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 산다는 것(2023.5.7)
눅8,49-56
(49)아직 말씀하실 때에 회당장의 집에서 사람이 와서 말하되 당신의 딸이 죽었나이다 선생님을 더 괴롭게 하지 마소서 하거늘 (50)예수께서 들으시고 이르시되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 그리하면 딸이 구원을 얻으리라 하시고 (51)그 집에 이르러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와 아이의 부모 외에는 함께 들어가기를 허락하지 아니하시니라 (52)모든 사람이 아이를 위하여 울며 통곡하매 예수께서 이르시되 울지 말라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 하시니 (53)그들이 그 죽은 것을 아는 고로 비웃더라 (54)예수께서 아이의 손을 잡고 불러 이르시되 아이야 일어나라 하시니 (55)그 영이 돌아와 아이가 곧 일어나거늘 예수께서 먹을 것을 주라 명하시니 (56)그 부모가 놀라는지라 예수께서 경고하사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하시니라
1. 사회적으로는 지난 주 8일, 월요일이 어버이날이었습니다만 교회는 매년 날짜와 관계없이 5월 둘째 주일을 어버이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어버이주일은 원래 부모님을 공경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따라 말씀을 전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교회 내 성도들이 고령화되어 이미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과 부모인 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씀을 함께 나누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어 오늘은 그렇게 말씀을 전하려 합니다.
오늘 함께 은혜받을 본문은 공관복음서에 모두 기록된 말씀으로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하시는 대목 중 하나입니다. 회당장인 야이로라는 사람이 죽어가는 딸을 고쳐 달라고 예수님께 간청하였고 가는 도중에 이미 죽은 그 딸을 예수님께서 살려주시는 내용입니다. 오늘 이 본문으로 ‘부모로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함께 은혜받기를 기도합니다.
2. 먼저 생각할 말씀은 ‘자녀를 위해 예수를 찾는 부모’입니다.
앞에 있는 41-42절입니다. “(41)이에 회당장인 야이로라 하는 사람이 와서 예수의 발 아래에 엎드려 자기 집에 오시기를 간구하니 (42)이는 자기에게 열두 살 된 외딸이 있어 죽어감이러라 예수께서 가실 때에 무리가 밀려들더라
죽어가는 딸을 위해 예수님을 찾아온 사람은 ‘회당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마태복음에서는 야이로를 ‘한 관리’(마9,18)라고 표현했습니다. 회당은 마을마다 하나씩 있는데 회당을 지칭하는 3가지 히브리어 이름에 그 기능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 세 이름은 베트 하테필라(기도하는 집), 베트 하크네세트(집회하는 집), 베트 하미드라시(학습하는 집) 등입니다. 회당은 BC 586년 솔로몬 성전이 파괴된 후 임시로 한 개인의 집에서 신앙교육을 하다가 나중에는 공공 건물을 마련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회당장은 보통 랍비들이 하였고 그들은 그 지역 종교 법원의 재판관으로도 활동하였다고 하는데, 이 종교 법원은 각 성마다 있었고 스물 세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야이로는 지역의 유대교 지도자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야이로가 딸을 위해 예수님을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이 일이 일어날 당시는 유대교에서 예수님을 심하게 박해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만 공직을 맡고 있던 관리가 예수님을 찾아온 것은 세인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상황이었습니다. 죽게 된 딸이 아니었으면 예수님을 찾아오지 않았으리라는 판단이 됩니다. 또한, 그는 예수님께 와서발아래 엎드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간구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겸손히 발아래 엎드려 간곡하게 요청하였다는 표현은 막5,22-23절에서도 똑같이 나옵니다. 그에게 소식을 전하러 왔던 사람이 어찌하여 선생을 더 괴롭게 하나이까”(막5,35)이라 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예수님을 괴롭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야이로는 간곡히, 간절하게 예수님께 매달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죽어가는 딸을 둔 아버지로서의 야이로를 보게 됩니다. 야이로는 자신의 신분, 주변의 시선 등이 부담스럽긴 했겠지만 딸을 위해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좋은 부모의 조건 첫째는 자녀를 위해 예수님을 찾아 나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야말로 모든 인생사에 대하여 정답을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 나아오면, 예수님께서 손을 얹으시면 아이가 나을 것이라 믿어야 합니다. 야이로를 본받아야 하는 것은 예수님 발아래 엎드려 간구하였다는 것입니다.
