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어머니, 윤영자 집사님
“어머니가 자식을 위로함 같이 내가 너희를 위로할 것인즉 너희가 예루살렘에서 위로를 받으리니”(이사야 66장13절)
예수께서 유대인들이 상종치 않는 사마리아 여인을 찾아가 복음을 전했고 세상 사람들에게 인기 없는 세리인 마태를 찾아가 제자를 삼으셨다. 예수님은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시골 촌구석에서 농사일밖에 모르던 무명의 청년인 나를 부르셨다. 그 부르심의 도구 역할을 한 분이 윤영자 집사님이다. 이분은 나의 믿음의 어머니로서 나중에 나의 수양어머니가 되셨다. 시골에서는 품앗이로 서로 도와가며 일을 하기 때문에 농사일을 하기 위해서는 일이 끝난 저녁에 마실(이웃집에 놀러 가는 일)을 가야 한다. 마실을 가야 필요한 농사정보도 얻고 서로 품앗이 날짜도 잡기 때문이다. 하루는 이웃집에 마실을 갔는데 마침 금요일 저녁이라 그 집에서 구역예배를 드리고 있어 난생 처음 예배에 참석하였다. 바로 이것이 내가 신앙을 갖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날 만나게 된 윤 집사님(당시는 전도사가 아니라 집사였다)은 나에게 아브라함의 이야기, 다윗과 요셉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예수 믿기를 권하였다. 나는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신실하게 노력한 요셉의 이야기가 내 처지와 비교되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꿈을 갖고 예수를 믿기로 작정하고 난생 처음 교회를 나가게 되었다.
윤 집사님은 평안북도 선천에서 젊은 나이에 예수를 믿었다가 공산당의 박해가 심해지자 월남한 분이었다. 6^25 때 나이 어린 6남매를 데리고 피난 내려온 집사님은 1951년 7월에 나의 고향인 안성 죽산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때부터 윤 집사님은 우리 마을에 정착하면서 교회 일에 전념하셨다. 구역장 일을 보면서 열정적인 전도로 많은 청년들을 전도하여 교회 부흥에 일익을 담당하기도 하셨다. 윤 집사님은 비록 피난민의 처지였지만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잘 알 뿐 아니라 성경도 많이 알고 신앙심이 돈독한 분이었다. 나는 내 앞길을 밝힐 지도자를 얻은 마음으로 윤 집사님을 따르게 되었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 의논하기도 했다. 윤 집사님을 따라 교회 일에 열심을 내고 성실하게 참여하면서 나의 믿음도 자라나게 되었다. 윤 집사님은 우리 마을에서 많은 변화를 시도하였다. 우상을 좋아하는 시골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우상숭배임을 일깨워주고 청년들을 모아 성경을 가르쳤다. 굶기를 밥먹듯 하는 어려운 시기에도 자녀들은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향학열도 보여주었다. 윤 집사님이 가족이 다 굶을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을 보면서 마을 사람들은 더 그를 존경하였고 그의 전도를 받아들여 예수 믿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 갔다. 죽산교회에 담임목사님이 공석일 때는 교회의 책임을 지시고 예배를 인도하시고 신방을 하시어 교회를 유지하는 데 많은 공헌을 하셨다.
1953년 겨울, 서울로 간 윤 집사님이 나를 불러주어 1954년 8월 16일(음)에 나는 서울로 여비만 갖고 상경하게 되었다. 윤 집사님은 해방촌(현재 용산구 용산동 일대)에 정착하였고 자녀 6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공부시켜 목사 두 명, 집사 두 명, 교수 한 명, 디자이너 한 명을 만드셨고 자신도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여 전도사가 되었다.
또한 시각장애인이면서도 의료법인 실로암 안과병원 원목 및 운영위원장으로 계시며 큰 일을 담당하여 수고하시는 김선태 목사님도 그때 한 방에서 함께 지낸 믿음의 형제이며 윤 집사님의 사랑하는 믿음의 아들이다. 윤 집사님은 본인의 아들 딸 6남매 말고도 나를 비롯하여 믿음의 세 아들을 양육하시고 성공시키는 데 큰 힘이 되어 주신 분이시다. 지금은 미국에 이민 가서 미 연합감리교회에서 목회를 하는 딸과 함께 살고 계신다. 모두가 믿음으로 얻은 수확이었다. 사람은 누구와 만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올바른 사람과 만나게 되면 그를 통하여 성장하고 변화하며 인생의 행로가 바뀌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내가 신앙을 갖게 도와주고 이끌어주신 믿음의 어머니 윤 집사님께 늘 감사한다. 윤 집사님은 수복 후 서울에서 6남매를 데리고 사는 어려운 처지에도 나를 수양아들로 삼으시고 함께 기거하며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시고 내가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