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배가 만난 문인들 25
김창동 소설가
김 송 배
김창동(金昌東) 소설가를 만나 것은 내가 예총에 있을 때『예술계』에 단편을 발표하고 1993년『예술세계』에 작품「마의 늪」을 발표하면서 서로 알게 되었으나 서로의 바쁜 생활로 인해서 교류가 뜸해졌다.
그러다가 내가 직장을 완전히 끝내고 한국문협 시분과회장에 당선하여 재임하면서 그의 요청에 따라 그가 창간한『문학저널』의 편집위원에 선임되면서 더욱 그와 인간적, 문학적으로 친근하게 지내게 된다.
그는 나에게 월평과 신인상 심사를 담당하게 해서 그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는 문학지의 집필자로서의 소임을 통해서 그와의 친근은 물론이고 그 잡지 출신들의 모인인 문학저널문인회와도 유대를 돈독히 하고 있어서 주간을 맡고 있는 이광복 소설가와 함께 자주 만나서 교감을 하고 있다.
그는 경북 영양 출생이다. 1974년에 장편소설「제로상태」와 창작집「바보마을」이 김동리 선생의 추천으로 문단에 나왔다. 그후 창작집과 장편소설집으로 「상사의 아들」「겨울석류」 「영원한 외출」 「타인의 둥지」 「대망의 도시」「성장기의 아침」「마지막 축제」「올가미」「서울환상곡」「인간대 인간」「우연한 밀회」「겨울나비」「생존과 야망」 「인간견습시대」「9343099 WAR」「워너」「미완성의 편지」등 기업소설, 추리소설, 소포츠소설, 심리소설에서 꽁트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소재로 그의 진실을 충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는 2009년 2월에 역작 장편『순간에서 영원으로』을 출간해서 그동안 침체되었던 우리 소설계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그의 작품 배경과 구상의 변을 ‘작가의 말’에서 토로하고 있다.
나는 언제 적의 총탄에 맞아 죽게 될지 모르는 그 참혹한 전장에서 평범한 한 병사의 위치와 문학을 공부하는 작가 지망생이라는 양립된 시선으로 목겨간 비인도적인 순간들과 내 의식을 통해 생성하는 감정들을 보다 사실적으로 남겨 전쟁이 얼마나 인간의 삶을 무참하게 파괴하는 비인간적 행위이며 평화가 얼마나 소중하 것인지를 전달하기 위해 총탄과 포성이 난무하는 참호 속에서도 찢어진 백지 위에 볼펜으로 내가 보고 체험한 것들을 열심히 기록했다.
참으로 그 당시의 참담한 현장의 비극적 소재를 생생한 언어로 전해준다. 그는 다시 ‘나는 이 소설을 완성함으로써 그동안 가슴에 품고 있던 모든 이야기를 남김없이 다 했으며 지금은 마치 오랫동안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벗어놓은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하다. 나와 함께 파병되어 낯선 이국의 전장에서 한마디 유언도 없이 짧고 슬픈 삶을 마감하고 숨져간 나의 전우들을 비롯하여 월남전에서 장엄하게 산화한 이름 모를 모든 영령들을 위해 늦었지만 내 진심을 다해 명복을 빌며 기도한다.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도 늘 신의 은총과 가호가 베풀어지기를 기원한다’는 간절한 그의 심정을 털어놓고 있다.
그는 시와 수필에서도 자유자재로 필치를 펼쳐서 산문시집「여보게 여보시게 돈 좀 빌려주시게」와 수필집「내 마음 구름을 타고」등 다수가 있다. 먼저 그의 시는 사물이나 의식의 함축을 구도적으로 이미지의 표정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리움은 사랑의 殘骸 / 너를 너무 사랑해 / 밤이면 / 소쩍새 되어 / 피 울음으로 가슴에 고인 / 그리움을 토해 낸다(「그리움」전문)
당신은 나의 행복 / 꽃이여(「꽃이여」전문)
우리 현대시가 요구하는 함축미가 절절하다. 대체로 소설가들이 시를 창작하면 문장이 길어지거나 산만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게서는 이처럼 절묘한 의식의 압축과 표현의 함축으로 시의 위의(威儀)를 살려내는 문학적 기질을 더욱 엿보게 한다.
그리고 그의 산문적 표현은 수필이나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이 「문인은 즐거워」에서 그의 수필성을 이해하게 된다.
어떻게 해야 보다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문인은 참으로 즐겁다. 오욕칠정에 얽힌 하등 욕구로 인한 고민이 아니라 좋은 작품을 남기고 싶어 하는 고등욕구로 발기되는 고민은 정말로 즐거운 고민이다. 그 고등욕구를 시현시키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은 오늘도 내일도 멈춤없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려는 인고의 순간을 갖는다. 직접지각(直接知覺)을 통한 사유(思惟)로 깨달음을 이루지 못하면 절대로 좋은 글을 쓸 수가 없으므로--------.
이는 그가 왜 문학을 하는지를 짐작할만한 대목이다. 그는 이렇게 시로 수필로 또는 본업인 소설로 인간(혹은 인생)과 자긍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으 l이러한 작품들은 KBS나 MBC 등에서 일요특집, 베스트셀러 극장, 소설극장으로 방송되어 시청자들의 갈채를 받은 바 있다.
그는 청룡부대의 일원으로 1968년 6월부터 1969년 7월까지 먼 나라 월남전에 파병되어 공포의 베트남 호이안 쾅남성 홍짜우 마을에 주둔하면서 죽음의 전쟁 체험과 전장의 비극적인 인간들의 모습을 지금도 떠올리면서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얼마전 우리는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그는 나에게 말한다. ‘나는 운 좋게 살아 남았다’고 되뇌인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그 전율적인 기억들이 내 의식에 생생하게 살아 이는 것은 전쟁이란 인간에게서 너무나 많은 것을 빼앗아가고 잔혹한 상처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언제 막걸리라도 한잔하면서 월남전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고 앞으로 소설 창작의 방향 등 잡다한 담소를 나누자고 했으나 잡지의 마감일이어서 바쁘다고 했다. 그는 그의 단편「인간에 대한 연구」를 읽어보면 자신의 인생관을 다소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정리가 되는 대로 일독해야 겠다.
그가 창간한『문학저널』이 벌써 통권 80호이니까 그 역사도 길지만 요즘말로 돈도 되지 않는 잡지를 붙잡고 늘어지는 끈기는 바로 그가 지향하는 문학적 열정과 노력이 그의 천성적인 기질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경영하는 시창작아카데미 수강생들 중에서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이 잡지에 소개하여 문인의 길을 걷게하는 매체의 역할도 하고 있어서 나와의 인연은 영원히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2010. 6. [문학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