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 붙은 거문고 ♤
芻豢人之所同嗜也 至於久病之人
雖全鼎大羹 聞臭虛嘔 雖艸根木實
欣然接味 雖有善唱一曲
恒歌則座者皆起 法久弊生
不知更張者 謂之膠柱鼓瑟
此乃人情之所同然 (「忘羊錄」)
기름진 고기는 사람마다 즐기는 바이지만,
오랫동안 앓는 사람에게는
비록 한 솥의 고깃국일지라도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날 수 있고,
비록 풀뿌리와 나무 열매라도
흔연히 입맛에 맞을 수도 있다.
비록 노래 하나를 잘 부르는 이라도
그 한 곡조만 항상 부르면 듣는 이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설 것이요,
법이 오래 되면 폐단이 생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고칠 줄 모르는 것은 교주고슬(膠柱鼓瑟)이라 이르는 것이니,
이것은 바로 누구나 그렇게 느끼는 바일 것이다.
교주고슬(膠柱鼓瑟)이란 거문고에
기러기발을 아교로 붙여놓고 거문고를 탄다는 뜻으로,
음률을 한 번 맞추었다 해서 기러기발을 아예 아교풀로 딱 붙여 버린다면
다시는 새롭게 다른 음률을 조정할 수 없음에 비유하여,
하나에 집착하여 변통(變通)할 줄 모르는
고지식한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말이다.
연주를 할 때마다 상황에 맞게 음(音)을 맞혀야 하는 것처럼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융통성은 삶의 필수 요건일 것이다.
운동을 하지 않아 병이 난 사람은 운동을 해야 하고,
너무 움직여서 병이 난 사람은 쉬어야 한다.
많이 먹어 탈이 난 사람은 음식을 줄여야 하고,
적게 먹어 탈인 난 사람은 많이 먹어야 한다.
‘병’ 하나에도 이쪽과 저쪽이 향방이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어떤 것이든 고정된 시각으로는 사물의 내부를 들여다보지 못하고,
현상을 대하는 그 눈의 깊이가 탄력을 잃으면
마음은 좁은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모든 일은 언제나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 이 사이에 놓여 있다.
그 사이를 통찰하고 순응하는 것이 삶을 움직이는 기러기발일 것이다.
무엇이든 정의하여 한정시키면 그것은 생명력이 죽는다.
그 기러기발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모든 생의 음은 새롭게 조율될 것이니,
생명력의 변통을 열어주는 것은 오직 우리 마음속 지혜에 있을 것이다.
아 저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고 했는가?
물이 흐를 수 있는 까닭은 오직,
고정된 하나의 모습을 고집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ㅡ<김주수>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