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테 라겐: 스웨덴 사람들이 부에 관해 대화하지 않는 이유
2019년 11월 10일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50343725
"얀테라겐은 스웨덴과 많은 노르딕 사회에 존재하는 무언의 사회적 규칙"
특히 한국처럼 높은 소득이 성공을 나타내는 척도인 나라들이 많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득이나 부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얀테라겐(Jantelagen, 얀테의 법칙)이라는 뿌리 깊은 문화 코드 때문이다.
"급여에 대해 묻지 말아야 해요. 돈에 대해 묻지 말아야 하죠."
많은 문화평론가들은 이와 같은 금기의 상당 부분이 얀테라겐이라는 뿌리 깊은 북유럽 규범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규범은 자신을 결코 남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게 하고, 이 규범을 어기는 비판하는 기능을 한다.
오케스트럼은 자신의 책 '적당한 : 스웨덴 삶의 비밀(Lagom: The Swedish Secret of Living Well)'이라는 책에서 이 주제를 탐구했다.
그는 "얀테라겐은 스웨덴과 많은 노르딕 사회에 존재하는 무언의 사회적 규칙"이라고 했다.
"너무 화려하지 꾸미지 않고, 불필요하게 자랑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는 방법이죠… 이는 집단 안에서 스트레스 요인을 없애주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얀테라겐은 영어로는 '얀테의 법칙'으로 번역된다.
1933년 노르웨이계 덴마크인 작가인 악셀 산데모제의 소설에 등장하는 '규칙을 잘 지키는 마을' 얀테에서 이름을 따왔다.
스코틀랜드-노르웨이 아카데미에서 연구하는 스티븐 트로터 박사는 이러한 정서는 북유럽, 특히 농촌 지역에서 수 세기 동안 존재했다고 말했다.
"얀테라겐은 사회를 통제하는 메커니즘"이라고 주장했다.
"단지 부에 관한 게 아닙니다. 자신이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아는 척하거나, 자신의 처지보다 더 과하게 행동하지 않는 것에 대한 규범입니다."
겸손과 적절함을 칭송하는 약칭인 얀테라겐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자신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는 사람들을 헐뜯을 때 쓰는 말인 '키 큰 양귀비 신드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양동이를 탈출하려는 게가 시샘하는 동료들이 잡아당기는 바람에 다시 떨어지는 상황을 두고 '게 같은 정신(crab mentality)'라는 말을 사용한다.
트로터 박사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빨리 딱 맞는 유행어를 찾아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얀테라겐이 스웨덴과 다른 북유럽 사회에서 작동하는 방식은 각 나라의 특정한 문화적 규범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이탈리아 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니콜 팔시아니도 노력한 대가를 얀테라겐이 인정하지 못하게 가로막는다고 본다
오케스트럼도 소셜 미디어의 영향을 인정했다. 그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자랑하는 게 보편화된 이후 개인적 성취가 두드러진 스웨덴인들이 자신의 성공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불편함을 덜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얀테라겐에 억눌렸던 능력 있는 사람들이 자신 있게 (온라인으로) 자랑하고 있습니다. 억압당했던 사람들이 일어나 '나는 이거 잘해!'라고 말하기 시작하면, 얀테라겐은 서서히 약화될 것입니다.
소셜 미디어는 얀테라겐에 익숙하지 않은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해주잖아요."
그는 이민의 증가도 얀테라겐의 하락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다.
스웨덴은 북유럽 국가 중 가장 다양성이 두드러지는 나라다. 국민 25%가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부모의 국적이 다르다. 그는 "다른 문화권에서는 성공을 축하하고,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친다"고 했다.
스웨덴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이탈리아 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니콜 팔시아니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때때로 집이나 이탈리아 친척들과 논의했던 주제 중에서 스웨덴 사람들과 똑같이 대화 나눌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북유럽 국가들 중 가장 다양성이 두드러지는 나라다. 국민 25%가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부모의 국적이 다르다. 그는 "다른 문화권에서는 성공을 축하하고,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친다"고 했다
그는 "스웨덴이 보다 유럽화되고 자신의 문화를 가지고 와서 스웨덴에 사는 외국인들이 많아지면서, 상황이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며 "미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데 미국인들에겐 전혀 얀테라겐 같은 게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얀테라겐이 "스웨덴과 스칸디나비아 문화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기에" 완전히 사라질 것인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코르넬리우스 카펠렌 교수도 이 개념이 사라질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미래에도 남아 있을까요? 글쎄요.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겸손 문화 같은 좋은 측면은 지속되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재단하는 부정적인 측면은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한편 3년 전 칠레에서 스톡홀름으로 온 나탈리아 이리바라(35)는 이민자 중에서도 얀테라겐을 받아들인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칠레에는 학력, 스포츠, 예쁜 외모, 자동차, 학교, 집 등 성취를 자랑하는 나르시시즘 문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이웃에 모델이 살아도 그 사람이 '제 사진이 잡지에 실린다'라고 자랑하지 않아요. 어마어마한 성취를 이룬 사진작가가 옆집에 살아도, 그는 그걸 전혀 내세우지 않죠."
"겸손함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스웨덴에서 좋아하는 것은, 얀테라겐으로 사람들이 물질적인 것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