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언 서(記言序) [허목(許穆)]
나는 옛글을 몹시 좋아하여 늙어서도 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늘 경계하는 마음으로 다음과 같은 금인(金人)의 명(銘)을 암송하였다. 그 명에 이르기를,
“경계할지어다. 말 많이 말고, 일 많이 벌이지 말라. 말이 많으면 실패가 많고, 일이 많으면 해가 많다. 안락(安樂)할 때 반드시 경계하여 후회할 짓을 하지 말라. 뭐가 나쁘랴 하지 말라. 그 화(禍)가 자라게 된다. 뭐가 해로우랴 하지 말라. 그 화가 커질 것이다. 듣는 이 없다 하지 말라. 신이 엿보고 있다. 불이 붙기 시작할 때 끄지 않으면, 치솟는 화염(火炎)을 어찌하리오. 물이 졸졸 흐를 때 막지 않으면, 끝내는 강하(江河)가 되고 말리라. 실낱같이 가늘 때 끊지 않으면 그물처럼 커지게 되며, 털끝처럼 작을 때 뽑지 않으면 도끼를 쓰게 될 것이다. 진실로 조심하면 복(福)의 근원이 된다. 입은 뭐가 문제인가? 화의 문이 되는 것이다. 힘을 믿고 날뛰는 자 제명에 못 죽고, 이기기를 좋아하는 자 반드시 적수(敵手)를 만나게 된다. 도둑은 주인을 미워하고, 백성은 윗사람을 원망하는 법이니, 군자(君子)는 천하에 윗사람 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를 낮추며, 여러 사람보다 앞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을 뒤로 한다. 강하가 비록 낮지만 여러 내보다 큰 것은 낮게 있기 때문이다. 천도(天道)는 친소(親疎)가 없어 항상 착한 사람 편에 서나니, 경계할지어다.”
하였다.
《주역(周易)》의 익(翼)에,
“군자가 집 안에 있으면서 말이 선하면 천 리 밖에서도 호응하는데, 하물며 가까이 있는 사람이겠는가. 집 안에 있으면서 말이 선하지 않으면 천 리 밖에서도 배반할 것인데, 하물며 가까이 있는 사람이겠는가. 말은 자신에게서 나오지만 백성에게 영향을 미치고, 행동은 가까이에서 시작하여 멀리 드러난다. 그러므로 언행(言行)은 군자의 중추이니, 이 중추의 움직임이 영예와 오욕의 관건이다. 언행은 군자가 천지를 움직이는 것이니, 삼가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하였다.
나는 이것을 두려워하여 평소에 말을 하면 반드시 글로 남겨서, 날마다 반성하고 노력하면서 나의 글을 《기언》이라 하였다. 이는 고인(古人)의 글을 읽기 좋아하여 마음속으로 고인의 실마리를 좇아 날마다 부지런히 힘쓴 결과였다. 《기언》은 육경(六經)을 근본으로 삼고 예악(禮樂)을 참고하고 백가(百家)의 변론을 널리 통한 것이니, 여기에 분발하여 힘을 다한 지 50년이다. 그러므로 이 글은 간략하면서도 내용은 구비되었고, 장황하면서도 체제는 엄격하다. 천지의 화육(化育)과 일월성신(日月星辰)의 운행, 풍우한서(風雨寒暑)의 왕래, 산천ㆍ초목ㆍ조수(鳥獸)ㆍ오곡(五穀)의 생장, 인사(人事)의 당연한 의리, 사람의 도리와 사물의 법칙, 시서(詩書)ㆍ육예(六藝)의 가르침, 희로애락애오(喜怒哀樂愛惡) 등 형기(形氣)의 느낌, 제사ㆍ귀신ㆍ요상(妖祥)과 괴상한 사물 따위의 이변, 사방(四方) 풍기(風氣)의 구별, 음악과 민요의 차이, 기사(記事)ㆍ서사(敍事)ㆍ논사(論事)ㆍ답술(答述), 도(道)의 성쇠(盛衰)와 세상의 치란(治亂), 현인(賢人)ㆍ열사(烈士)ㆍ정부(貞婦), 간인(奸人)ㆍ반역자ㆍ우매한 자에 대한 경계 등 일체를 이 글에 포함시켜서 고인(古人)처럼 하기를 바란 것이다.
정미년(1667, 현종8) 동지에 공암(孔巖) 미수(眉叟) 허목(許穆)은 쓴다.
[주1] 금인(金人)의 명(銘) : 공자가 주(周)나라 태조(太祖) 후직(后稷)의 사당을 구경하다가 세 겹으로 입을 봉한 금으로 만든 사람을 보았는데, 이 명은 금인의 등에 쓰여 있던 것이다. 《孔子家語 觀周 第11》
[주2] 천도(天道)는 …… 서나니 : 천도는 공정하여 선인(善人)에게 복을 내려 준다는 뜻이다. 《老子 第79章》
[주3] 주역(周易)의 …… 하였다 : 《주역》 〈계사전 상(繫辭傳上)〉 제8장에 보인다. 익(翼)은 공자(孔子)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십익(十翼)’으로, 《주역》 중의 〈단전(彖傳)〉 상ㆍ하, 〈상전(象傳)〉 상ㆍ하, 〈계사전(繫辭傳)〉 상ㆍ하, 〈문언전(文言傳)〉, 〈서괘전(序卦傳)〉, 〈설괘전(說卦傳)〉, 〈잡괘전(雜卦傳)〉이 그것이다.
[주4] 공암(孔巖) : 양천(陽川)의 별칭으로 현재 서울 양천구(陽川區) 가양동(加陽洞) 지역이다. 고려 태조(太祖) 때 허선문(許宣文)이 처음 봉해진 뒤로 양천 허씨의 본관이 되었다.
記言序
穆。篤好古書。老而不怠。常戒之在心誦金人之銘。曰。戒之哉。毋多言。毋多事。多言多敗。多事多害。安樂必戒。毋行所悔。勿謂何傷。其禍將長。勿謂何害。其禍將大。勿謂不聞。神將伺人。焰焰不滅。炎炎若何。涓涓不壅。終爲江河。綿綿不絶。或成網羅。毫末不扎。將尋斧柯。誠能愼之。福之根也。口是何傷。禍之門也。強梁者。不得其死。好勝者。必遇其敵。盜憎主人。民怨其上。君子知天下之不可上也。故下之。知衆人之不可先也。故後之。江河雖左。長於百川。以其卑也。天道無親。常與善人。戒之哉。易翼曰。君子居其室出其言。善則千里之外應之。況其邇者乎。居其室出其言。不善則千里之外違之。況其邇者乎。言出乎身加乎民。行發乎邇。見乎遠。言行。君子之樞機。樞機之發。榮辱之主也。言行。君子之所以動天地也。可不愼乎。穆。唯是之懼焉。言則必書。日省而勉焉。名吾書曰記言。說讀古人之書。心追古人之緖。日亹亹焉。記言之書。本之以六經。參之以禮樂。通百家之辯。能發憤肆力且五十年。故其 文簡而備。肆而嚴。如天地之化育。日月星辰之運行。風雨寒暑之往來。山川草木鳥獸五穀之資養。人事之誼。民彝物則。詩書六藝之敎。喜怒哀樂愛惡形氣之感。禋祀鬼神妖祥物怪之異。四方風氣之別。聲音謠俗之不同。記事,敍事,論事,答述。道之汚隆。世之治亂。賢人,烈士,貞婦,奸人,逆豎,愚暗之戒。一寓於文。以庶幾古人者也。強圉協洽日短至。孔巖許穆眉叟。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