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비밀5 - 사이매틱 세라피(소리치유, 소리의학) 1
- 고대의 소리치유(Sound therapy)
호주 원주민들은 수천 년 전부터 디저리두(Didgeridoo)라는 악기를 치유도구로 사용해 왔다. 한 전통에 따르면, 디저리두의 원초적인 소리는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창조했다’고 전한다. 수많은 세대를 내려온 그들의 전통문화는 이 수수께끼 같은 악기를 사용하여 부러진 뼈, 근육 파열 등 여러 종류의 질병들을 치료한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공진에 다리가 무너지고 빌딩이 흔들린 사례
디저리두의 음향 출력은 특히 저주파 소리를 방출하는 일부 현대식 청각 음향치료 장치와 일치하므로, 치유의 특성이 있다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디저리두의 효과에 대한 몇 가지 연구들 중 하나는 디저리두 악기의 연주가 학생들의 천식 증상을 완화시킨다고 하였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수면무호흡증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Journal of Rural Health’ / ‘British Medical Journal’)
치료 효과가 있는 호주의 고대 악기, 디저리두(didgeridoo)
소리(또는 음악)가 질병을 치유하는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2,500년 전 고대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Pythagoras, 기원전 582경~497년)가 가졌던 개념이다. 피타고라스의 한 전기작가(이암블리쿠스)는 그가 '음악이 의학 대신 사용될 수 있으며, 건강에 크게 기여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이소크라테스(기원전 436~338년)와 다른 저술가들에 따르면, 피타고라스는 젊은 시절 이집트에서 23년간 유학을 했으며, 그때 이집트의 '사제(司祭)-과학자'들로부터 많은 지식을 흡수하였다.
후일 피타고라스는 이탈리아의 크로톤 섬에 지적 공동체를 세웠는데, 그의 추종자들은 218명의 남자와 17명의 여자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모두 개별적으로 이름을 지어주고 낮과 저녁으로 그들에게 강의를 했다고 한다. 그의 추종자들 중 한 그룹은 '듣다'를 의미하는 'Acoustici'로 알려졌으며, 여기서 영어 단어 'acoustic'이 파생되었다.
피타고라스는 현악기를 직접 만들고 튕기면서 소리를 분석했다. 그 결과 2개의 줄을 튕겼을 때 그 길이의 비가 2:1이면 8도, 3:2이면, 5도, 4:3이면 4도의 음정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현의 길이가 이렇게 간단한 정수의 비를 가질수록 어울리는 소리가 나고, 복잡할수록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 당시 이집트 문명은 이미 3,000년 이상 그들의 문화를 발전시켰고 천문학, 공학, 수학, 의학, 음악 등 여러 분야에 축적된 상당한 지식이 있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피타고라스의 유학 수천 년 전부터 악기를 만들고 연주해 왔다. 그러므로 피타고라스는 이집트 유학 중에 음악에 대한 지식을 흡수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타고라스가 "의학 대신에 음악"을 사용한 것은, 그가 이집트 유학 중에 만난 '사제-과학자'들로부터 얻은 지식에 근거한 것이 분명하다. 당시 이집트인들은 주요 도시들마다 요양소(병원)를 운영하였다. 일찍부터 이집트에서는 말의 소리가 강력하고 창조적인 힘이라 여겼기 때문에, 그들의 치유법 중 하나는 소리를 활용한 치료라는 증거가 있다(R.A. Schwaller de Lubicz, 'Sacred Science' 참조). 이집트인들은 성악(聲樂)과 드럼, 하프, 플루트, 거문고, 탬버린 같은 전통악기들 외에도, 40~60 kHz 범위에서 상당한 수준의 초음파를 방출하는 금속 디스크가 있는 '시스트라'(Sistra, 딸랑이의 일종)라는 악기를 사용했다.
무당방울
이집트의 덴데라 요양원(Dendera Sanatorium) 유적을 보면, 평행으로 마주 보는 벽과 평평한 돌 표면으로 인해 뛰어난 반향(反響) 품질을 가졌을 것으로 보이는 작은 치유실을 갖추고 있으며, 시스트라 같은 악기를 사용하여 좋은 치유효과를 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작은 방들은 현대의 타일 욕실과 비슷한 음향을 가졌을 것이다. 각 치유실에는 물이 담긴 대야가 있었는데, 그 대야는 치유(治癒)의 신(神) 조각상 위에 부어졌고, 그 물에는 치유 에너지가 충전되어 흡수되었을 것이다.
藥 과 樂
위약(僞藥, plasibo) 효과의 연구에 따르면, 처방된 '약'에 대해 환자가 치유력이 있다고 믿을 경우 실제 약만큼 효능을 가질 수 있다. 병을 고치는 능력을 가진 치유의 신(神) 동상에 물을 부어 만든 위약(혹은 '약')은 당시 환자들의 복지에 크게 기여하였을 것이다.
이집트 벽화 중에 하프 연주자와 함께 시스트라(Sistra)를 연주하는 여성들(오른쪽). 시스트라는 풍부한 초음파 공급원이다.
