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 요
흔히들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세상은 공평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것은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갑자기 잘 되던 사업이 망하거나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뜻하지 않은 변고가 생겨 동분서주(東奔西走:사방을 몹시 바쁘게 뛰어 다님을 일컫는 말) 하거나, 집안일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어 마음고생을 많이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특히 부모와 자식 간에 애를 태우며 속을 썩이는 경우도 흔하다. 이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을 원망하거나 누구를 탓하는 경우가 일쑤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해법을 찾아보자. 청말 중국이 극도로 혼란하고 불법의 쇠퇴하여 극심한 상황에서 중생교화와 불법을 널리 펼친 고승 대덕인 인광대사(1861∼1940))의 법문 내용 중 부모와 자식 사이에 네 가지 인연에 대해 어떻게 설파하고 있는지를 들여다 보고자 한다.
2. 부모와 자식 사이에 네 가지 인연
첫째, 인연을 갚는(報恩) 인연.
둘째, 원한을 갚는(報怨) 인연.
셋째, 빚을 갚는(償債) 인연.
넷째, 빚을 되찾는(討債) 인연이다.
첫째, 은혜를 갚는 인연이란, 부모와 자식간에 전생에 큰 은혜가 있어 그 은혜를 갚기 위해 금생에 자식으로 태어난 경우이다, 생전에 부모가 기뻐하도록 극진히 봉양하고, 사후에는 귀신이 흠향하도록 장례와 제사를 정성껏 모시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고 국민에게 혜택을 끼쳐 청사(靑史)에 이름을 남김으로써, 천하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그 사람을 흠모하면서 그 부모까지 존경하도록 훌륭한 도덕을 닦기도 한다. 역사속에 수많은 충신과 효자가 이 부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원한을 갚는(報怨) 인연이란, 부모가 자식에게 전생에 원한을 산 경우이다. 그걸 갚기 위해 부모가 자식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작게는 부모 마음을 거스르고, 크게는 화가 부모에게 미치게 하며, 살아 생전에는 맛있고 따뜻한 봉양을 올리지 않고, 죽은 뒤에는 황천에서도 모욕을 당하게 한다. 또 심한 경우에는, 권세나 요직에 앉은 신분으로 부정 부패와 불궤(不軌)의 죄악을 저질러, 가문과 친족을 파멸시키고 조상의 무덤까지 파헤치게 하며, 천하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그 사람을 욕하면서 그 부모까지 침 뱉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실예로, 왕망(王莽)이나 조조(曹操), 동탁(董卓), 진회(秦檜) 등과 같은 간신 역적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셋째, 빚을 갚는(償債) 인연이란, 자식이 전생에 부모에게 진 재산상의 빚을 갚으려고 태어난 경우를 말한다. 진 빚이 많으면 평생토록 뼈 빠지게 일해 받들어 모시지만, 빚이 적으면 잘 봉양하다가 더러 중간에 그만두기도 한다. 예컨대 힘들여 공부하여 부귀 공명을 조금 얻는가 싶더니 그만 갑자기 요절한다든지, 사업이 잘 되어 재산 좀 모으다가 죽는 경우도 있다.
넷째, 빚을 되찾는 인연이란, 부모가 자식에게 전생에 재산상의 빚을 진 까닭에 그 빚을 받으려고 자녀로 태어난 경우를 말한다. 빚이 적으면 생활비나 학비를 들여 가르치고, 혼수 장만하여 결혼시켜, 이제 자립하고 사회 활동할 만하니 그만 수명이 다해 버리는 경우다. 또 빚이 많으면, 집안 재산을 탕진하고 패가 망신까지 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조금만 어려운 재난을 당하면, 하늘을 원망하거나 사람을 탓하기 일쑤다. 전생에 진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죄업을 참회하는 마음을 내는 이는, 참으로 매우 드물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을 그냥 흘려 보내는 이들이 많다. 이런 이들은 갑자기 큰 변고가 생겨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3. 금생에 죄악을 저지르면서도 잘 사는 사람
금생에 죄악을 저지르면서 복을 누리는 자들은, 전생에 심어 놓은 착한 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죄를 짓지 않는다면, 그 복이 더욱 커질 것이다. 예를 들면, 갑부 집안의 자식들이 술과 노름에 빠져 방탕한 생활하면서 흥청 망청하며 돈을 물쓰듯 하면서도 금방 돈이 바닥나거나 굶어 죽지 않은 것은 모아 놓은 재산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매일 같이 이렇게 낭비한다면, 설령 백만장자라도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가산을 탕진하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결국 착한 복이 다하게 되면, 빈손으로 다시 출발해야 되니, 복이 다하기 전에 조금씩 복을 쌓는 일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은행 잔고가 마르지 않도록 노력해야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금생에 착한 일을 하면서도 고난을 당하는 사람
우리는 흔히 이야기 할 때 저 친구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잘못된 일은 절대로 하지않는 사람이다. 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중에 가정형편도 어렵고, 하는 일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이 고생하는 분들도 있다. 이럴 때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까? 이런 이치를 알려면 전생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전생에 지은 죄악의 업보가 너무 두텁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착한 일을 안 한다면, 그 재앙은 더욱 커질 게 분명하다. 그러니 조금씩 이라도 꾸준히 공덕을 짓는 일을 행한다면 그 죄업이 조금씩 가벼워져 마음이 서서히 평안해 지리라.
