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참모습을 경외하며
주산 김영화
내 안에 참으로 밝고 아름다운 생명이 살아 있음을 느껴 본 사람은 세상의 꽃을 바라보는 눈부터 달라질 것이다. 길가에 피어난 작은 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머물고, 저마다 다른 빛깔과 향기를 지닌 꽃들을 바라보며 “피는 꽃마다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마음이 아니다. 생명 그 자체의 참모습을 깨닫고, 그 소중함 앞에서 저절로 고개를 숙이는 경외의 마음일 것이다.
생명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세상에 피어난다. 어떤 꽃은 화려한 빛깔로 사람의 눈길을 끌고, 어떤 꽃은 작고 수수한 모습으로 제자리를 지킨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꽃이라고 해서 아름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빛과 향기를 드러내며 살아가는 모습에는 우리가 쉽게 헤아릴 수 없는 생명의 깊이가 담겨 있다. 그 다름이 서로 어울릴 때 세상은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운 생명의 정원이 된다.
그러나 생명의 아름다움을 아는 것과 그 생명을 진정으로 경외하며 살아가는 것은 서로 다르다.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일은 쉬울 수 있다. 하지만 나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존중하고, 내 뜻과 다르게 움직이는 생명까지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는 자신에게 익숙한 것에는 마음을 열면서도 낯선 것에는 거리를 두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옳고 그름을 먼저 따지곤 한다. 생명의 아름다움을 말하면서도 정작 눈앞의 생명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일 때가 많다. 생명을 경외한다는 것은 모든 생명이 나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숲속의 나무들이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자라면서도 하나의 숲을 이루듯, 사람 또한 각자의 성품과 생각을 지니면서 함께 살아간다. 어느 하나만을 내세우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생명이 이루는 큰 조화를 바라볼 수 있다.
나는 이러한 마음을 갖기 위해 신앙과 수행, 그리고 마음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생활에서 내 마음을 살피고, 나의 습관과 고집을 돌아보며, 순간순간 바른 선택을 하는 공부가 뒤따라야 한다. 마음이 불편할 때에도 상대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내 생각을 앞세우고 싶을 때에도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게 나를 이기는 공부를 거듭할 때, 생명을 대하는 마음도 조금씩 깊어질 것이다. 원불교의 마음공부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경계 속에서 일어나는 내 마음을 살피고 본래 자리를 밝혀 가면, 나만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눈이 달라진다. 나의 생명이 소중하듯 다른 생명도 소중하며, 나의 행복이 중요하듯 상대의 행복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은 생각에만 머물지 않고 말과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작은 생명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 서로에게 은혜를 베풀며 살아가는 일이 곧 생명의 존엄을 실천하는 길이다.
마음공부는 결국 나를 이기는 공부이기도 하다. 남을 이기기 위해 힘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욕심과 편견과 오래된 관습을 살펴 더 넓은 마음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물론 오랜 습관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알면서도 같은 생각에 빠지고, 다짐하면서도 다시 감정에 끌려갈 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자신을 탓하는 데 머물지 않고 마음을 돌이켜 본래 자리로 돌아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반복 속에서 나만의 삶의 멋이 생기고, 생명을 대하는 마음에도 따뜻한 향기가 배어들 것이다. 나는 오늘도 생명의 참모습을 경외하는 삶을 배우고 싶다. 꽃 한 송이를 바라볼 때 그 꽃이 지닌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고, 사람을 만날 때에는 그 사람만의 빛과 향기를 발견하고 싶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밀어내기보다 그 다름 속에 담긴 생명의 뜻을 헤아리며 살아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날마다 마음을 살피고, 신앙과 수행을 통해 나의 본래 자리를 밝히며, 익숙한 나의 습관을 조금씩 바꾸어 가야 할 것이다. 피는 꽃마다 아름답다는 말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향한 찬탄이다. 그 말을 진정으로 할 수 있으려면 먼저 내 마음이 밝아져야 한다. 내 안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다른 생명 앞에서 겸손해지며,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꽃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피지만, 어느 꽃도 다른 꽃의 아름다움을 빼앗지 않는다. 나 또한 그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나의 빛을 지키면서도 다른 이의 빛을 존중하고, 나의 생명을 가꾸면서도 이웃의 생명을 함께 북돋우는 삶 말이다. 그럴 때 세상은 서로의 다름이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큰 생명으로 다가올 것이다. 오늘 피어난 꽃 한 송이 앞에서 조용히 마음을 낮춘다. 그 작은 생명 속에도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깊은 아름다움이 있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나는 오늘 만나는 생명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가. 그 물음을 잊지 않고 마음공부를 이어 가는 것, 그것이 생명의 참모습을 경외하며 살아가는 나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