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식 시골보쌈과 감자옹심이>
보쌈과 감자옹심이를 결합시켰다. 물론 별개의 메뉴지만 함께 먹을 수 있는 보족 메뉴로 만들어 술안주와 한끼밥을 모두 온전하게 했다. 술만 마시는 사람에게도 곡기를, 고기로만 불편한 사람에게 옹심이탕을, 조금은 특별한 밥을 먹고 싶은 사람에게 별식을 맛있고 저렴하게 제공한다. 술 마시고, 밥 먹고가 모두 뿌듯해서 모임에도 좋은 식당이다.
1. 식당얼개
상호 : 바른식 시골보쌈과 감자옹심이
전화 : 02 6959-2830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450-14
주요음식 : 보쌈, 감자옹심이
2. 먹은 음식 : 보족보쌈 49,000원(3인), 감자옹심이 10,000원
먹은 날 : 2020.5.7.저녁
3. 맛보기
저녁 메뉴로 좋은 음식이다. 코로나 여파로 본점은 닫아서 별관에서 먹었다. 근데 사람이 너무 많아 아직 주의해야 할 시점이라 걱정이 되었다. 너른 식당에 남은 자리가 하나 없이 빽빽한 자리, 정말 맛있는 집인가보다 하는 안도감과 함께 이렇게 사람 밀집한 식당이 안전한 걸까, 하는 의구심이 동시에 생긴다.
이런 걱정도 잠시 오랜만에 만난 벗들보다는 음식에 빠져들 만큼 음식이 풍성하고 맛이 좋았다. 메뉴도 가장 보편적인 대중음식, 몇 사람 만나 편하게 이야기하며 먹기에 좋은 음식이라서 더 편했다.
보쌈은 특별한 요리솜씨보다 질 좋은 고기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신선하고 맛있는 고기를, 먹기 좋은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잘 삶아 내어 굳기 전에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육질을 느낄 수 있게 내오는 것이다. 퍽퍽하거나 푸석거리거나 흐드러지거나 부서지는 느낌이 나면 안된다. 냄새 나지 않게 육수에 적당한 부재를 넣어 향긋하게 삶아내야 한다.
보쌈고기에 대한 일반적인 이런 요구를 충분히 충족시킨다. 어찌보면 꼬막삶기보다 더 신경이 많이 쓰일 거다. 꼬막도 젓는 방향과 시간이 적절해야 육질이 제맛과 영양을 놓치지 않게 된다. 돼지고기는 삶는 시간이 더 길고, 부재도 더 많이 필요하니 적잖은 노하우가 요구된다.
돼지고기 살코기 편육과 족발 편육이 각각 특유의 식감과 맛을 잘살려 내고 있다. 거기다 냄새없이 향긋한 느낌이 좋다.
부추양파무침, 겉절이김치, 보쌈 양념에 삶은고기를 깻잎과 상추에 싸먹도록 했다. 여느집이나 같은 방식이다. 양파저리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뿐. 고기는 나무랄 데 없었다.
그러나 양념은 좀 들큰하다. 하지만 이 양념이 맛있는 집을 별로 못 만났다. 달착지근한 맛에 너무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제격일 텐데 말이다. 김치도 비슷하게 들척거린다. 양파는 마침 햇양파철이라 육질이 단단하고 상큼하다. 최소한이 양념으로 독하지 않고 단 맛도는 양파를 제대로 즐기게 해준다.
버섯탕. 보쌈 양념에서 살짝 이는 실망을 완전 해소한다. 시원하고 깊고 칼칼하고 맛있다. 함께 나오는 계란을 넣고 먹을 때 김가루를 곁들인다. 술국으로 그만이다. 이집 가득한 손님들이 아마 이 맛을 다시 찾아 오는 게 아닐까.
추가로 주문한 감자옹심이가 열무김치와 함께 나왔다.
사근사근 시원한 김치맛이 좋다. 솜씨가 있는 집이다. 솜씨를 감추지 않고 김치에 담았다.