단지 눈 앞의 일어나는 길흉만 쳐다보고서, 선을 행해도 재난을 당하는 것을 보니 선은 행할 것이 못 되고, 악을 지어도 복을 받는 경우가 있으니 악을 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정말로 어리석고 위험스러운 생각이다. 명심해야 될 일은 선악의 과보는 하루 아침에 나타나는 게 아니라, 그 유래와 과정이 점차 점진적으로 진행한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를 들면, 오늘 사과 나무를 심었다고 해서 내일이나 열흘 후에 사과를 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나무를 잘 가꾸어 열매가 열리고 익는 과정이 필요하듯이 악을 짓고 선을 행했다고 해서 악의 과보나 선의 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보가 금방 닥치지 않으니, 어리석은 중생의 생각으로는 과보가 닥칠 것이라는 생각을 잊어 버리고 산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어느날 과보가 눈 앞에 닥쳤을 때는 이미 늦은 후이다.
5. 과거에 급제하고 높은 직에 등용되는 것은 조상들의 음덕을 쌓았기 때문이다.
무릇 과거에 급제하고 관직에 등용되는 것은, 모두 그 조상들의 커다란 음덕을 쌓았기 때문이다. 만약 음덕이 없는데도 고위직에 오른 경우라면, 이는 사람의 비정상적인 힘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니, 반드시 나중에 큰 재앙이 뒤따르게 된다. 고금의 역사를 통해 살펴보건대, 위대한 성현이 태어남은 모두 그 조상의 음덕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자손이 잘 되길 바란다면, 지금부터 하지 말아야 할 삿된 일, 상식에 어긋나고 법규에 어긋나는 일은 즉시 중지하시라. 그리고 꾸준히 복 짓는 일을 해야 한다. 주역에서도 ‘선을 쌓는 집안에는 반드시 남아 넘치는 경사가 있다(積善之家 必有餘慶)’고 했다. 복이란 스스로 짓는 것이지, 숙명론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6. 맺는 말
우리는 자식이 부모한테 잘 하면 효자, 효녀라며 좋아한다. 혹은 자식이 부모 속을 썩이고 말썽을 부리기만 하면, 불효자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부모가 있는 것 없는 것 재산 다 팔아 가면서 자녀를 위해 유학을 보내고 공부 시키는 데 전념하는 경우도 있다. 위에서 알 수 있듯이 인광 대사의 법문에 의하면, 자녀가 부모에게 빚을 갚는 인연, 자녀가 부모에게 빚을 되찾는 인연이 되어 서로 빚을 갚고 되찾는 과보를 받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그러니 자식에 대한 애착, 부모에 대한 애착을 뛰어 넘어 그저 무덤덤하게 지내야 빚을 갚거나 되찾는 일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어 마음이 편안해 질 것이다.
이런 내용은 종교를 떠나 힘들 때 한 번 쯤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인광 대사와 같은 경지를 체험해 보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은 “뭐 요즘 이런 것을 누가 믿겠냐?”고 관심 밖으로 던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큰 혼란에 빠졌던 경험을 한 후 다시 일어선 사람이라면, “아 그럴 법도 하네, 이런 것이 있었네”라며 관심을 기울일 수도 있다. 우리가 인과법칙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을 행함에 있어서 조심하고 두려움이 들어 감히 제멋대로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함에 있다. 요즘 사회 현상을 보면, 신뢰를 저 버리는 거짓말로 상대를 기망하기, 세상을 현혹시켜 불의를 행하게 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몰고가기, 포악한 행동을 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저지르고도 전혀 부끄러워 할 줄 모르고 반성할 줄 모르는 것 등은 전부 인과법칙을 모르기 때문이다. 법문 내용을 참고 하여, 인생을 살아가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註) 인광대사 : 그는 오묘한 법문을 펼쳐 이전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한 곳을 훤히 파헤쳤다는 칭송을 받았으며, 중국에서는 대세지보살의 화신으로 믿으며 정토종의 제 13대 조사로 추앙받고 있다. 그는 또 한결같이 믿음과 발원으로 염불하여 극락 왕생을 구하라고 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償:갚을 상 / 債 : 빚채 /討(토): 치다 때리다. 不軌(불궤) : 당연(當然)히 지켜야 할 법이나 도리(道理)에 어긋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