자녀에게 신실한 신앙생활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주님 발아래 엎드리는 겸손한 모습을 자녀의 심령에 새겨주는 부모가 훌륭한 부모입니다. 자녀를 위해 다른 무엇보다도 간절히 기도하는 것이 그 어떤 유산보다도 좋은 것임을 아는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가끔씩 부모님의 신실했던 신앙에 대하여 하나님 앞에서는 잘했는지 몰라도 가정에서는 잘하지 못했다며 폄훼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입니다. 부모님의 그런 믿음과 그런 기도 때문에 내가 오늘 이만큼이라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돌아보셔야 합니다. 부모님의 그런 믿음을 좋게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로 내 삶이 엉망이 된 것이 아닌지 돌아보셔야 합니다. 가장 귀한 유산인 믿음이라는 보물을 하찮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이었던 링컨이 아직 대통령이 되기 이전이었습니다. 하루는 어느 육군 대령과 함께 장거리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맞은 편 좌석에 앉은 대령은 자기 가방 속에서 위스키 한 병을 꺼내더니 링컨에게 권했습니다. “자, 한 잔 받으십시오. 여행 중에는 한 잔의 술이 기분을 아주 상쾌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자 링컨은 정중하게 사양을 했습니다. “네 고맙습니다만 저는 술을 마시지 못한답니다.” 대령은 하는 수 없이 잔에 따랐던 술을 자기가 마셨습니다. 분위기는 싸늘했고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한참 후 대령은 다시 담배를 꺼내더니 링컨에게 권했습니다. 이번에도 링컨은 정중하게 사양을 하면서 말했습니다. “저는 담배도 피우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대령에게 링컨은 자기가 술과 담배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아홉 살이 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병세가 위독했던 저희 어머니는 저를 침상 곁으로 부르시더니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장차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시면서 저에게 평생 술이나 담배를 입에 대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머니께 꼭 그렇게 하겠다고 굳은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날 이후 지금까지 어머니와의 약속을 어긴 적이 없습니다.” 대령은 링컨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감동을 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링컨 씨,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저도 만일 그런 서약을 하게 했던 어머니가 계셨더라면 지금의 링컨씨처럼 되었을 것입니다.”
나는 나의 부모님께 무엇을 가장 감사하고 있습니까? 나는 나의 자녀들에게 어떤 부모가 되기를 원합니까?
3. 두 번째로 생각할 말씀은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는 50절의 말씀입니다.
야이로의 집으로 가던 길에 열두해를 혈루증으로 고생하던 여인이 예수님의 옷자락을 붙잡는 바람에 잠깐 지체되었습니다. 49절에 보면 “아직 말씀하실 때에”라고 했는데 바로 그 여인에게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48절)라고 말씀하실 때입니다. 야이로의 집에서 허겁지겁 달려온 사람이 이미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소녀의 아버지 야이로에게 하신 말씀이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였습니다. 내가 오고 있는 것이 소용없는 것처럼 "두려워 말고" 내가 이 일로 좋은 성과를 내게 될 것을 "믿기만 하라"는 말씀입니다.
마태복음 15장에 한 여인이 나옵니다. 이름도 없는 가나안 여인입니다. 그 여인에게는 딸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딸이 귀신이 들렸습니다. 귀신이 무엇입니까? 귀신은 흔히 말하는 유령이 아닙니다. 유령행세를 잘하는 악령입니다. 이 악령이 사람에게 들어가 속살거리게도 하고(사8,19), 점을 보기도(행16,16), 또 병들게도, 벙어리가 되게도(눅11,14), 귀머리가 되게도 합니다.(막9,25) 이 여인의 딸에게도 귀신이 들어가 물에 빠지게도, 불에 뛰어들게도 합니다. 어찌할 수 없어 어머니의 속이 타들어갑니다. 그때 그 지역에 예수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이 여인은 예수님께 간청합니다. “주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반응이 평소와는 좀 다릅니다. 한 말씀도 대답지 아니하시고 무시할 뿐 아니라 자녀의 떡을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않다고 심히 듣기 민망한 말씀을 하십니다. 그런데 이 어머니의 믿음이 예수님을 놀라게 했습니다. “주여 옳소이다마는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마15,27)라고 하였습니다. 그제야 예수님께서 “여자야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라고 칭찬하시니 그때로부터 딸이 건강하여졌습니다.
