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8. 25
8월 9일 개각에 따른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이번 주 본격 시작된다. 청문회 대상은 모두 7명이지만 관심은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 1인에 쏠려 있다. 결국 '조국 1인의 청문회'인 셈이다. 야당과 언론은 조 후보자의 또 다른 비리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얼마 전까지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을 지냈다는 상징성을 가진 데다 '강남양파'로 불릴 만큼 관련된 의혹들이 하루하루 새롭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이사장으로 있는 웅동학원의 부실논란, 가족펀드로 의심받는 사모펀드, 후보자 딸의 수상한 장학금 수령 및 고교시절 썼다는 의학논문 등 의혹은 계속된다.
이번 청문회는 사실 '조국에 의한 청문회'이다. 조 후보자는 지난 7월 26일까지 인사검증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으로 근무했다. 장관인사에 대한 검증은 장관후보자가 직접 사전질문서를 바탕으로 국세청, 금감원, 감사원 등 10개 기관의 확인을 거치기에 아무리 서둘러도 1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일 때 장관 후보자 본인에 대한 검증이 진행된 셈이다. 이러한 셀프검증과정에서 불리하거나 민감한 내용이 제대로 검증될 수 없다. 조 후보자의 위장전입 논란이 일자, 조 후보자 측은 "현 정부의 7대 인사 배제 기준에 해당하는 위장전입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 정부는 2005년 이후 위장 전입한 사람을 공직후보에서 배제하기에 그 이전에 위장 전입한 조 후보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기준은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할 때인 2017년 11월에 마련된 것. 결국 자기가 만든 잣대로 자기에게 면죄부를 주는 셈이다.
이번 청문회는 무엇보다 '조국을 위한 청문회'이다. 조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여 법무장관이 되면, 그는 대선후보로 급부상하게 된다. 현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그는 부산출신으로 서울대 법대 최연소 합격과 미국 UCLA 로스쿨 박사(JSD) 등의 이력을 갖고 있다. 수려한 외모에 뛰어난 언변으로 민정수석이 되기 전부터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2022년 대선이 아니더라도, 차차기 잠룡으로 손색이 없다. 그가 폴리페서(정치교수)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에 복직을 신청한 것도, 이러한 이력 관리의 셈법이 있었을 것이다. 법무부장관 출신의 현직 서울대 교수라는 타이틀은 언제든 그를 대선주자로 소환할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여론은 이번 청문회가 조국을 위한 청문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특히 외고를 다니던 딸이 의학논문의 제1저자였다는 사실은 많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조 후보자측은 "2주 인턴생활에 대한 보상"이라고 변론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없다. 인문계 고교생이 의학논문의 저자가 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연구자들은 논문저자등재(authorship)에 민감하다. 채용과 승진의 기초점수이기 때문이다. 5명이 참여한 논문에 1명의 이름이 추가되면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점수는 그만큼 깎이게 된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연구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그 자체가 비윤리적이지만 무엇보다 다른 연구자들의 땀과 노력을 뺏는 행위이다.
딸 조민씨는 더구나 단순 참여저자가 아니라 제1저자이다. 조 후보자측은 책임저자인 단국대 장영표 교수가 결정한 일이라고 책임을 미뤘다. 상식적으로 이 논문의 제1 책임저자는 제1저자 조민씨이다. 누군가 해당 논문을 인용한다면 제1저자를 중심으로 조민 외 5명 (2009), 영어로는 'Cho et al. (2009)'로 표기한다. 해당 논문에서 밝히듯 장영표 교수는 교신저자(Corresponding Author)로 구태여 분류하자면 제2 책임저자이다. 장영표 교수의 연구윤리는 논외로 하더라도 서울대 교수인 조 후보자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
조민씨 의혹은 엉뚱하게도 그녀가 공부했던 고려대, 서울대 환경대학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은 물론, 고교시절 인턴을 했다는 단국대와 공주대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조민씨와 비슷한 시기에 대학과 대학원에 지원했던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취업난에 시달리는데 누구는 아버지 덕분에 장학금을 받아가면서 편하게 의사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허탈함을 느낄 것이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의 시대, 분노한 젊은이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는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평등, 공정, 정의가 이런 위선이었습니까?"
홍성철 /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