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거리우신탕>
탕을 한 숟갈 떠먹어 보고 곧바로 사람들이 한 시간씩 기다려가면서 먹는 이유를 알았다. 매운 맛이 아름다울 정도다. 속아프지 않고, 개운하고, 깊고. 매운 맛으로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의 맛을 담아낼 수 있는지, 국물의 예술이다. 전주가 왜 음식의 도시로 최고인지, 국물 한 숟갈로만도 알 수 있다.
1.식당얼개
상호 : 두거리우신탕
주소 : 전주시 덕진구 동부대로 1106(송천동 2가 305-4)
전화 : 063-277-8188
주요음식 : 우신탕
2.먹은날 : 2021.12.22.점심
먹은음식 : 우신탕 10,000원
3. 맛보기
매운 맛을 싫어한다는 사람도 이 맛을 보면 매운 맛에 대한 개념을 바꿀 것이다. 매운 맛이 아픔이 아니라 황홀함임을 새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국물요리에 예술이 있다면 바로 이런 음식일 것이다.
특히 첫술에 매운 맛을 강하게 느낀다. 그러나 둘째술부터 매운맛이 편하게 느껴진다. 중국 고춧가루나 사천요리의 매운맛과 달라 개운하고 풍성한 맛에 일단 국물에 압도된다. 거기다 거섶의 다양함과 제맛과 식감도 좋다.
참 다양한 재료가 들어 있다. 갈비를 비롯, 한약재, 여러 버섯, 고사리, 대추, 대파 등등 영양을 고루 갖추어 완결성을 높였다.
탕속에 든 갈비가 이렇게 제맛을 품고 있는 경우는 만나기 쉽지 않다. 쫄깃거리는 식감도 그대로다. 국물에 적당히 맛을 내주면서 국물맛을 품고 있고 부드러워져, 갈비와 국물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다른 식재료도 마찬가지다. 팽이나 새송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버섯 또한 그렇다. 고사리는 제 모양과 식감을 가졌으면서 국물맛 또한 품고 있다. 건더기가 모두 국물과 어울리면서도 최대한 자기 맛을 간직하고 있다.
전주비빔밥이 맛있는 이유도 같다. 거섶이 제 맛을 품고 있으면서 다른 재료들과 어울려 합친 듯 안 합친 듯 조화를 이루기 때문. 이 탕도 딱 전주비빕밥 같다. 건더기가 각기 제맛을 품고 있으면서 국물속 건더기 몫을 잊지 않고 한다. 눈으로 보기에도 건더기가 적당히 중심을 잡고서 국물과 어우러진 것이 감지된다. 비빔밥만이 아니라 탕도 최고의 고장이다. 비빔밥의 예술이 이제 매운갈비탕의 예술로도 이어진다.
비빔밥처럼 보기에도 먹기에도, 몸에도 좋은 음식이다. 음식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다 갖추었다. 거기에 가마솥밥의 놀라운 식감과 함께 탕의 식감을 최대한 높여서 전천후의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 시지 않고 상큼한 맛을 내는 물김치가 탕안의 갈비와 함께 먹기 좋다.
깍두기는 맛있지만 익지는 않아, 탕에 넣어 맛을 살려하지, 하는 사람은 조금 섭섭할 듯하다. 그래도 맛은 좋다.
밥, 국물에 이은 또 하나의 예술이다. 탱탱하고 차지고, 통통한 쌀과 밥의 향연, 그냥 밥만으로도 한 솥을 비울 거 같다. 이 밥이 저 탕과 어우러지니 탕과 국의 조합에서 이만한 음식이 더는 없을 것 같다.
식당도 놀랍지만 이 식당을 알아보고 이만하게 키우는 식중이 더 놀랍니다. 12시 되기 전에 줄을 서야 하는 진풍경이 코로나 속에서도 날마다 벌어진다. 자영업 식당이 어렵다고 해도 이렇게 출중한 음식을 내놓으면 불황을 모른다.
