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껏해야 지금 이 기차 정도의 속도로 그 길을 달렸을 거야. 하지만 이 기차 안에서는 나뭇가지들이 모두 뱀으로 바뀌는 장면을 본다고 해도 누구 하나 미치는 사람은 없을 거야. 여기에는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여러 사람들이 함께 보는 것은 그게 제아무리 괴기한 것이라고 해도 우리를 미치게 만들지는 않아. 하지만 혼자서 새벽 두시의 국도를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 앉아 있다면 바라본 게 그저 평범한 벚나무일지라도 미칠 수밖에 없는 거야. 그런 거야.”
이 한 문장 때문에 좋아하게 된 작가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이성복시인의 네번째 시집 제목이기도 합니다.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라는 詩에도 나옵니다.
기러기 (Wild Geese) — 메리 올리버
착해지지 않아도 된다.
네 발로 사막을 걸어 가며
후회하는 기도를 올리지 않아도 된다.
그저 너의 몸이라는 부드러운 동물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게 허락하면 된다.
네가 겪은 절망을 말해보라, 그럼 나의 절망도 말해주리라.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간다.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투명한 빗방울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인다,
대초원과 깊은 숲들,
산들과 강들 위로.
그러는 사이에도 기러기들은, 맑고 푸른 높은 하늘을 날아
다시 집으로 향한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너의 상상력에 너를 맡긴다.
저 기러기들처럼, 활기차고 짜릿한 목소리로
너에게 소리친다—
세계라는 만물 속에서 네가 있을 자리를
되풀이하여 알려주며.
(제미나이 펌)
*저자 김연수는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으 시작했다. 2001년 장편소설 『?빠이, 이상』으로 동서문학상을, 2003년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동인문학상을, 2005년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하면서 90년대 젊은 작가군 중 가장 지성적인 글쓰기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황순원문학상을, 2009년 단편소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전통적 글쓰기를 수행하면서도 새로운 상상력의 촉수로 문학의 영토를 넓혀가는 작가임을 입증해냈다. 저서로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7번국도 Revisited』 『굳빠이, 이상』 『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원더보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소설집 『스무 살』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 『우리가 보낸 순간』 『지지 않는다는 말』 『대책없이 해피엔딩』(공저) 등이 있다.
*목차
ㆍ단 하나의 실낱같지만 확실한 무엇
ㆍ그리고 大腦와 性器 사이에
라디오의 나날들
ㆍ사랑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으니
ㆍ모든 게 끝장나도 내겐 아직 죽을 힘이 남았어
ㆍ내게 조국은 하나뿐입니다. 선생님
ㆍ그 누구의 슬픔도 아닌
ㆍ지옥불 속에서도 붐붐할 수 있는
ㆍ건포도 폭격기와 낙타의 역설
ㆍ비둘기도 바다 건너 산을 건너서
ㆍ門 열어라 꽃아, 門 열어라 꽃아
ㆍ그리고 그의 이름은 헬무트 베르크
ㆍ인간이란 백팔십 번 웃은 뒤에야 겨우 한 번
ㆍ베를린, 레이, 십 그램의 마리화나
ㆍ뒷산에서 놀러 내려왔던 원숭이 바쿠도
ㆍ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그러면 존재하는 현실은 무너지리라
ㆍ커다랗고 하양고 넓은 침대로
*핵심 메시지: 작가는 우리가 아무리 서로를 이해하려 해도 결국 타인의 완벽한 진실에는 도달할 수 없다는 인간의 근원적 한계를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집요하고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그늘과 빛: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의 외로움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결국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여전히 너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는 구원의 메시지로 나아갑니다.
첫댓글 그 구원의 메세지가 사진일수도 그림이기도 하고 글쓰기 일 수도 있겠죠. 또 다른 무엇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