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ide the forest : 2024. 01. 20
비오고 바람 불고, 급기야 하늘 비는 진눈깨비를 거치며 바람을 동반한 눈으로 바뀌고, 무엇보다도 거세진 바람은 손도 귀도 다 시리게 만듭니다(그러면 그렇지, 겨울산행이 어디..?).
자연은 때때로 우리의 바람대로 머물질 않습니다. 지구를 적셔주는 비, 자연생명체들에겐 꼭 필요한 생명의 근원일 테고 봄을 부르는 손짓일 테지만, 우리들에겐 아무래도 맨몸으로 부딪기엔 거친가봅니다.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먼..
지난 6, 7구간, 빨래판 같던 능선과 산길을 지나 부드러움으로 일괄할 것 같던 기대감, 봄날같이 따뜻할 거라는 희망은 아직 이른가봅니다.
낮아지는 정맥-길엔 여지없이 우회로가 필요함은 이제 상식이 되어버렸습니다. 공장울타리를 타고 우회해야하는 수고, 4차선 도로로 갈려진 정맥-길이 이를 증명합니다.
두 개의 큰 고개와 작은 재들 외에도 지도상으로는 안 보이는 장애물들 많습니다. 타고 넘고, 때로는 우회해야하는 번거로움들, 이 모든 게 정맥-꾼들에겐 익숙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익숙지 않은 것들은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일기입니다.
자연의 변화 앞엔 익숙함이란 없는가봅니다. 잔잔할 거라 예상했던 날씨가 퉁 수를 부립니다. 비와 눈, 그 중간엔 진눈깨비, 실바람에서 시작한 바람은 어느새 된바람, 웅풍으로 바뀝니다.
그다지 높낮이가 없는 구간이니 강행합니다. 혹자는 겨울하늘에서 내릴 수 있는 전부를 경험해봤다 했습니다. 긍정적인 마인드의 대원들은 하늘의 축복이라고도 했습니다. 꾼들이 그리 만들었습니다. 임기응변, 즉흥적으로 3분의 2지점에 있는 ‘여주재’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으니까요.
▲‘여주재’에서의 점심과 대원들 모습(2024. 1. 20)
따뜻한 점심과 충분한 휴식, 종주산행 산-꾼들로서는 좀처럼 누려보기 힘든 경험입니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 부러울 것 없습니다.
▲ 일산봉의 선두팀 여전사와 오봉산의 후미팀 투사들 모습 (2024. 1. 20)
이제 비바람을 뚫고 운무 속으로 돌진합니다. ‘오봉산(455m)’에 올라서야 운무처럼 보이던 그것이 눈보라의 위장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역시, 겨울-산은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을 거라는 지난 후기의 글들이 생각납니다. 소복이 눈을 이고 있는듯한 겨울-산의 모습, 그 속에는 날카로운 너덜, 암등들을 숨기고 있고 안전대들, 밧줄들은 모두 얼어붙어 안전을 보장 못합니다.
▲ 지나온 자작나무 조림지와 대나무 숲의 모습 (2024. 1. 20)
여기까지가 어제, 겨울-산을 돌아본 소감입니다. 암만 영상으로 오른 기온이라도 겨울-산은 변화무쌍합니다. 그들이 보여주는 대로, 마음 가는대로 가더라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자연은 일찌감치 봄을 준비합니다. 그 봄바람에 취해 맘껏 산을 타고 오를 생각, 그냥 숨결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고 싶어집니다.
위에 사진은 한 시간 가까이 뒤에 출발한 제로님의 트랭글 기록입니다. 일취월장, 20km가 넘는 산행을 하고도 안전운행 해주신 수고에 감사합니다. 먼저 내려와 기다려주신 선두팀들과 꾸준한 발걸음으로 이번구간도 완주해주신 후미팀들께 감사합니다.
이제, 나머지 산행 기록은 영상으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영상 속에는 피치 못하게 함께하지 못한 대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담아보려 했습니다.
첫댓글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그대 앞에 봄이 있다는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납니다. 겨울비 아닌 봄비를 맞고 오셨군요 . 서둘러 봄을 준비해야겠습니다.^^
예비농부 봄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한주를 보냈습니다. 낙남정맥 다녀와서 정신줄 좀 잡아야ᆢㅎ
봄 준비? 서두르지 않아도 즐겁습니다 ~^^
자~알 보았습니다
언제나 쌩큐~~^^
회장님의 후기로 차갑고 칙칙한 그날의 추억이 조금은 따듯해 집니다
중간 여주재에서의 갈비탕은 오래 기억될 것 같네요
수고했어요!!!
조으니님과 함께 걸으니 좋았습니다.
한걸음 한걸음이 다 좋은 추억이네요^^
벌써 봄을 기다리는 마음!
함산을 기다리는 마음
같은 기다림이겠지요?
수고하셨습니다
기다림의 의미ᆢㅎ
함산은 더욱 그렇습니다 ^^
함께 좋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