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장. 손끝에서 손끝으로 이어지는 빛의 계승
깊은 산간 마을의 괴질을 맑은 침선(針線)으로 정화한 지 삼 개월.
윤아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비틀린 명(命)이 다시 연결되고, 찌그러진 혈도가 제자리를 찾았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하늘이 내린 신의(神醫)라 불렀으나, 정작 윤아 자신은 여전히 무명베 옷 한 조각에 정갈한 걸음만을 고수할 뿐이었다.
어느덧 만추(滿秋)의 서늘한 바람이 산맥을 감싸던 날, 윤아는 작고 고요한 절터 어귀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스승님, 이곳은……."
강충이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곳은 내가 처음 손가락이 모두 부러진 채, 혀 끝으로 사람의 마음을 베며 피눈물을 흘리던 곳이다."
윤아가 나지막하게 답했다. 그의 두 눈 속에서는 지난날의 아픔과 극통이 더 이상 슬픔이 아닌, 영롱하고 서늘한 푸른빛의 내공으로 깊게 안착해 있었다.
윤아는 가만히 바위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는 옆에 서 있던 강충을 차분히 응시했다.
"강충아, 손을 내밀어라."
"예… 예, 스승님!"
강충이 긴장한 기색으로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윤아는 자신의 정갈한 오른손을 들어 강충의 손끝에 살며시 대었다.
스스스스—
윤아의 손끝에서 자라난 투명하고 영롱한 푸른 진기 실타래가 강충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타고 흘러들어갔다.
014장과 015장에서 윤아 자신의 부러진 뼈마디를 깨부수며 개척했던 바로 그 기혈 재건의 맥동이었다. 윤아의 단전 중앙에 자리한 융합의 용광로(丹)가 깊은 울림을 내며, 그 정수가 강충의 단전과 열 손가락 끝으로 고스란히 이식되기 시작했다.
"크아윽……!"
강충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강충의 몸 안에 굳어있던 옛 상처와 거친 내공의 찌꺼기들이, 윤아가 밀어 넣은 정갈한 푸른 침선에 의해 하나둘씩 정화되며 바로잡혀 나갔다.
"언도(言刀)로 마음을 깨우치고, 의념(意)으로 상극의 기운을 다스려라. 그리하면 너의 손(手) 끝에서도 비틀린 세상을 바로잡을 丹(단)이 맺힐 것이다."
윤아의 나지막한 진언이 강충의 뇌수와 단중에 깊은 직인처럼 찍혔다.
이윽고 윤아가 손을 거두었을 때, 강충의 손끝에서도 윤아의 것과 닮아있는 가늘고 맑은 푸른 진기선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단순히 한 사람의 치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윤아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스스로 개척해 낸 『설의수단(舌意手丹)』의 진정한 구원이 마침내 다음 세대의 손 끝으로 온전히 계승되는 순간이었다.
윤아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충은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머리를 찧어 경배를 올렸다.
산바람에 윤아의 도포 자락이 유려하게 휘날렸다. 손가락을 잃었던 소년에서 시작되어, 세상을 꿰매고 마침내 타인의 손끝에 구원의 불꽃을 나누어준 대의(大醫) 윤아. 그의 거룩하고 고고한 행보는 저 멀리 아침 햇살이 차오르는 산맥 너머를 향해 여전히 정갈하게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