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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추어탕은 섬진강의 지류인 소하천이나 개울에서 자라는 미꾸라지를 잡아 남원 지역의 토란대와 운봉 지역의 고랭지 푸성귀를 말린 시래기를 주재료로 넣어서 탕으로 끓여 만든 미꾸라지국으로, 전국적인 사계절 보양 음식이자 남원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이다.
남원은 선사 시대 이래 천혜의 자연 환경인 지리산과 섬진강을 보유하는 전라도 동부 산악원의 중심 도시로 그 영역이 광대하였고 산악 문화와 농경 문화를 현재까지 아우르고 있다. 국내 5대강의 하나인 섬진강의 지류 요천과 축천을 중심으로 하는 청정 하천이 남원 곳곳으로 흐르고 풍부한 퇴적층이 형성되어 있어 자연스레 미꾸라지를 비롯한 민물 고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서 남원의 추어탕 문화의 기원이 시작되었고, 양반층보다는 서민층에서 만들어 먹다가 지식인층의 기호 식품으로 자리잡으면서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남원 지역 주민들은 가을 추수가 끝나면 겨울에 대비해서 보양 음식으로 살이 통통히 오른 미꾸라지나 미꾸리를 잡아서 시래기와 함께 삶아 탕을 많이 끊여 먹었다. 가을철에 주로 먹던 추어탕이 사계절의 보양 음식으로 이해되면서 음식으로 개발되었고, 장어와 잉어에 버금가는 미꾸라지만의 효능도 증명이 되었다.
또 지리산에서 나는 산채·토란대, 그리고 고랭지 푸성귀를 말린 시래기와 각종 나물들, 남원 추어탕에 빠져서는 안 되는 향신료 초피(전라도에서는 젠피라 부른다)를 쉽게 구할 수가 있어 남원은 어느 지역보다 손쉽게 추어탕을 끓여먹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남원은 추어탕 문화가 저절로 발달할 수밖에 없는 지역적 특성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남원 추어탕은 남원을 맛의 고장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하였고, 식품영양학적인 면에서도 미꾸라지와 시래기의 상호 보완적인 기능을 인정받아 지리산을 대표하는 선도적인 사계절 보양 음식으로 자리매김되었다. 현재 대표적인 관광지인 남원 광한루원 주변은 추어탕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1959년 남원시 조산동에서 ‘새집’을 창립한 서삼례(하동 출신, 85세)가 처음으로 요천 은어 음식, 추어탕, 추어숙회 등을 선보였다. 이후 남원 추어탕은 전국적인 각광을 받게 되어 음식 브랜드로서의 입지가 굳히게 되었고, 추어탕 거리는 전국적인 향토 음식의 거점 지역으로 발전하였다. 광한루원 추어탕 거리에는 약 50여 개의 추어탕 음식점이 산재되어 있다.
미꾸라지(미꾸리)는 민물에서 서식하는 미꾸리과의 어류로서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물속의 모기 유충, 지렁이 등을 먹으면서 자라는 한국 토종 어류이다. 미꾸라지의 여러 종류 중에서도 특히 미꾸리 종은 남원의 맛을 대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 미꾸라지의 수명은 10년 전후로서 주로 하천이나 개울을 비롯하여 논, 연못 등에 서식하고 있으며 3급수에서도 비교적 잘 살 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수온이 높거나 가뭄이 심할 때에도 진흙 속에서 살 수 있다. 수온이 20도 유지되는 물에서 생존하고 있다가 가끔은 수면에 떠올라 입을 수면에 내밀고 창자 호흡을 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주요 분포 지역은 동북아시아의 한국, 중국, 타이완 등이다. 몸의 형태에 따라 입수염이 다섯 쌍인 둥글이(미꾸리)와 넙적이(미꾸라지)가 있다. 맛은 둥글이형의 몸이 가느다란 미꾸지가 미꾸라지에 비해 훨씬 좋다. 대개 몸 길이는 약 10~15㎝이고 등은 푸른빛을 띤 검은 색이며 배는 흰 색이고 검은 점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남원 추어탕의 영양학적 가치는 상당하다. 추어탕은 탁월한 강정(强精), 강장(强壯)효과를 비롯하여 어린아이들의 자양 식품으로 인기가 높았다. 물론 추어탕의 영양학적인 분석에는 당연히 미꾸라지가 그 중심에 있다. 추어의 종류는 다양하다.
추어가 보통 미꾸라지, 미꾸리(새코미꾸리, 얼룩새코미꾸리, 쌀미꾸리, 수수미꾸리), 종개(쓸종개 등 다수)로 세분화되어 있는 것을 볼 때, 남원 추어탕은 재료의 궁합으로 인해 여름과 가을철의 보양 음식으로 유명한 장어 요리(210cal/100g)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은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인체 내의 세포 대사에 필수적인 불포화 지방산이 들어 있으며 생리 활성을 촉진하는 비타민도 골고루 들어 있어 중년 이후의 정력 감퇴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또 고혈압을 내리는 예방 효과 또한 마찬가지다.
