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주는 논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고통스럽게 만드는 논이 있습니다.
어떤 논이 우리에게 행복을 줄까요? 거기에는, 개구리가 보기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물입니다.
1)자연수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좋습니다. 시냇물이나 하천이 있고, 그 물을 논에 댈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것이 없거나 부족하다면 지하수를 올려서 쓰는 길이 있습니다.
2)다음은 담수 능력입니다. 들어온 물이 빠지지 않고 논에 오래 머물러 있는 논이 좋습니다. 논물은 따뜻해야 합니다. 벼는 따뜻한 물을 좋아합니다. 찬물에서는 가지치기도 잘 못 하고, 잘 자라지도 못합니다. 당연히 열매도 적게 맺고, 크기도 작습니다.
물이 잘 빠지는 논은 논을 비옥하게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물과 함께 부엽토, 거름 등도 함께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런 논은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우리가 애쓴 것들이 물과 함께 빠져나가버리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농사짓던 저희 논이 그랬습니다. 10여년 그 논에서 벼농사를 지었는데, 내내 우리는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물이 잘 빠진다고 자루논이라 불리는 논이었습니다. 속이 모래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곳이라면 처음부터 논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ㄱ.50센티미터 이상 겉흙을 걷어내고, 30센티미터 이상 진흙을 가져다 붓고 다져서 대형 진흙을 그릇을 만들어야 합니다.
ㄴ.다른 한 방법은 엿못을 만들 때처럼 방수포를 까는 겁니다. 이때도 50센티미터 이상 아래에 깔아야 합니다.
이렇게 물이 안 빠지는, 담수가 되는 논을 만들어야 합니다.
3)다음은 퇴수구입니다. 물을 담을 수 있어야 하는 한편 쉽게 뺄 수도 있는 게 좋습니다. 농작업에 따라 물을 빼야 할 때가 있습니다. 모내기, 벼베기 등을 할 때가 그렇습니다. 또한 2모작을 하려면 보리나 밀 등을 길러야 하는 겨울에는 물을 뗄 수 있어야 합니다. 2모작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밀이나 보리를 포함하여 호밀, 자운영, 헤어리베치와 같은 풋거름풀을 심을 수 있습니다. 이것들은 논의 비옥도를 높이는 데, 다시 말해 유기질 함량을 높이는 데 매우 좋습니다.
둘째는 햇살입니다.
해가 잘 들고, 오래 들어야 합니다. 해는 벼의 밥입니다. 일조량이 길면 그만큼 벼가 밥을 많이 먹을 수 있고, 그만큼 더 크게 자랄 수 있습니다. 열매를 더 많이, 그리고 더 크게 맺을 수 있습니다.
햇살이 잘 들면 그러므로 그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밥 잘 먹으며 잘 크는 자식을 보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햇살만이 아니라 물과 땅과 공기도 벼의 밥입니다. 벼는 그 네 가지를 먹고 삽니다.
셋째는 풀입니다. 벼농사에서 직파가 어려운 것은 단 한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풀 때문입니다. 제초제를 쓰면 되지만 자연농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어떤 길이 있을까요? 논에서 행복하려면 그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풀과 싸우지 않는 길이 있어야 합니다.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그 하나: 2모작입니다. 여름에는 벼를 기르고, 겨울에는 보리나 밀, 호밀을 기릅니다. 혹은 풋거름풀을 기르는 길입니다.
벼이삭 위로 밀, 보리를 비롯한 풋거름풀 씨앗을 뿌립니다. 벼 베기 열흘 전쯤에 뿌립니다. 훌훌 뿌립니다. 곧 싹이 납니다. 그 싹을 밟으며 벼를 벱니다. 탈곡이 끝나면, 볏짚을 보리, 밀, 풋거름풀이 자라고 있는 논에 뿌려줍니다. 구석까지, 남는 곳 없이 골고루 뿌려줍니다. 나란히 펴놓지 않고, 서로 어긋나게 뿌립니다. 그쪽이 틈이 더 많이 나서 보리나 밀, 혹은 풋거름풀이 얼굴을 내밀고 자라기 좋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말하자면 이초제초, 풀로써 풀을 없애는 기술입니다. 밀이나 보리나 풋거름풀이 자라면 그만큼 풀이 못 납니다.
모내기는 밀이나 보리 수확을 마치고 합니다. 2모작이 안 되는 곳에서는 풋거름풀을 밟아눕히고, 그 위에 모내기를 합니다.
그 둘: 물 깊이 대기입니다. 겨울에도 물 깊이가 20센티미터 이상이 되도록 물관리를 해야 합니다. 논이 얼어붙는 추운 곳이라면 한겨울에는 물을 떼고, 2월 초순이나 중순부터 물을 댑니다. 이때도 20센티미터 이상 대야 합니다.
20센티미터 이상 물을 대면 풀이 거의 나지 못합니다. 그래도 나는 풀이 있지만 적기 때문에 웃으며 논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다음 두 가지를 지켜야 합니다.
첫 번째는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누수를 막는 작업과 함께 논둑을 잘 만들어야 합니다. 깊이 20센티미터 이상의 물을 댈 수 있게 논둑을 높고, 넓게 만들어야 합니다. 둑으로 물이 새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논의 높이가 같아야 합니다. 수평이 돼야 합니다. 어디는 낮고, 어디는 높으면 물로써 풀의 세력을 제어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물 깊이가 20센티미터 아래로 떨어지면 풀이 납니다.
세 번째는 논에 고랑 내기입니다. 논가로 둘러 내고, 그리고 4m 간격으로 고랑을 냅니다. 삽 한 자루 폭과 깊이로 고랑을 냅니다. 보리, 밀, 풋거름풀 등은 밭작물입니다. 그들이 자랄 때는 그 고랑으로 물을 뺍니다. 물을 빼서 밭 상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고랑을 내는 겁니다.
이 세 가지를 갖추면 우리는 논에서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즐거워 벙싯거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