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모처럼 자정 전에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반려견 때문에 벽 코너에 만들어 놓은 선반에 불을 밝히는 아주 작은 전등을 켜놓았습니다. 그리고 방문도 개방해 두었습니다. 반려견은 절대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녀석이 실내에서 머무는 곳은 일정합니다. 그리고 대소변은 철저하게 산책할 경우에만 배출하는 착한 심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이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민감하게 자신의 행동을 결정짓는 영리함도 있답니다. 거실 한구석에 물그릇과 사료그릇을 놓아주는데 평소에는 그 주변에 머물지만 주인이 거실에 안락의자에 앉으면 그 순간 일어나 복도 끝 서재 입구 앞에 깔아 놓은 작은 천 메트로 즉시 이동해 버립니다. 그리고 주인이 그곳을 지나서 갈 수 있는 화장실이나 서재나 침대방을 가려고 움직이면 즉시 일어나 다시 거실 먹는 장소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방으로 잠을 청하려 들어가면 방문 앞으로 이동하여 밤새 주인의 낌새를 관찰하는 버릇 있습니다. 이를 도우려 방문을 개방하고 작은 등불을 켜놓는 것입니다. 개사육 전문가들이 충견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추켜 세운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늘 함께 있으면 경험하게 되는 반려견입니다.
연일 계속되는 노동과 폭염에 피곤했는지 깊은 잠에 빠졌다가 새벽 처마옆에 있는 단풍나무 그늘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자저귀는합창 소리에 눈이 떠졌습니다. 이중 유리창 우측문을 살짝 그리고 조용히 밀자 회청색 동창의 빛과 함께 곱고 정겨운 새들의 합창 음률의 파문이 방으로 찾아들었습니다. 신선하면서도 청아한 생명의 환희를 불러오는 것 같은 감정이 들뜨는 분위기였습니다. 자연의 소리는 늘 감동을 전해 옵니다. 여명과 함께 듣는 소리는 새소리가 분명하고 햇살이 퍼지면서 듣게 되는 소리는 매미를 비롯하여 곤충소리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아침새소리는 새들끼리 올망졸망 모여 앉아서 내는 소리라면 낮에는 이곳저곳을 나르며 내는 새소리가 주를 이룹니다. 바람소리는 일기에 따라 다르게 불기도 하고 침묵하기도 하지만 기상환경에 따라 숲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제 각각입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여름날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모든 창문을 열어젖히는 일입니다. 그때마다 신선한 공기가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경험하며 생명의 빛과 함께 생태라는 소중한 감각적인 환경과 마주하는 것 같아 저절로 환희심에 휩싸이게 되기도 합니다. 생을 찬미하는 일은 인본 위 중에 최고의 성찬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옷을 차려입고 현관문을 열어 놓으면 반려견은 쏜살같이 밖으로 뛰어나간 후 잔디를 가로질러 주목나무로 달려 가 언저리에 소변을 배출한 후 주인을 기다리며 서 있습니다. 가벼운 산책을 하자는 자신의 의견을 내는 모습입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되는 아침산책 중에 만나게 되는 아침기운들은 전부 새롭고 청정함 뿐이라 너무 상쾌합니다. 그러나 오후로 갈수록 시류를 타고 자신에게 반입되는 여러 갈래의 감정에 따라 시시각각 마음은 출렁거리게 됩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일어나는 감정의 파문의 영향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마음의 선율은 희로애락으로 교차되며 자신을 지배하는 것이 삶이지만~~ 살다 보면 우리들의 나신을 가리고 있는 옷도 여러 날 입다 보면 더러워져 다시 세탁을 한 후 입는 것처럼 마음의 여러 가지 찌꺼기를 깨끗하게 비워버려야 할 때도 생깁니다. 마음에 담겨 있는 것들의 지움은 여간해서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늘 집착이라 하는 것을 쉽게 떨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이에 앞서 스스로를 방해하는 것은 미련이 아닌가 합니다. 미련이 중첩되기 시작하면 당연히 집착을 불러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음을 가볍게 하는 일은 우선 자신이 소유하는 것들에 대한 분별력부터 확실하게 쌓아 두어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새삼 무소유의 뜻이 노년으로 갈수록 마음에 짙게 드리워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