이집트의 테베 서쪽 기슭에 있는 데이르 엘 바하리(Deir el-Bahari)에는 하푸 18세의 아들 아멘호텝(Amenhotep)에게 헌정되었된 18왕조의 예배당있다. 아멘호텝은 '의사'라는 칭호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사카라(Saqqara)에 있는 조세르의 장엄한 계단식 피라미드를 설계한 책임자 임호텝(Imhotep)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격화된 치유의 성자(聖者)이다. 임호텝의 명성은 어찌나 컸던지, 그의 사후 1500년이 지난 후에도 그리스인들은 그를 치료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와 동일시하였다. 임호텝(Imhotep)과 하푸의 아들 아멘호텝(Amenhotep-son-of-Hapu)은 고대 이집트 역사에서 신격화된 유일한 두 평민이었으며, 동일한 이집트의 치유 신전에서 함께 숭배되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등에서 수행한 음향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존 스튜어트 리드(John Stuart Reid)는, 이집트인들이 음향 기반 의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예배당을 특별히 잔향(殘響)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가령, 병자들이 순례를 했던 데이르 엘 바하리(Deir el-Bahari)의 예배당은 강한 반향(反響)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그 때문에 시스트라와 다른 악기들이 인간의 발성과 함께 그러한 치유 예배당에서 치유 양식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인도 문화 역시 3,500년 전경부터 질병 치료를 위해 소리를 사용해온, 매우 길고 풍부한 역사를 갖고 있다. 베다 시대(기원전 1500-600년)에는 특정 질병에 대해 특정 진언(眞言, mantra)이 규정되어 있었다. 아유르베다 수행자는 심오한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바이디야(vaidya)"라고 불렸는데, 그는 만트라를 통해 신들에게서 마법의 힘을 부여받고, 이 힘을 치유 목적으로 사용하였다.
이밖에도 티벳, 중국, 한국 등 아시아권은 물론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치유와 건강을 위해 특정 악기나 육성의 소리(진언, 주문, 노액 등)를 널리 활용해 왔다. 이들 중에 티벳의 '노래그릇'(singing bowl)은 오늘날 세계에 널리 알려진 치유도구 중 하나이다.
티벳의 '노래그릇'(singing bowl). 여운이 긴 것은 무려 4분이나 지속된다.
- '사이매틱 세라피'의 발전과정
여러 고대 문화권에서는 수천 년전부터 소리의 힘을 질병치유에 사용해 왔다. 하지만 서구에선 1927년 R. 우드 교수와 그의 조수 루미스가 초음파(고주파 소리)의 의학적 특성을 발견하기 전까지, 소리 치료의 전통은 거의 사라졌었다. 이들의 발견으로 인해 새로이 관련 연구가 급증했고, 이후 초음파가 신장(腎臟) 결석의 분해, 종양 축소 등에 강력한 의학적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립되었다. 오늘날 전세계의 병원, 부상클리닉 등에서 치료 초음파는 연조직과 골절된 뼈의 치유를 가속화 하는 데 널리 사용되고 있다.
1928년, 독일 라이프치히의 생리화학연구소의 과학자 에르빈 슐리파케(Erwin Schliephake) 교수는 청각적 소리가 치료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린다쳐(Lindacher)는 주로 저주파 음파 진동을 방출하는 휴대용 장치 "노바소닉(Novasonic)"을 개발하였다.
슐리파케(Erwin Schliephake) 교수와 그에게서 영감을 받은 린다쳐(Lindacher)가 개발한 '노바소닉(Novasonic)' 장치
1960년대에 영국 정골의사 피터 가이 매너스(Peter Guy Manners, ~2009) 박사는 한스 제니(Hans Jenny) 박사의 사이매틱스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 가청 음파에 중점을 두고 '사운드 테라피' 분야를 개척한 소리치료의 선구자이다. 그는 사운드 테라피가 만성통증, 정서장애, 신체적 부상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사용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실제로 소리의 진동에는 신체의 막힌 부분을 뚫고 치유를 촉진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었다. 그가 저술한 사이매틱스와 사운드 테라피에 관한 여러 권의 책들(<The Body Electric: A New Approach to Health and Healing>, <Cymatics: A Study of Wave Phenomena>, <The Healing Power of Sound: The Best Is Yet to Come>, <Music and the Elemental Psyche: A Practical Guide to Music and Changing Conscious-ness> 등)은 오늘날 많은 의료인과 치유사들이 읽고 있다.
그리고 매너스 박사는 소리치료를 교육, 보급하기 위해 '영국소리치유아카데미'와 '국제소리치료협회(International Sound Therapy Asso-ciation)를 설립하였다. 또한 그는 치료용으로 특정 소리 주파수를 생성하도록 설계된 "매너스 웨이브 제너레이터(파동발생 장치)를 개발했다. 나아가 그는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된 사이매틱 세라피(Cymatic Therapy) 장치도 개발했다.
매너스(Peter G. Manners) 박사가 사이매틱 테라피(Cymatic Therapy) 장치를 들고 있는 모습
1999년부터 영국의 음향물리학자 존 스튜어트 리드(John Stuart Reid) 박사는 음향학의 선구자인 클라드니(Ernst Chladni), 왈러(Mary D. Waller), 한스 제니(Hans Jenny)로부터 영감을 받아 소리의 세계를 연구하며, 사이매틱스와 소리치료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리드는 소리가 우주의 거의 모든 물질을 떠받치고 있고 원시 대양(大洋)에서 생명을 창조하는 강력한 힘이었기 때문에, 생명을 치유하는 힘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가 발명한 사이매스코프(CymaScope)는 소리를 가시화하는 고도로 발전된 유형의 장치로, 소리와 진동의 아날로그 이미지를 제공하는 최초의 과학 기기이다. 이 장치를 통해 보이지 않는 소리의 세계는 무수한 기하학적 패턴으로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소리의 영역은 과학적 연구와 예술적 활용을 위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었으며, 현재 Cymascopic는 수많은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천문학, 생물학, 식물학, 의학(심장 검사, 근전도, 혈액학, 신경생리학, 생체세포학, 사운드 테라피 등), 해양학, 조류학, 음악학, 음운론, 물리학, 양자물리학, 동물학 등. (계속)
리드(John Stuart Reid) 박사와 그가 발명한사이매스코프(CymaScope)
(*이 글은 리드 박사의 논문들을 바탕으로, 다른 자료들을 종합하여 재작성한 것임)
글; 무애(한국 선도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