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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은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언제나처럼 순식간에 음식을 한 입에
삼켜 버리고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음.. 점소이 아저씨가 말한 마교라는 깡패들은.. 추남형하고 화린누나
모르게 나 혼자서 혼내줘야 겠어. 괜히 말했다가 같이 따라간다고 하
면 골치아플 테니까.. 에.. 그리고 그 사악한 기운.. 이게 정말 큰 문
제 인데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 감쪽같이 기운을 숨길 수가 있을까?
나도 근래에 들어서야 기운을 숨길 수 있었는데.. 물론 사부 때문에
약간의 기운을 일부러 흘리고 다니지만.. 그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일부러 모습을 감췄다면 찾기 힘들꺼야 아마.. 에잉~
골치 아픈건 정말 싫어! 언젠가는 만나게 되겠지 뭐.. 우선은 마교
깡패놈들을 혼내주고 생각해야겠다. ‘
강운이 그렇게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을 때 2층에서 팽연후가 어슬
렁 거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가고 저 꼬마놈 혼자 있는 거지? 뭐.. 저 꼬마
놈이 내려와 있다면 진낭자도 곧 내려오겠지.. ‘
강운과 단둘이 얼굴을 맞대고 앉아있기는 죽기보다 싫은 팽연후였으
나 화린이 곧 내려올거라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강운에게 아는 척을
했다.
“하하! 강소협 일찍 일어나셨군요. “
팽연후는 말을 하면서 강운 앞에 앉았으나 강운에게서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던 강운이 미처 팽연후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다.
팽연후 역시 강운이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라 생각하여
객점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하하! 강 소협 날씨가 정.말! 좋지 않습니까? “
일부로 큰 소리로 인사를 했건만 강운에게서는 역시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고 팽연후는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를 간신히 참으며
점소이를 불러 차를 한잔 시켰다.
‘으윽.. 저 빌어먹을 꼬마놈! 감히 네까짓 힘만 무식하게 센 놈이 팽가
의 소가주인 나를 무시해? 그래.. 두고 보자! 팽가로 돌아가면 반드시
이 수모를 몇곱절로 되갚아 주고 말 테니깐!’
“으드드득… “
속으로는 강운에 대해서 욕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내색을 할 수 없었
기에 이만 갈고 있는 팽연후였다.
그렇게 팽연후가 강운에 대해서 이를 갈고 있을 때 강운이 혼자만의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에.. 아저씨? 언제 왔어? 그리고 왜 그렇게 이를 박박 갈고 있는 거
야? 아저씨도 누가 괴롭혔어? “
강운을 노려보며 이를 갈고 있던 팽연후는 뒤늦게 강운이 아는 척을
하자 짐짓 표정을 풀고는 강운의 의심을 없애기 위해 너스레를 떨었
다.
“하하하! 강 소협! 누가 감히 팽가의 소가주인 저를 괴롭힐 수 있단
말입니까? 누.구를 빼놓고는 말입니다! 누.구를 빼놓고.. 하하하!”
팽연후는 말을 하면서 ‘누구’라는 말을 할 때는 은근슬쩍 강운을
노려보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누구라.. 헤헤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한 사람이네. 아저씨
같이 덩치만 크고 힘만 무식하게 센 사람을 괴롭히다니.. 대단해 정
말.. 헤헤”
그렇게 강운과 팽연후가 다정한(?) 한때를 보내고 있을 때 2층에서
추남과 화린이 내려오고 있었다.
“운아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구나. 네가 웬일로 이렇게 일찍 일어
난거야? 아.. 팽대협도 계셨군요. “
뒤늦게 팽연후를 발견한 추남이 인사를 건네자 그 동안 강운의 시선
을 피해 죽을 상을 지어대던 팽연후가 귀가 솔깃해지면서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더 신비감을 조성하고 있는 화린과 그
옆에 추남이 서 있었던 것이다.
‘아.. 선녀다 정말!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저렇듯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그래! 반드시 진낭자를 나의 여자로 만들고 말리라! 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는 구만.. 하하! 진낭자 조금만 기
다리시오. 내 진낭자를 싸가지 없는 꼬마놈의 마수에서 구해주리다. ‘
팽연후는 쓸데없는 정의감을 활활 불태우며 화린을 향해 뜨거운(본인
이 생각하기에) 눈빛을 보내며 인사를 했다.
“하하! 장소협 일찍 일어나셨군요. 진낭자께서도 밤새 푹 쉬셨는지 모
르 겠습니다. 제가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하는건데.. “
“아닙니다.. 대협께서 신경써주신 덕분에 아주 편안하게 지냈습니다.
저희가 대협께 너무 큰 은혜를 입는 것 같군요. “
추남은 정색을 하며 팽연후에게 감사의 말을 건넸고 팽연후는 그런
추남을 보며 흡족하다는 듯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은혜는 무슨.. 하하! 다들 그렇게 서 있지 마시고 아침 식사나 하
면서 담소를 나누는 게 어떨까요? “
화린은 아침부터 자신에게 느끼한 눈빛을 보내는 팽연후라는 거만해
보이는 사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간단히 고개를 끄덕여 인
사를 건네고는 자리에 앉았다.
강운이 새벽부터 잠을 깨워놓기는 했지만 주방의 하루는 다른 곳보다
일찍 시작하기 때문에 팽연후가 주문한 음식들이 무리 없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강운은 아무 말 없이 음식을 먹는데 온 정신을
썼고 추남과 화린은 팽연후의 횡설수설에 간간히 대답을 해주면서
음식을 먹었다.
“참.. 아침 식사가 끝나면 바로 팽가로 떠나심이 어떨까요? 여기서
말을 타고 가면 반나절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
추남은 자신 혼자만의 의사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기에 화
린과 강운을 쳐다봤다.
강운은 아직까지도 음식에 고개를 쳐 박고 게걸스럽게 먹어대고 있었
고 화린은 추남을 쳐다보며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리하도록 합시다. 어차피 팽가에 들리기로 한 이상 이곳에서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겠군요. “
아침 식사를 끝낸 강운일행과 팽연후는 각자의 방에서 짐을 챙겨
들고는 객점을 떠났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서 갑자기 공간이 열리며
흑의 중년인이 걸어 나왔다.
“흠.. 저 놈이 인간세상에서 두 번째로 강한 놈인 것 같군. 천계에 근
접한 힘을 가지고 있어.. 제일 강한 인간은.. 조선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 것 같고.. 하지만 그놈은 섣불리 건드려서는 안 될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어떻게 인간 주제에 저런 힘을 가지고 있는 걸까?
흐흐흐.. 하지만 어차피 상관없다. 나의 일을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저 정도의 힘이라면..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군.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없앨 수 있으니까.. 흐흐흐”
감정이 없는 듯한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던 흑의 중년인은 사악한
웃음을 흘리며 다시 공간을 열고는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