맛보기 하였다.
이번 방문에서 색다른 것을 발견하였다. 통영의 음식점에 가면 일회용 물수건을 주는데 모두가 노란색이다. 항상 기다린다는 뜻일까?
가족이란 씨줄과 날줄이 서로 엮이어 탄탄한 직조물이 탄생하고 그 안에 다양한 무늬와 자태를 뽐내듯이 같이 가준 아내와 아들이 자랑스러웠다. 아들은 성실한 제 엄마를 닮아 요즈음 아이들과 달리 조용하고 매사에 신중하며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배고프면 꼬락서니 하고는 제 아비를 쏙 빼어 닮았다. “나는 네 나이에 너를 잉태했다” 하면 배시시 웃기만 한다.
어느 날, 아내가 가슴이 아프다 하며 멍울이 만져진다고 했다. 병원에 가서 초음파검사와 사진을 찍고 조직 검사를 의뢰하였다.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은 왜 이리 길고도 긴지. 다행히 양성 판정을 받아 홀가분하게 다녀온 가족 나들이였다. 하마터면 마지막 여행이 될 뻔한 여행이었다.
첫댓글 의미 있는 가족여행
이셨네요.
인생을 즐겁게 사시는 방법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아내분이 무탈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