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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에 들어서면 여느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을 만나게 된다. 도로마다 ‘이동갈비’라고 쓰인 간판이 이어진다.
일동에서 이동을 잇는 47번 국도 주변은 이동갈비집으로 즐비하다. 이동면에 들어서면 아예 30~40개의 업소가 촌락을 이루고 있다. 이동면에만 어림잡아 100곳이 넘는다.
이처럼 포천이 ‘갈비’로 유명하게 된 데는 경치가 빼어난 백운계곡과 산정호수가 큰 몫을 했다. 1980년대 이동면과 인접 영북면에 각각 위치한 이들 두 관광지가 개발되기 이전에는 이동면에 갈비집이라곤 2곳뿐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들 관광지가 국민관광지로 단장되면서 포천을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고 당연히 먹거리도 발전하기 시작했다.
먹거리 중 가장 먼저 성황을 이룬 것이 양념장에 버무려 숯불에 구워먹는 ‘이동갈비’다.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을 즈음해서는 이동면을 중심으로 갈비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당시 이동갈비 값은 서울의 갈비 값과 비교해 절반 수준인 데다 맛도 독특해 인기가 매우 좋았다. 이동면 도평2리 이장 최재근씨(57)는 “푸짐하고 담백한 이동갈비의 맛이 오늘의 명성을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88올림픽 전후 관광붐 타고 발전
최근 들어 이동갈비는 대부분 수입산 쇠고기를 사용하지만 갈비육질이 가늘게 촘촘히 박힌 1등급만을 주로 쓰기 때문에 맛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이곳 상인들은 “다른 부위는 한우가 좋지만 갈비만은 수입쇠고기가 오히려 부드럽다”며 오히려 맛이 더 좋아졌다고 강조한다.
이동갈비를 좋아한다는 최경진씨(49·고양시 일산구 주엽동)는 “갈비맛이 담백하고 부드러운 데다 값도 싸 가족과 함께 단골 이동갈비집을 자주 찾는다”며 “빼어난 자연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음식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동갈비의 기본적인 조리법은 비슷하다.
갈비뼈에 살이 붙은 채로 앞 뒤 번갈아 칼집을 내 살을 곧게 편다. 이때 갈비살의 길이는 대략 20㎝ 안팎이다. 칼집을 낸 고기에 참기름과 배, 조청, 마늘, 파, 생강 등 12~15가지의 재료로 양념장을 만들어 덮는다. 양념장이 바로 이동갈비의 고기 맛을 결정한다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칼집낸 고기를 양념에 재워 숙성
이 때문에 갈비집마다 양념장의 조리법이 핵심비법이다. 양념장에 재운 고기는 일정기간 적정한 온도에서 보관된 뒤 판매된다. 양념 맛이 충분히 스며들 수 있도록 숙성기간은 이틀 정도다.
이동갈비집의 또다른 전통은 가스불을 절대 쓰지 않고 숯불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어떤 갈비집은 참나무 숯만을 고집하기도 한다.
갈비와 함께 음식점마다 다양하게 곁들여지는 반찬도 입맛을 돋운다. 가을에는 더덕을 두들겨 부드럽게 한 뒤 고추장양념에 묻혀 내놓거나 구워먹을 수 있는 버섯이 상에 오르기도 한다.
주변 깊은 산에서 자라는 도토리를 주워 만든 묵을 서비스하는 음식점도 있다. 자신들이 직접 담근 장으로 된장찌개를 만들거나 고기에 찍어 먹는 소스를 제조하기도 한다.
특히 이동갈비와 ‘찰떡궁합’인 막걸리는 포천의 또다른 명물이다. 읍·면 단위별로 도시 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여 어디서든 물이 맑기로 유명한 포천 지역에는 반세기의 역사를 지닌 곳을 비롯해 전국에서도 이름난 막걸리 공장이 7곳이나 된다.
#막걸리와 함께 외국인 입맛 유혹
포천지역 막걸리와 이동갈비의 어우러진 맛은 외국인들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이동갈비가 포천의 명물로 자리잡는 데에는 막걸리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동갈비의 가격은 600g에 2만2천~2만4천원이다.
포천의 또다른 명물 ‘이동막걸리’ 이동갈비와 함께 포천의 또 다른 명물은 단연 막걸리를 꼽을 수 있다. 지형적으로 물과 산이 많은 포천군에는 예로부터 막걸리 제조장이 많기로 유명하다. 지금도 이동·일동·포천·내촌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막걸리 제조공장이 7곳이나 된다.
