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11월14일 화요일
물안개 자욱한 용담댐을 지나 진안 모래내
고개를 내려서니 서녘 하늘이 배시시 밝아
온다. 군산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목적지 안면도 황포항에 도착한다.
저번 주 22차 트래킹에 이어서 안면도 황포
항에서부터 오늘의 목적지 꽃지해수욕장을
향해 오전 10시부터 항구라고 쪼맨한 어선
서너 척 정박해 있는 황포항을 둘러보고 언덕
너머 해안가에 '망재'섬과 '쌀썩은여' 해안을
가뿐한 걸음으로 걷기 시작한다.
망재가 있는 해안가는 옛날부터 암초가 많은
바닷길로 유명한 곳이었단다. 망인들이 넘어
가던 고갯길을 올라서니 망재라 불리는 커다
란 바위가 해안가에 우뚝 서 있다.
조선시대 여기 망재 앞 해안이 위험한 암초가
많은 바닷길이어서 이 해안가를 지나는 어선
이나 세곡선(세금으로 내는 쌀을 실은 배)이
좌초되는 사고가 많아 인명 피해만 없으면
조정에서도 세곡선 쌀 유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정도였다는데 파손된 배에 남아있던
쌀들이 바위에 쌓여 썩었다고 해서 "쌀썪은여"
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쌀썪은여를 지나면 샛별해변길이다.
샛별해안도 역시나 소나무 방품림이 훌륭하고
샛별은 새로운 해안이 형성된 새벌이 샛벌로
또 샛벌이 샛별로 바뀐 이름이라고 하는데
글쎄 어딘가 쫌~ 아뭏튼 이름은 그렇고 이
해안이 옛날엔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만들던
자염 생산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송림이 좋고 한적하니 조용한
해변으로 인기가 좋아서인지 해안가꾸기
국책사업지원으로 벌집 원두막과 솔숲 산책길
조성이 잘 되어 있었고 주변에 조망 좋은 곳에
아름다운 펜션이 멋지게 자리 잡고 있었다.
펜션 앞 정원은 아직도 가을꽃들이 한창이다.
솔바람 소리 조용한 바닷가를 내집 앞 정원처럼
맨발로 나서서 거닐고 들어올 수 있는 해변이
있는 펜션. 나도 언젠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 한번 쯤 찾아 와 묵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볼 정도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펜션을
여기서 하나 발견한거 같으다^^
샛별해안을 지나면 바닷가 주변에 지금은 묵어
칡넝쿨과 잡초가 차지하고 있지만 넓은 초지가
나오는데 "줄밭머리"다. 고려시대 강화도에서
끝까지 몽골군에 저항한 삼별초군의 목초지로
줄의 생산지였다고 한다.
줄밭머리 목초지를 지나면 군철조망이 지금도
해안가에 그대로 남아 있는 소나무 숲길을 따라
호젓한 바닷가를 한참 걷고 이어서 병술만 해안
이다. 병술만은 바닷가 갯벌을 통해 어선이
접안하기에 좋은 지형적 조건을 갖춘 곳이다.
지금은 이곳이 어촌체험마을로 학생들 체험
학습장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고려 삼별초
군이강화도를 떠나 진도까지 내려가 자리
잡기 전 이 곳 병술만 해안으로 먼저 들어 와
진지를 구축한 곳이다.
몽골의 40년 침략에 맞서 온 고려 조정이
1279년 강화도에서 개경으로 환도하려
하자 좌별초 우별초 신의군으로 구성되었던
삼별초군이 배중손 장군을 중심으로 조정에
항전을 시작하며 맞선다.
삼별초군이 강화도에서 천여척의 전선을
이끌고 남으로 내려 와 도착한 곳이 안면도
병술만이었고 이곳에 망대를 세우고 둔두리
발검배 유황맞이 목밭 목죽골 줄밭머리 마장
터에 항전의 터를 잡는다.
솔숲에 이는 바람결에 그들이 살아남고자
선택했던 이승에서의 절박했던 삶의 질곡
들의 함성과 원성 그리고 한숨이 섞여 들려
오는듯하다.
삼별초가 머물다 떠나간 석성터에 청설모가
먹이를 찾아 기웃거리고 병술만 해안가에
파도소리만 철썩철썩 무심하다.
병술만 어촌체험장 뒤편 송림은 골프장을
만든다고 그 귀한 천혜의 소나무를 얼마나
베어내고 파헤치는지 한참을 소나무 베어
낸 모랫길을 돌았다.서해랑길도 이 구간은
공사중이어서 길이 폐쇄되었다고 쬐끄만
안내송판 한장 세워져 있었다.
듣기로 골프장이 들어선다는데 오십년
이상 세월을 먹고 자란 소나무들을 그렇게
베어내고 꼭 이곳에 골프장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얼마나 중차대한건지 묻고
싶다. 허기사 돈이 제일인 세상이니 말해
무엇할끄나 ..
병술만 해안을 돌아나오니 꽃지해안 사구가
눈앞에 쭉 펼쳐지고 카페.호텔이 보인다.
오늘의 목적지가 쩌그 해안 끝이다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에 여유가 생겨분다.
아직은 춥다고 느껴지지 않을만큼 적당히
차갑지 않은 부드러운 바람을 벤취에 앉아
온몸에 받아들인다. 달콤한 노곤함~
철썩철썩 밀려 들어오는 파도소리가 아득히
멀어지려 한다. 싸웠나보다. 한마리 씩 따로
노는 갈매기를 바라보다 아직은 노을을 품지
않은 햇살에 간지러운 졸음이 곁에 다가 와
앉는다. 어디선가 바라보고 있는듯한 다정한
눈길을 느끼며 같이 걷는다는 생각으로
다시 일어나 꽃길같은 꽃지를 걷는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내 모습을 보셨는지
꽃지해수욕장 주차장앞에 도착하니
서울에서 바람쐬러 오셨다는 삼형제분이
바닷가에서 낙지 한접시에 소주 드시면서
자꾸 이루 내려오라고 손짓하신다.
소주 한잔씩 따라드리고(막내분은 운전이라
못드신단다 ㅎ)낙지 한점 얻어 먹고 사진
한장 찍어 드리고 출발지로 돌아 갈 택시를
부른 후 깐굴을 한봉지 사서 일어선다.
세분 다 팔십 넘으셨는데 건강하시고 우애있게
사시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 사능게 머 별건
가 가고 싶은데 마실도 댕기고 맛난거 먹음서
저러케 재미나게 살믄 되능거지. 암만 그게
최고지. 삼형제분 가시는 날까지 지금처럼
즐겁게 행복하시고요. 낙지 한점 감사했써유~
저 바위 사이로 지는 서해의 낙조를 보고
가얄텐데 오늘은 딱 4시에 도착하여 일몰
시간이 한시간 이상 남아 있어 기다리기가
그렇고 다음주를 기대해보기로 한다.
오늘 하루도 안면도 바람길 샛별길 노을길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송림 숲길과 바닷가 해안
길과 바위섬들 주변이 흘러가는 역사속 사연
들속에서 지명과 전설이 어떻게 바뀌어 가고
설화와 사실이 되어 오늘날까지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지 걷는 길을 통해 알게 되었다.
새롭게 알게 된 지명에 얽힌 사연들을 알아
가며 따박따박 걸은 시간들이 즐거웠고
아름다운 해안 송림들도 너무나 좋았고
걸음걸음 행복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여행으로 견문을 넓히고
걸어서 건강을 지키고
일석이조 최고여요 ~ ^^
2023.11/15.고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