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의 기도
주님, 저는 귀족입니다.
보십시오. 품위있는 풍채와
머리 위의 볏을!
지도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 태어난 저이지만,
저의 자리는 거름투성이군요.
그러니 시골 출신 귀족이라 할 수 있답니다.
꼬끼요!
내 소리를 들으면
모든 이가 깊은 잠에서
깨어난답니다.
아무도 그저 들어 넘길 수는 없지요.
그 대신 저는
남보다 일찍 일어납니다.
당신이 주신 ‘오늘’도
내 ‘꼬기요’ 소리에 잠깨어 활발해지지만
밤은 물러가고,
어둠 속에 있던 피조물들은
일어나 움직입니다.
햇님도 저를 따라 솟아올라
벌써 산등성이를 넘어 옵니다.
꼬끼요!
저는 닭장에서
귀족적인 존재입니다.
절대 군주로 군림합니다.
꼬끼요!
암탉들은 다툼을 그치고,
제각기 제 알을 낳게 되지요.
이만하면 갈채받을 만하지 않습니까?
저는 암탉들을 소중히 여기면서
이처럼 많은 암탉들을 제게 주셨음을
감사드립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다
저처럼 아름답다고 생각됩니다.
주님, 안심하십시오.
이 점에서는 저를 신용하셔도 됩니다.
이만하면 저를
성실하다고 여기실 수 있으시겠지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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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남는 시
수탉의 기도
신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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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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