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과 비료포대
동락점빵에서는 조합원를 가입한 어르신 중심으로
공병수거 사업을 진행합니다.
어르신들이 주로 드시는 것도 있지만, 자녀들이 방문해서 먹고 생기는 것들도 있습니다. 많이 드시진 않지만 그 때 그 때 공병을 모아둡니다.
그러다보니, 공병에 찌든때와 온갖 냄새가 베깁니다. 어르신은 모아둘 곳이 없다보니, 지역에서 만능으로 쓰이는 포대에 공병을 담아둡니다.
보통 한 포대에 소주, 맥주가 각 40병 내외 담깁니다. 이렇게 수거를 진행한 병은 소주 100원, 맥주 130원으로 계산 되어 물품으로 바꿀수 있게 됩니다. 수거 된 공병은 다시 광주에 있는 대형 마켓으로 가서 분리 작업을 한 후 주류 구입시 할인을 받습니다. 이 과정에 인건비와 운반비는 전혀 없다보니, 온전히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더욱이 비료 포대는 비닐도 아니라, 폐자재로 버려야하는 폐기물 비용은 덤이지요.
간혹, 공병을 모아서 넘기는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이웃들이 어르신이 팔아서 쓰실 수 있도록 주시거나, 어르신이 따로 다니며 모아오시는 경우입니다. 그 양이 보통 100병 단위 이상이 되다보니, 받기도 안받기도 애매합니다. 안받자니 어르신은 생계를 위해 모아오셨을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받으니, 점빵에서는 당장 매출에서는 마이너스가 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지난번 한 번은 한 어르신께,
“어르신 공병 좀 그만 모아와주세요~” 했었는데,
그 이후로 어르신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르신의 이동장터 기억은 늘 언제일지 모르는 어르신의 기억일텐데, 늘 이용 하셨다고 하시며, 가격이 비싸다고만 이야기 하셨던 어르신이었죠.
(참고로 제가 장터 맡은 이후 한 번도 이용을 하지 않으셨던 어르신이었습니다.)
그 뒤로 안보이니, 요즘도 그 곳 갈 때마다 어르신이 계시나 신경이 쓰입니다. 어찌보면 공병 덕분에 주변 이웃들이 어르신 집에 들려
안부 확인하며 대화나눌 구실이었을텐데, 그걸 제가 끊었다고 생각하니...
모든 일을 수익화 하기란 쉽지 않지만,
때론 수익보다 우리의 존재로 어르신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공익화를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