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25)
●제2장 색한 서문경 1회
무송이 형네 집에서 나온 지 십 여일이 지난 어느 날 이었다. 지사가 순포도두인 무송을 자기 방으로 불렀다. 무송은 무슨 일인가 하고 궁금히 여기며 지사의 집무실을 찾아갔다.
청하현의 지사는 부임해온 지 이년이 넘어 있었다.
그 동안 지사는 적지 않은 돈을 긁어모았다. 지사의 임기는 삼년으로 되어 있었다. 삼년을 채우고 나면 수도인 동경(東京)으로 가서 천자(天子)를 배알하게 되어 있었다. 그 때 거액의 돈을 상납하지 않으면 다시 관직을 누리기가 어렵게 마련이다. 그래서 지사는 긁어모은 돈을 미리 동경에 있는 친척집으로 가져가 그곳에 보관해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동경까지 돈을 무사히 운반해 가는 일이었다. 도적의 무리가 횡행하는 세상이라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지사의 머리에 문득 떠오른 것이 무송이었다. 맨주먹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은 호걸이니 그에게 그 일을 맡기면 무사히 잘 해낼 것 같았다. 그래서 무송을 불렀던 것이다.
무송을 가까이 앞에 앉히고서 지사는 나직하고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순포도두 자네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어서 그러는데 ... ”
“무슨 부탁이신지,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해드리고 말고요. 어서 말씀해 보시지요”
“다름이 아니라, 저 ... 내 가까운 친척 한 분이 지금 동경에서 관직에 있는데, 주면(朱勔)이라는 분이지. 전전태위(殿前太尉)로 계신다니까”
“전전태위라고요?”
무송의 눈이 약간 휘둥그래진다.
전전태위라면 근위부(近衛部)의 장관으로, 무관으로서는 최고위직인 것이다.
“그분에게 자네가 심부름을 좀 가주었으면 해서 ... ”
“그러지요. 그거야 뭐 어려운 일입니까”
“오랫동안 소식을 못 전했기 때문에 문안 겸 선물이라도 좀 보낼까 하는데, 중도에 무사할까 그게 걱정이거든. 도적의 무리들이 들끓고 있으니 말일세. 그러나 자네라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 ”
“염려 놓으십시오. 제가 오늘 이렇게 순포도두라는 분에 넘치는 직위에 올라있는 것도 모두가 지사님의 특별하신 은덕 때문이 아닙니까. 지사님의 분부시라면 무슨 일을 못하며, 어딘들 못 가겠습니까.
더구나 동경은 아직 제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수도입니다 수도구경도 할 수 있으니 저로서는 더없이 기쁜 임무입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더욱 좋은 일이지. 일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면 상을 후하게 내릴 생각이네”
“고맙습니다, 지사님. 그럼 언제 출발을 할까요?”
“빠를수록 좋지. 내일 출발했으면 좋겠는데 ...
어떤가?”
“예, 그러지요. 염려 놓으십시오”
다음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