자녀에게는 이런 믿음의 어머니가 필요합니다. 남들이 다 뭐라든 오직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께 매달리는 믿음의 부모입니다. 이런 믿음이 기적을 낳습니다. 야이로 같은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예수님을 모시고 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길에서 혈루증 여인 때문에 시간을 지체해서 딸이 죽었다고 원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야이로의 집에 갔더니 통곡소리가 가득합니다. 죽은 게 아니라 잔다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을 조롱하고 비웃는 소리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야이로는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 대신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만 붙잡았습니다. 이 믿음이 숨이 끊어졌던 그 딸을 살렸습니다. 비웃고 조롱하던 사람들의 소리를 놀람과 경탄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소리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링컨 어머니 얘기를 하나 더 봅니다. 링컨이 아홉 살 때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된 어머니는 그에게 성경을 물려주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내 아들아! 이 성경책은 나의 부모님께 받은 책이다. 내가 여러 번 읽어 많이 낡았지만 우리 집의 값진 보배다. 내가 너에게 100에이커(12만평)의 땅을 물려주는 것보다 이 한 권의 성경책을 물려주는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너는 성경을 읽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다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다오. 이것이 나의 마지막 부탁이다.”
링컨은 “나는 성경이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라 믿는다. 나는 하나님의 선물인 성경의 보화를 캐기 위해 날마다 성경을 묵상한다. 이 성경 속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든 값진 보화들이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는데, 그와 같은 믿음은 어머니의 유언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는 어머니를 회상할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의 오늘, 나의 희망, 나의 모든 것은 천사와 같은 나의 어머니에게서 받은 것이다.”
오늘 여러분의 기억 속에 있는 부모님의 아름다운 믿음을 떠올려보십시오. 그것이 이미 곁에 계시지 않는 부모님께 마지막으로 효도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자녀에게 굳건한 믿음의 모본을 보이겠노라 결심하십시오. 그 믿음이 자녀들을 복되게 할 것입니다.
4. 마지막으로 은혜받을 말씀입니다. “(54)예수께서 아이의 손을 잡고 불러 이르시되 아이야 일어나라 하시니 (55)그 영이 돌아와 아이가 곧 일어나거늘 예수께서 먹을 것을 주라 명하시니 (56)그 부모가 놀라는지라 예수께서 경고하사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하시니라”
예수님은 안으로 들어가셔서 소녀가 진다고 하신 그 자신의 말씀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소녀의 손을 잡고" ‘달리다굼’(아이야 일어나라)이라고 불러 깨우셨습니다. 유대인들은 보통의 경우 시체에 손을 대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시체에 손을 댄 사람은 결례를 행할 때까지 부정한 사람이 되기 때문에 특히나 제사장들은 시체에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레21,10-11) 하지만 주님은 죽은 소녀의 손을 잡으셨습니다." 왜냐하면 레위직 제사장들에게는 죽은 자는 그냥 시체였지만 주님은 죽은 자를 살리시는 권세를 가지셨기 때문에 부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님은 소녀의 손을 잡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셨습니다.
야이로는 주님의 말씀을 믿었고 또 그 말씀에 순종하여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을 모두 배제시켰습니다. 생명의 주님께서 생명을 역사를 일으킬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드린 것입니다. 야이로의 믿음과 순종은 부정한 시체였던 자녀를 깨끗하고 거룩한 자녀로 바꾸어놓았습니다. 겨우 병에서 일어날 정도로 치료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음식을 가져다 먹일 수 있는 사람으로 살 수 있게 하였습니다.
여러분, 부모로 산다는 것은 자녀를 위해 겸손해질 수 있고 간구의 기도를 드릴 수 있으며 자기를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최고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녀를 위해 최고의 믿음을 물려주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훌륭한 부모는 자녀의 손이 주님의 손에 잡히게 하는 부모입니다. 반대이기도 합니다. 자녀는 나를 위해 얼마든지 겸손해질 수 있고 낮아질 수 있으며 한없이 기도할 수 있는 부모님을 알아야 하고 부모님의 그러함에 한없는 존경과 효도를 드려야 합니다. 돈 몇 푼 못 주었다고 남의 부모처럼 유능하지 못하다고 무시하거나 불효하는 자녀가 돼서는 안 됩니다. 진심으로 믿음의 부모님이 고맙게 느껴지는 어버이주일이 되시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