감자옹심이에 매생이를 넣은 죽이다. 밥과 국 노릇을 함께 한다. 보쌈은 술안주로 많이 먹으므로 함께 밥을 그대로 먹는 것은 왠지 부담스럽다. 술 뒤에 술술 넘어가도록 걸죽한 옹심이죽이 편하게 넘어간다. 쫄깃쫄깃 감자 옹심이는 식감도 좋고 목넘김도 좋다. 표고와 계란까지 들어 있어 영양의 온전성도 어지간하다. 술 마신 속도 부드럽게 풀어주며 마무리를 하게 만든다.
4. 먹은 후
보쌈, 족발, 둘 다 재밌는 말이다. 보쌈은 과부나 외간남자를 강제로 보에 싸서 납치해가는 일종의 약탈혼을 말한다. 또 다른 사례는 보쌈김치, 넓은 배추잎으로 배, 밤, 대추 등 과일과 낙지 새우 등 해물, 무우 등 각종 채소 재료를 싸서 만드는 김치이다. 개성보쌈이 유명하지만 전라도에서도 널리 먹었다.
그런데 이 보쌈은 그 둘이 아닌 별개의 음식이다. 아마도 1990년대 이후 놀부보쌈 등 체인점이 생기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한 거 같다. 수육을 채소에 양념을 넣어 싸먹는 음식을 보편화하면서 보쌈을 이름으로 썼다. 보쌈은 먹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이에 비해 족발은 식재료를 이름으로 삼은 경우다. 돼지고기를 삶았다는 점에서는 보쌈과 같지만 특정 부위를 별도의 음식으로 삼아 이름을 따로 정한 것이다. 사실상 일반 수육과 족발은 삶는 방식도 조금 다르다. 족발 요리를 중국 오향장육과 연관시키는 견해도 있다.
족발은 보쌈 유행 전부터 독립된 음식으로 널리 식당에서 취급했다. 장충동 족발집은 그런 식당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족발은 그냥 새우젓에 찍어 먹거나 약간의 채소를 곁들여 먹는다. 보쌈 요리에 나오는 겉절이나 특정 양념이 없다.
그러나 사실 비슷한 요리여서 두 부위를 다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보족보쌈이 나왔다. 부드러운 고기, 쫄깃한 고기를 다 즐기려는 이중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의도이다. 짬짜면이 생긴 것과 같은 배경이다.
족발이 재미있는 것은 명칭이다. 족도 발도 모두 발이다. 역전앞과 똑같은 동어반복으로 이루어진 어휘이다. 우리 말은 일반적으로 1음절 어휘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의미 변별력과 전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발음과 전달이 용이한 족발이 되었다. 특히 성조어가 아닌 서부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살아 있는 돼지 발이나 요리하기 전의 발에 족발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요리를 해야 돼지 발에서 족발이 된다. 대충 쓰이는 거 같아도 나름 합리적인 의미 변별 의식이 잘 작동되는 것이다.
어휘 문제는 삶은 고기 명칭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편육은 삶은 돼지고기, 수육은 삶은 소고기를 일컫는다. 하지만 어원을 따지면 둘은 같은 거다. 수육은 숙육, 삶은 고기 한자어에서 기역(ㄱ)이 빠지며 만들어진 말이다. 편육은 조각고기라는 한자어다. 삶아놓은 고기 덩어리는 수육, 칼로 조각으로 썰어 놓으면 편육이다.
하지만 언중은 돼지고기 편육, 소고기 수육으로 쓴다. 언중이 그리 쓰면 대개 그렇게 된다. 삭월세를 사글세로 만들고, 자장면을 짜장면으로 되돌린 언중의 힘, 만인의 입은 쇠도 녹인다지 않는가.
명칭도 언중을 따라갈진대 음식이나 맛이 어찌 대중의 선호도와 떨어질 수 있겠는가. 이렇게 많은 손님이 선호하는 음식과 맛집이니 오래오래 번영할 거라 생각된다.
사족 하나, 음식점 이름이 왜 이렇게 길고 복잡한지 모르겠다. 메뉴를 식당 이름 속에 넣었다. 제대로 된 식당 이름은 바른식 시골 정도다. 근데 바른식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복잡하고 길어서 명칭을 정확하게는 기억 못해도 식당은 확실히 기억할 거 같다는 거다. 하여튼 이름으로 주목받는 것은 취급 메뉴나 식당이나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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