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13.
바이에른 뮌헨은 2017-2018 분데스리가 15라운드 경기에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를 1-0으로 꺾고 2위 라이프치히와의 승점을 8점 차로 벌리며 일찌감치 전반기 1위를 확정 지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다음 독일 언론이 주목한 선수는 네 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끈 아르투로 비달과 프랑크푸르트의 파상공세를 묵묵히 막아낸 톰 슈타르케(36) 골키퍼였다. 경기 초반부터 위협적인 공격력으로 뮌헨을 괴롭히며 여러 차례 슈팅을 시도한 프랑크푸르트는 슈타르케 골키퍼의 엄청난 선방 쇼에 막혀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고 경기를 마쳐야 했다.
슈타르케에게는 사연이 있다. 그는 지난 여름 구단으로부터 ‘전력외 선수’라는 통보를 받았다. 뮌헨 2군에서 뛰던 노장 슈타르케에게 뮌헨은 유소년 골키퍼 코디네이터 역할을 제안했다. 슈타르케 또한 자신이 뮌헨에서 더 이상 선수로서 경쟁력이 없음을 알고 유소년 코치직을 흔쾌히 수락하며 은퇴를 선언했다. 올 시즌 그가 분데스리가 경기에 다시 나가리라고는 슈타르케 자신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 기회는 아직 남아 있었다. 뮌헨의 ‘넘버원’ 수문장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장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프랑크푸르트와의 경기를 앞두고 ‘넘버투’인 스벤 울라이히까지 다쳤다. 허무하게도 몸을 풀다가 발생한 부상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세 번째 골키퍼인 유스팀의 크리스티안 프뤼히틀마저 수술을 받아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슈타르케에게 올 시즌 처음으로 골키퍼 장갑을 맡기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이 경기는 슈타르케의 100번째 분데스리가 경기였고, 노장 골키퍼는 엄청난 활약으로 의미 있는 기록을 자축하며 자신의 건재를 모두에게 알렸다.
▲ 자신의 분데스리가 100번째 경기를 승리로 이끈 톰 슈타르케. / 사진= Sport1
하인케스 감독은 프랑크푸르트와의 경기가 끝난 뒤 슈타르케가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동료의 찬사도 이어졌다. 하비 마르티네즈는 “슈타르케의 외모는 쉰 살은 돼 보이지만 경기력은 스물여덟 살 같았다. 슈타르케의 엄청난 경기였다”고 했다. 토마스 뮐러도 “이미 금요일에 열린 마무리 훈련에서 슈타르케는 모든 크로스를 막아내는 등 경이로운 능력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슈타르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 컨디션은 상당히 좋은 상태였고 경기를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늘 경기는 상당히 힘든 경기였지만 승리를 거둘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또 “다음에 열리는 경기에서도 팀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 팀을 돕겠다”고 다짐했다.
하인케스 감독은 수요일에 열리는 FC쾰른과의 경기에 슈타르케를 다시 선발로 기용할지 확언하지 않았다. 울라이히의 부상이 심각하지 않아 이르면 다음 경기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타르케는 울라이히의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기회를 기다릴 것이다.
강한길 객원기자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