미꾸라지의 미끈미끈한 점액 물질인 뮤신에는 황산 콘드로이친이 들어 있어 나이가 들어 나타는 세포의 노화와 위축, 색소와 칼슘의 침착에 의한 피부 윤기의 떨어짐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데에도 특효라고 한다.
이처럼 남원 추어탕의 식품영양학적인 가치는 자연 식품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 식품의 중요성이 최근 대두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남원 추어탕은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자연 식품의 중요성을 보다 제고시키고 있다 할 것이다.
먼저 미꾸라지를 잡아 그릇에 넣고 소금을 뿌려 뚜껑을 덮어두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미꾸라지끼리 서로 몸통을 비벼 대서 나오는 좋지 않은 성분의 거품이 모두 빠져나가게 한다. 호박잎으로 껍질을 박박 닦아 미끌미끌한 질감도 없애줘야 한다. 그 후에는 푸성귀 시래기, 숙주, 부추를 데쳐 놓고 미꾸라지도 물러질 때까지 삶아 가는 체로 문대거나 믹서에 살짝 갈아 놓는다.
그리고 구멍이 큰 채(도드미)에 건저 주걱으로 으깨어 살을 발라 놓고 바로 그것을 다시 미꾸라지 삶은 국물이나 닭 국물, 쇠고기 국물 등에 갈아서 넣은 다음 간장·고추장·후춧가루로 간을 하여 한 겨울을 지낸 푸성귀 시래기와 파·숙주 등을 건더기로 넣고 다시 끓여 젠피 가루를 넣으면 추어 특유의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아 약간 매운 형태의 제대로 된 추어탕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조리하면 남원 추어탕 특유의 별미로서 그 맛을 제격으로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좋은 영양 성분을 위해서는 가끔은 살아있는 산 미꾸라지를 추어탕에 그대로 쓰기도 한다. 왜냐하면 남원 사람들의 습성에서 보듯이 미꾸라지가 가장 살이 찌고 맛이 좋다는 가을철에 가장 많이 보신용으로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추어탕의 조리 방식은 지방마다 약간씩 다르다. 우선 경상도식은 미꾸라지를 가마솥에 푹 삶아 으깨어 배추·토란대·우거지·부추 등을 넣고 끓이다가 맵지 않게 파·마늘·고추·방앗잎·산초를 넣는 방식이다. 전라도식은 초기 형태는 경상도식과 비슷하나 가마솥에 푹 고아 끓이는 푸성귀 시래기·된장·파·들깨 즙을 넣어 끓이다가 산초를 넣어 매운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추어탕에 관한 문헌 기록으로는 중국 명나라 때에 이시진(李時珍)[1518~1593]이 쓴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미꾸라지는 배를 덥히고 원기를 돋우며 술을 빨리 깨게 하고 정력을 보하여 발기 불능에 효과가 있다” “양기(陽氣)에 좋고, 백발을 흑발로 변하게 한다”고 그 효능이 기록되어 있다.
조선 헌종 때 실학자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추두부탕(鰍豆腐湯)에 대한 기록이 있다. “산 미꾸라지를 가마솥에 넣고 가운데 순두부를 넣은 후 서서히 불을 때면 미꾸라지들이 뜨거워 순두부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데, 이렇게 추두부(鰍豆腐)를 만든 후 양념장에 양념을 해 먹거나 탕을 끓인다”라고 되어 있다.
추어탕과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추어숙회가 있는데, 최영년이 쓴 『해동죽지(海東竹枝)』(1925)에 추어숙회에 대한 기록이 있다. “황해도 연백 지역에서는 상강 무렵에 두부를 만들 때 두부가 다 엉켜서 굳어지기 전에 미꾸라지를 넣어 두부모를 단단하게 만든 후 난들난들하게 썰어서 생강과 산초 가루와 밀가루를 풀어 익혀 먹으면 그 맛이 퍽이나 감활(甘滑)하다고 했다. 아마 이것이 숙회의 일종인 듯 하다.” 라 하여 그 맛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전라북도 남원시 보절면 도룡리에는 용평마을과 안평마을이 있다. 백두대간 만행산 자락에 자리한 두 마을은 최근 정부로부터 추어마을이라는 농촌체험마을 브랜드로 지정되어 일명 ‘미꾸라지 마을’로도 불리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마을 소개문이 눈에 띤다.
