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쏘다니다가 비교적 규모가 있는 슈퍼마켓을 만났다. 그곳에서는 어떤 커피를 팔고 있을런지 궁금해 들어갔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그 동안 이태리에서 보아 온 브랜드들을 예상했는데 라바짜 일색이었다.
위의 사진은 원두를 분쇄하여 포장한 상품을 찍은 것이다. 라바짜가 선반에 가득하다. 하단에 Pellini라는 브랜드, 그리고 PB상품인 COOP브랜드가 좀 있을 뿐이다. 라바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판단이 선다. 한국에서도 팔리고 있는 illy 브랜드는 상단 코너에 몇 종만이 진열되어 있었다.
Hausbrandt, MokaFlor, Mokaarra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KImbo는 원두가 아닌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추출이 가능하도록 포장된 제품 한 종만이 진열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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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상품은 분쇄된 커피였다. 원두 whole bean 형태의 상품은 몇 종 되지 않았고 1Kg 단위로만 포장되어 있었다. 내가 머문 어느 집에나 모카포트는 몇 개씩 있었지만 그라인더는 보지 못했다. 사실 모카 포트를 쓰려면 전동 그라인더가 있어야 한다. 만일 집에 수동 그라인더 밖에 없다면 나 역시 모카포트 사용을 포기할 것이다. 앓느니 죽는다는 말은 이 경우에 잘 맞는 말이다.
분쇄된 커피의 종류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캡슐, 그리고 가정용 소형 에스프레소머신 필터 바스켓에 바로 넣을 수 있는 포장도 꽤 많았다. 우리 카페에서 쓰는 라 마르조꼬 머신에 에스프레소 포장 상품을 하나 넣고 추출해 보니 10초를 넘기지 못했다. 두개를 함께 넣었더니 그런대로 추출이 되었다.
슈퍼에서 또 놀란 것은 커피의 가격이었다. 분쇄된 상품을 기준하면 대체로 1Kg 당 10유로(13,000원) 수준이었다. 이태리는 커피에 큰 돈이 들지 않는 나라다. 1유로만 있으면 바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고 슈퍼에서는 100그램의 커피를 살 수 있다. 그러나 100그램이 1유로에 팔리는 커피는 어떤 생두로 구성되었을까? 그 의문이 일어나면서 나는 이태리인들에게 감사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 들이 가격이 싼 커머셜 클라스의 생두를 대량 소비해주는 덕분에 커피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고 그 덕에 우리가 좀 더 나은 커피를 맛 볼 수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