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와 도시의 미래
윤 대 식 명예교수(공과대학 도시공학과)
인간의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은 역사적으로 보면 우마차(牛馬車)를 시작으로 해서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19세기에는 증기기관차의 발명과 철도의 보급, 그리고 자동차의 발명으로 이어졌고, 20세기 들어서는 비행기의 발명으로 이어지며 발전해 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앞 다투어 무인으로 운행이 가능한 자율주행차까지 개발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
자율주행차의 개발은 기술적인 난관도 많고,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없지 않다. 자율주행차의 개발은 자본력과 기술력을 가진 거대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예상보다 느린 기술개발로 인해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의 출현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가 모든 것을 조작하는 0단계부터 완전한 무인운전이 가능한 5단계까지 6단계로 구분되어 개발되고 있다. 1단계는 운전자 보조, 2단계는 부분 자동화, 3단계는 조건부 자동화, 4단계는 고도 자동화, 5단계는 완전 자동화 단계이다. 현재는 기업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3~4단계의 기술개발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기술은 단계별로 적용되어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의 출현으로 나타날 사회적 편익은 기술의 발전 단계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지만, 가장 크게 기대되는 편익은 교통사고 감소이다. 자율주행은 운전자의 부주의나 졸음, 음주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도로교통 혼잡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최소한 고속도로(자동차전용도로)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신도시에서는 교통혼잡에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자율주행차의 출현은 값싸고 편리한 교통 서비스의 혜택을 가능케 하여 승용차(자가용) 수요의 감소와 함께 도로와 주차수요의 감소도 함께 나타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도로와 주차장에 과도하게 많이 할애된 도시공간의 재편이 가능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자동차가 아닌 시민을 위한 도시공간의 비중이 커지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는 도로 투자의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할 때 쓰이는 통행의 시간가치(value of time)에 대한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다. 왜냐하면 자율주행차는 이동 중에 운전자가 영화나 공연을 보거나 업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통 서비스 사각지대에 있는 교통약자(고령자, 장애인 등)의 여러 가지 제약요인도 크게 경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에 관한 문제이다. 사고가 나면 자율주행차 제조사의 책임인지, 아니면 운행자의 책임인지 가려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에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지만, 자율주행차의 출현은 예고되어 있다. 자율주행차는 교통수단으로서의 편리함과 통행시간 감소, 도로와 주차수요의 감소에 더해 도시공간구조에도 많은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교통수단의 변화와 혁신에 따라 도시의 운명이 바뀌기도 했고, 도시 내에서 새로이 뜨거나 쇠퇴하는 지역도 나타났다. 이제 자율주행차의 출현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두고 도시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