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TV <조선팝 어게인, 송가인>에서 확인한, 우리 무속의 매력
1. 최근 KBS는 과거 극장 ‘리사이틀’ 형식으로 특정 가수의 대형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 19’ 로 인한 직접 공연이 점점 어려워지는 시점에 만나고 싶은 가수나 엔터테이너의 모습을 TV에서 만날 수 있게 한 기획은 보통 서민의 관점에서는 의미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TV에 잘 나오지 않던 ‘나훈아’를 시작으로 심수봉, 임영웅의 공연이 이어졌고, 설 특집으로는 송해와 송가인의 공연이 펼쳐졌다. 대부분 가수들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볼거리에 치중한다는 점에서 때론 그러한 과도한 모습이 가수들의 진정한 매력을 감추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나치게 요란스럽게 꾸며진 무대와 연출적 진행이 공연자의 내면적 모습을 축소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2. 그러한 아쉬움 속에서도 팬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가수들의 공연을 TV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은 KBS 스스로 자랑하듯이, ‘공영방송’이 갖는 장점이었다. 그 중에서도 <조선팝 어게인, 송가인> 프로그램은 분명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TV 프로그램, 특히 공개 공연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우리 무속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당’이라고 천시받았던 무속과 민속의 전통을 계승하던 사람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그들이 보여주었던 슬픔과 고통을 위로하던 힘을 TV에서 확인한 것이다. ‘송가인 특집’은 전통 음악과 트로트 모두에 재능을 지닌 ‘송가인’이라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예인이 있기에 가능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녀는 TV 공개 ‘트로트 서바이벌’을 통하여 일약 대중적 스타로 발돋음하였다. 비록 트로트를 통해 인기를 얻었지만 그녀의 집안은 대표적인 무속 예인 집단이었다. 어머니는 남도의 무당이었으며, 오빠를 비롯한 대부분의 가족들도 무속과 민속적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3. 공연은 크게 ‘판소리’ 마당과 전통 음악과 트로트의 콜라보, 그리고 전통 굿 장면으로 구성되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무대는 진도 씻김굿의 저승길을 재현한 장면이었다. 진도의 씻김굿은 망자의 이승에서의 잘못과 아쉬움을 정화시켜 저승길을 위로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굿이다. 얼마 전까지도 진도에서는 많은 집에서 이러한 ‘씻김굿’을 통해 남아있는 가족들의 아픔과 떠나는 망자의 한을 위로하였다. 그러한 민중의 현장이 비록 무대적 각색과 편곡을 거쳤지만 우리의 고유한 정서를 표현하는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다. 특히 실제 무당인 송가인의 어머니가 펼치는 애달픈 한의 목소리는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깊은 울림을 지닌 특별한 소리의 매력이었다.
4. 굿마당에서 소리는 악기들이 자아내는 슬픈 가락과 어울려 반복되는 사설 속 아픔에 대한 진실과 위로의 목소리로 가득 차있다. 때론 처연한 느낌으로, 때론 고양된 느낌으로, 소리는 다양한 변주의 세계를 펼쳐낸다. 그러한 생과 사의 이별이 이루어지는 무대 속에서 떠나는 사람은 인간적 존엄을 획득하며, 남아있는 사람들은 슬픔의 승화를 학습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진정으로 소중한 모습이 시대적 흐름과 왜곡된 시선에 의해 사라져가고 있는 현재, 사라져가는 아름다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설날의 ‘우연한 즐거움’이었다.
5. 무대에서의 ‘씻김굿’ 공연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공연이 실제 무속에 대한 관심으로 확산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송가인’이라는 특별한 존재와 그의 성공이 그의 가족들을 무대에 소환했고 그들이 평생 간직했던 가족적 전통, 아닌 무속적 전승을 펼쳐낼 수 있었던 것이다. 화려하면서도 슬픈, 어쩌면 실제의 굿판과는 조금은 다른 인상이었지만, 그 속에서 등장하는 소리와 음악은 그대로였다. ‘사라져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가장 화려한 무대에서 확인한 것이 이번 설 TV에서 찾은 수확이라고 하여야 할까? ‘송가인’ 공연은 송가인이라는 가수의 재발견을 넘어서, 그녀가 품고 있는 전통적 영역의 힘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첫댓글 - 사라져가는 민간 예술의 맥을 되살리려는 노력이겠지. 시대적 상황 속에서 면면이 이어져 우리 민족 DNA의 숨결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