이 가운데 반세기 가까운 역사를 지닌 ‘이동막걸리’는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동막걸리는 1994년부터 막걸리를 냉장해 일본 등지로 수출을 시작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실온에서도 6개월가량 보존이 가능한 팩이나 캔 막걸리를 일본과 미국 뉴질랜드 중국 등 세계 각국에 팔고 있다. 지난해에는 63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이동막걸리의 부드러우면서도 톡 쏘는 단맛은 백운산에서 흐르는 맑은 물과 품질 좋은 누룩, 그리고 재래식 옹기가 이뤄낸 합작품이다.
1957년 이동막걸리를 창업한 고 하유천 회장은 ‘항아리 예찬론자’였다. 그는 생전에 “술은 숨쉬는 항아리에서 빚어야만 제 맛이 나며 부드러운 맛이 오래간다”고 강조해왔다. 이 때문에 이동막걸리는 400ℓ짜리 항아리를 이용해 막걸리를 제조하는 방법을 지금껏 고집하고 있다.
이동막걸리 공장이 위치한 곳은 포천군 이동면 도평리 백운계곡과 맞닿은 곳으로 이곳 화강암 암반 200m 지하에서 끌어올린 물로 술을 빚어오고 있다.
이동막걸리 이준성 과장은 “계곡변이라 여러차례 수해를 입었지만 옛 맛을 그대로 지키기 위해 공장을 단 한번도 옮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포천막걸리’는 2000년 현대그룹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갖고 간 30여종류의 국내막걸리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
터 “제일 맛있다”는 호평을 받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포천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는 지역에서만 판매가 가능했다 규제가 해제된 2001년 1월 이전에도 산매상인들이 단속반의 눈을 피해 암암리에 전국으로 유통시킬 정도로 특별한 맛을 지니고 있다.
막걸리는 단백질을 비롯한 비타민 B 등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쌀 막걸리에는 1.9%의 단백질이 들어있는데 청주 0.5%, 맥주 0.4%인 점을 감안하면 다른 술에 비해 단백질이 많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막걸리는 유기산을 함유하고 있어 적당량을 마시면 오히려 장수(長壽)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은 유기산이 함유된 음식을 세계 장수마을 장수자들이 즐겨먹는다는 학설과 연관된다.
이밖에 일반 술이 간에 부담을 주며 혈당량을 떨어뜨려 고혈압 및 성인병을 유발시키는 데 비해 막걸리는 당질과 콜린 등이 포함돼 있어 비교적 간에 부담이 적다. 쫄깃한 갈비 뜯고 동치미국물로 입가심 ◇‘이동 송씨네 갈비집’
포천군 이동면 도평리 백운계곡 중턱에 자리한 ‘이동 송씨네 갈비집’은 20년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농부이기도 한 주인 송영헌씨(58·사진)는 이동갈비의 맛을 좌우하는 양념장에 들어가는 참기름과 마늘 등 12가지 재료는 최대한 국내산을 사용한다고 한다.
양념장이 버무려진 고기는 섭씨 0~1도에서 48시간 가량 숙성된 뒤 손님상에 오른다. 양념장을 만드는 비율과 숙성시키는 방법 등은 비밀이다.
송씨네 갈비는 감칠맛이 나면서 부드럽게 씹혀 단골손님이 많다. 특히
백운산 맑은 물과 직접 담근 간장 등을 섞어 만든 소스는 고기의 느끼한 맛을 없애주기에 충분하다.
송씨는 고기를 굽는 ‘불’도 맛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참나무 숯만을 쓰고 있다.
송씨는 “고기맛, 손맛, 양념맛, 물맛이 모두 좋아도 정성이 부족하면 이동갈비의 본맛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송씨네 갈비집의 또다른 특징은 무료로 나오는 자연산 도토리 묵과 된장찌개다. 주변 백운산과 광덕산 등에서 주워 쑨 도토리 묵은 쫄깃쫄깃하고 매콤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된장은 재래식 방법으로 만들어 옛맛을 그대로 풍긴다.
시원한 동치미국수 역시 이 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이다. 1인분에 3,000원. 이동막걸리도 750㎖짜리 한 병에 3,000원이다.
송씨네에서 판매하는 이동갈비 값은 600g에 2만2천원이다. 생고기는 질 좋은 부분만을 골라 내놓기 때문에 500g에 같은 가격을 받고 있다.
15명 이상의 단체손님이면 서울과 일산, 성남, 과천까지 무료로 셔틀버스를 운행하기도 한다. (031)535-15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