“구수한 고향의 정이 넘치는 남원 추어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뚝 솟아 오른 만행산 천황봉이 마치 마을을 품안에 감싸 안은 듯 보이는 남원 추어마을은 향기로운 솔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입구의 솔숲을 지나 초록색 박이 영글어 가는 나지막한 돌담 따라 가면 햇살 가득한 들에서 다정히 풀을 뜯는 엄마 소와 아기 소가 있는 정겨운 사람들의 삶터입니다”
남원 추어마을은 말 그대로 자연산 미꾸라지를 논에서 잡을 수 있는 남원 관내에서 몇 안 되는 마을이다. 고사리 손의 어린아이들, 추억의 미꾸라지잡기놀이를 즐기려는 성인들이 전국에서 많이 방문하고 있다. 2007년에 추어마을은 전라북도가 시행하는 ‘맛체험 농촌관광마을’ 로까지 지정되어 추어를 이용한 친환경 농산물 또는 음식을 개발하여 방문객들에게 주변 체험 상품과 연계한 특색 있는 자연친화적인 시식 중심형 체험 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 42가구 78명이 거주하는 보절면 추어마을은 지난 1995년 전통 테마마을로 개발되어 미꾸라지 음식 개발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앞으로 추어 음식 및 유기농산물 시식 체험 기반 시설을 조성, 천황봉과 용평댐 및 농촌 체험 자원과 연계한 맛체험 농촌관광마을로 개발해 소득을 증대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추어마을에 가면 연중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봄에는 손모내기, 뽕잎건강음식체험, 텃밭 가꾸기, 화전 만들기, 철쭉 나들이 등이 마련되어 있다. 여름에는 오리방사, 과수원 체험, 뽕잎솔잎다도 체험, 계곡물놀이, 추어 체험(미꾸리잡기, 미꾸라지 음식 요리하기) 등이 마련되어 있다. 가을에는 추수 체험, 햅쌀 떡메치기, 애교장이 밤도둑 체험, 만행산 단풍트레킹 등이 마련되어 있다. 겨울에는 배짱이 체험, 얼음팽이 체험, 솔방울 공예, 뽕잎솔잎다도 체험 등이 마련되어 있다.
‘추어탕의 원조’ 남원은 음식 문화의 전국적인 중심지로 부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남원 관내에 추어탕을 중심으로 하는 대규모 ‘추어산업 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추어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계획은 남원 추어탕의 명품화와 청정 남원 이미지의 구축을 통해 남원의 농업과 농촌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킨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남원시와 한국식품연구원 간의 남원 추어탕 발전 전략 수립 협약을 통해 현재 추어탕 로고와 상표의 특허 출원이 완료되었다. 경쟁력을 갖추게 됨에 따라 남원시가 직접 투자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30㏊의 대형 양식장을 조성하고 남원 추어탕 원재료의 생산, 유통, 판매까지를 전담하는 생산 공장을 설치하고, 나아가 미꾸라지 양식장, 추어탕 가공 공장, 일반 추어 농가까지 참여하게 함으로써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추어탕의 주원료인 추어와 시래기, 각종 부산물들의 생산, 가공, 판로 개척을 원스톱 시스템으로 구축하여 남원 추어탕을 전국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음식 브랜드 로 만들어 경제적 부가 가치를 배가시키고 지역 주민의 전문 인력화 및 향토 음식 문화의 도약을 통해 침체된 지역 경제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2007년에는 전라북도 내수면개발시험장은 인공 종묘로서 국내에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던 미꾸라지 치어 생산에 성공하였다. 또한 농촌체험 전문마을인 남원시 보절면의 추어마을과 관내 추어탕 음식점, 전국의 430여 추어 음식점과의 연계를 강화시켜 잠재적인 추어탕 전문점 2,000여 개를 육성하고자 하고 있다.
현재 남원시 이백면 소재의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미꾸라지 치어의 인공 부화와 양식을 연구하는 시설이 가동되어 치어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 추어산업연구센터에서는 양식 기술과 가공 기술의 연구와는 별도로 추어탕의 전국적인 판로 확보 등을 맡으면서 약 25만㎡ 규모의 양식장과 남원시 인월면의 추어탕 가공 공장을 통해 연간 1,500t 이상의 미꾸라지를 생산하여 4,000t에 이르는 중국산 추어탕 재료 30%를 국내산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남원 추어탕의 위상과 향토 음식점의 소득을 높이고, 나아가 남원 추어탕의 영양학적인 가치의 상승과 전통 음식의 안전성을 높이하고자 한다. 또 남원 추어탕을 상품화하여 일반 가정에서 완성 요리로 쉽게 먹을 수 있도록 가공, 포장하여 전국에 판매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약 60만㎡의 밭에서 일반 무를 재배한 뒤 시래기 가공 공정을 통해 추어탕에 들어갈 시래기를 함께 생산함으로써 추어탕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자 한다.
남원 추어탕의 전국적인 인지도를 보다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 축제를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또한 농촌체험마을의 미꾸라지 잡기 체험, 남원 추어탕거리에서 추진하고 있는 매년 7월 5일 추어데이의 추어 음식 할인 행사와 추어 음식 품평회 같은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 웰빙 다이어트 식품으로서의 홍보 마케팅, 프랜차이즈 산업의 구상 등 다각적인 모색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