남도음식이 갯벌과 바다에서 나는 다양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참 좋은 음식들을 많이 만들지만, 전주의 이 예술성만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전주 음식은 예술이라는 생각, 왜 전주는 음식이 이럴까 하는 오랜 화두가 다시 대두된다. 그러면서 답을 오늘도 하나 더 발견하는 기분이다.
1인코너가 있어서 자리 많이 차지하지 않고 눈치보지 않고 편하게 먹을 수 있다.
3. 먹은 후
1) 우신탕과 매운갈비탕
우신탕(牛辛湯), 이름이 좀 낯선 음식이다. 한자어 그대로 풀면 '소고기매운탕'이란 말이다. 아마 매운탕이란 말을 그대로 쓰면 민물매운탕, 생선매운탕에서 쓰이는 매운탕과 좀 헷갈릴 거 같아서 이름을 새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한다. 이름을 들으면 무슨 음식인지 알기 어렵다. 뜻을 알아도 이름이 설고 부담스럽다. 우족탕과 비슷해보이나 우족탕은 소의 부위를 이름으로 쓰고 있다. 재료와 음식의 상태로 이렇게 조어를 한 것 자체도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실제 탕을 보면 소고기는 맞지만 소고기 중에서도 갈비를 쓰고 있다. 그래서 편안하면서도 들으면 어떤 음식인지 바로 알 수 있는 이름으로 '매운갈비탕'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갈비는 대개 사골국물을 써서 뿌연 국물에 낸다. 매운갈비탕은 거의 찾기가 쉽지 않아, 이 집의 개성적인 요리방식과 새로운 창안의 창조성이 다 드러날 수 있는 것도 이 이름을 권유하는 이유다.
언중의 조어법은 익숙함과 자연스러움을 관건으로 한다. 인위적인 조어법은 일시적인 어휘로 그치고 사전에 오를 정도로 일반적인 쓰임새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신탕'은 이름이 낯설고 조리방식이 창의적이어도 맛만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최고의 수준을 보인다. 식당 이름은 안 고쳐도 메뉴에서는 매운갈비탕이라는 이름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2) 전주 식중의 놀라움
말하는 사람들은 언중(言衆), 듣는 사람들은 청중(聽衆)이다. 그런데 먹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어휘는 없다. 나는 식중(食衆)이라는 어휘를 제안한다. 사실 이전에도 간간이 써왔다. 식중(食衆)이라는 어휘가 필요해서이고, 편리해서이다. 음식이름 조어법을 논한 여세를 몰라 여기서 정식으로 논의 및 제안한다. 음식에 관한 글이 넘쳐나는 시기에 '식중(食衆)'이라는 어휘가 없다는 것은 불편함을 넘어 언중(言衆), 청중(聽衆)과도 균형도 안 맞으므로 이래저래 필요하다.
매운갈비탕은 만나기 어려운 창의적인 음식임이 분명하다. 그것도 전주에서 성공한 음식이다. 이런 음식을 키워내는 전주의 식중의 수준에 대해 다시 놀란다. <전주 음식이 맛있는 이유>를 구하는 숙제를 다시 떠올린다. 오래 전부터 숙고해온 과제를 다시 여러 각도에서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첫째 이유는 물산이 풍부하다는 것이 확실한 불변의 이유이겠지만, 물리적 이유가 아닌 사회적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식당을 둘러보니 남녀구분없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1인 손님을 위한 자리도 특별히 마련해두고 있다. 전주에서는 특히 음식에서 남녀구분이 없다. 커피숍은 여자 일색인 경우가 많은데, 식당은 남녀가 고른 분포를 보인다. 탕은 일반적으로 남자가 더 선호하는 데도 거의 차별없이 남녀가 다 많다. 모든 성별 배려, 다수 단수 모두 배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전주음식이 자라나는 것이 아닌가, 또 하나의 가설을 세워본다. 그것은 식당의 배려이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식중의 선호이기도 하다. 어떤 조건에도 상관없이 맛있는 음식을 누구나 분별하고 키워줄 수 있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전주음식을 만들어낸 또 하나의 공신이 아닌가 해서다.
어쨌든 이런 음식을 키워낸 전주 식중 덕분에 덩달아 귀한 음식을 접하면서 맛귀족이 되어가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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