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섬이 빚은 천연 바다 풀장, 제주 황우지해안 서귀포시 외돌개 가는 길목에 자리한 황우지해안은 몇 년 전만 해도 아는 이들만 물어물어 찾아가던, 제주에 몇 남지 않은 비경으로 꼽히던 곳이다. 최근 인터넷과 SNS 등을 타고 급속히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인적 드물던 이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더는 예전만큼 호젓한 시간을 누리기는 어렵지만, 투명하리만치 맑은 바닷속을 들여다보거나 찰랑대는 파도에 몸을 맡긴 채 바다 위를 유영하는 즐거움은 여전하다.
바닷가 절벽 아래 숨은 천연 풀장 황우지해안은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인 외돌개에서 도보로 5분 정도면 닿는 곳에 있다. 평소에도 수많은 관광객이 들락거리지만 검은 현무암이 마치 요새처럼 둘러쳐진 황우지해안은 마음먹고 찾지 않는 이상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바닷가 절벽 아래 좁은 계단길을 내려가야 나타나기 때문에 이곳을 우연찮게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올레 7코스 시작점 표식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황우지해안 전적비가 서 있는 바닷가 절벽에 닿는다. 황우지해안은 예전 무장공비가 침투해 전투를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전적비 옆에 황우지해안으로 내려가는 계단길이 있다.
바닷가 절벽 위에서도 황우지해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뿐인 이곳 어디에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지 의아할 따름이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반신반의하던 마음이 중간쯤 가서야 스르르 풀린다.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기지 않아 눈을 슥 비벼본다. 모두들 어디 숨어 있었던 건지 절벽 위쪽에서는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더니, 아래쪽으로 내려서자 까르르까르르 신나는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절경에 취해 즐기는 신나는 물놀이 황우지해안은 고운 모래 대신 울퉁불퉁한 바위투성이다. 바위 틈새로 바닷물이 파도에 쓸려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한다. 어린아이들이 혼자 걷기에는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신기하게도 산봉우리처럼 봉긋 솟은 거대한 돌기둥 안쪽에 해수풀장이 형성되어 있다. 먼 옛날 용암이 분출되어 굳어진 뒤 오랜 세월 풍화 작용을 거치며 만들어진 천연 풀장이다. 그야말로 자연이 빚어낸 작품이다. 바닷물이 끊임없이 순환되는 천연 풀장인 만큼 수질도 단연 최고다. 물이 워낙 맑아 바닷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스노클링 장비를 이용하면 훨씬 더 여유롭게 바닷속 탐험이 가능하다.
신나게 수영을 하다가 잠시 쉬고 싶을 땐 아무데고 바위에 걸터앉으면 그만이다. 다만, 주변에 그늘이 없기 때문에 모자는 필수다. 간단한 먹을거리를 챙겨가는 건 좋지만 쓰레기는 꼭 되가져가도록 한다.
황우지해안의 또 다른 매력은 주변 풍경이다. 어디에다 카메라 포커스를 맞춰도 그림이 되는 아름다운 풍경이 해안을 둘러싸고 있다. 그중에서도 멀리 새섬과 새연교가 보이는 풍경이 최고다. 파란 하늘과 그보다 더 새파란 바다, 그 위에 떠 있는 작은 섬들, 푸른 숲, 유유히 떠가는 배들··· 수려한 경관과 물놀이에 빠져 있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황우지해안은 완만한 만 형태를 이루고 있는 데다 중간에 돌기둥처럼 선 바위섬이 파도를 막아주기 때문에 안쪽에서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안전수칙을 무시하거나 장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언제든 바닷물이 밀려들 수 있는 데다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해안가에서 너무 멀리 나가지 않도록 주의하자. 황우지해안은 공식 해수욕장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안전요원이 배치되어 있지 않다. 그런 만큼 자신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