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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有名人)에게 증정
문백 정 순 택
김극효, 정암수, 정인원, 이덕형, 유홍, 조종도, 이영윤에게 각각 시 한 수씩 증정하였다. 이를 모아 하나로 엮었다. 널리 알려진 분도 있고 세월의 더께에 덮여 가물가물해진 분도 있다. 7편 중 3편이 농탕질한 증정이어서 시대상을 감상하기에는 아주 좋았다. 그런 여러분의 단면을 보면서 시간 여행할 기회와 웃음을 선사한 송강에게 감사의 예를 드리고 싶어졌다.
洛下逢金希閔克孝書贈 낙하봉김희민 극효 서증
土窟留連飮 토굴유연음한데
于今十一年 우금십일년하고
容顔各衰換 용안각쇠환하나
懷抱尙依然 회포상의연하외다
서울 떠나며 만난 김극효(金克孝)에게 글을 증정하다
토굴에 머물며 이어 마셨는데
지금으로부터 십일 년 전
얼굴 모양은 각기 쇠해 바뀌었으나
가슴에 품은 것은 항상 그대로지요
서울 락洛 떨어질 하下 만날 봉逢 성 김金 바랄 희希 민망할 민閔 이길 극克 효도 효孝 글 서書 줄 증贈 흙 토土 굴 굴窟 머무를 유留 이을 연連 마실 음飮 부터 우于 이제 금今 열 십十 하나 일一 해 년年 얼굴 용容 얼굴 안顔 각 각各 약할 쇠衰 바꿀 환換 가슴 회懷 품을 포抱 항상 상尙 그대로의 의依그럴 연然
김극효는 신 안동 김씨 서윤 공 파 중시조로 직계 후손에 문과 급제가가 120여 명에 이른다. 아들 5형제를 보면 장자 김상용[우의정], 차자 김상관[장단 부사], 3자 김상건[진사 광릉 참봉], 4자 김상헌[좌의정], 5자 김상복[경주 부윤]으로 장자와 4자는 삶의 궤적이 뚜렷하여 아! 이분의 부친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송강보다 6세 연하인 김극효는 벼슬이 신천 군수에 그쳤지만, 명문이 높아 일찍이 교유하였는데 남아 있는 글이 이 한 수여서 두 분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지는 짧은 문장으로 헤아려 보아야 한다.
송강과 사미당은 어인 일인지는 모르지만, 토굴에 머물며 연이어 술을 마셨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송강이 벼슬살이에 염증을 느껴 낙향하는 중에 만나고는 당시를 회상하며 짧은 시 한 수를 지어 증정하였다. 헤아려 보니 어언 11년의 세월이 흘러 얼굴에 변한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나 가슴에 품은 마음은 항상 그대로이지 않소. 우리 영원토록 변하지 말고 초심에서 나라와 백성을 위해 일합시다. 송강 글을 나누고 유유히 떠나며 손을 흔들었다.
贈丁滄浪 巖壽 증정창랑 암수
濯纓濯足 是誰子 탁영탁족하며 시수자하오
水濁水淸 君是君 수탁수청하고 군시군하니
料得主人 難狀處 요득주인하여 난장처하나
一輪明月 掩荊門 일륜명월은 엄형문하외다
정암수(丁巖壽)에게 주다
갓끈 빨며 발 씻고 사는 이 그대는 뉘시오
물 흐리고 물 맑음에 따르는 자 당신이 바로 그대였소
주인조차 헤아리기 어려운 형상의 처소에
한 바퀴 도는 밝은 달이 가시 문 거두는구려
줄 증贈 장정 정丁 큰 바다 창滄 물결 랑浪 바위 암 巖 목숨 수壽 씻을 탁濯 갓끈 영纓 발 족足 이. 바로 시是 누구 수誰 그대 자子 물 수水 흘릴 탁濁 맑을 청淸 그대 군君 헤아릴 료料 얻을 득得 주인 주主 사람 인人 어려울 난難 형상 장狀 곳 처處 하나 일一 바퀴 륜輪 밝을 명明 달 월月 거둘(탐할) 엄掩 가시 형荊 문 문門
송강보다 2세 위인 창랑은 진사시에 급제한 후 바다의 물결처럼 일렁이는 물가인 전남 순천의 산천에 묻혀 사는 선비였다. 순천은 송강의 둘째 형님이 낙향한 곳이었다. 형님처럼 세속(世俗)을 초월(超越)하고 유유자적하는 벗을 찾기가 그만큼 손쉬웠을 것이다. 하여튼 송강은 벗을 찾아가서는 은일 처사를 말하는 탁영탁족(濯纓濯足)의 문구로서 벗에 대한 시를 짓고는 증정했을 것이니 그 유래를 먼저 살핌이 마땅하다.
창랑지수청헤가이탁아영(滄浪之水淸兮可以濯我纓 창랑의 물 맑으면 나의 갓끈 빨 수 있고), 창랑지수탁헤가이탁아족(滄浪之水濁兮可以濯我足 창랑의 물 흐리면 내 발 씻을 수 있지). 맹자(孟子) 권7 이루상(離婁上)에 나오는 글이다. 또한 공자왈소자청지(孔子曰小子聽之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제자들이여, 저 노래 들어보라) 청사탁영탁사탁족의(淸斯濯纓濁斯濯足矣 물 맑으면 소중한 갓끈을 빨고 흐리면 더러운 발을 씻는다 하네) 자취지야(自取之也 물이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이지)가 있다. 이들에서 자연 질서에 순응하고 세속으로부터 초연(超然)한 삶을 비유한 ‘탁영탁족(濯纓濯足)’의 고사는 ‘은일(隱逸)’을 통해 유유자적하는 탁족지유(濯足之遊)로 승화되었다.
벗을 조정에서 견대지 못하고 낙향한 자신과 비교하자 부러움이 앞섰다. 그래서 물이 맑으면 갓끈 빨고 물이 흐릴 때는 발 씻으며 사는 당신은 뉘시오 하고 물었다. 물은 흐리기도 하고 맑기도, 하는 법인데 그에 따르는 자가 있다던데 당신이 바로 그대였소. 찾아와 보니 주인조차 맑은지 흐린지 헤아리기 어려운 형상의 처소이외다. 이런 곳에 다시 밝아진 달이 가시의 사립문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요요한 달빛에 묻혀 사는 당신이 부럽습니다.
次東關韻奉贈四止鄭仁源西遊 차동관운봉증사지정인원서유
春回山木變 춘회산목변하고
雪盡谷流添 설진곡유첨한데
別苦杯心凸 별고배심철하나
詩豪筆潁尖 시호필영첨하고
羈愁集白首 기수집백수하지만
靈籟自蒼髥 영뢰자창염하지
醉犯金吾禁 취범금오금하여
君嫌我不嫌 군혐아불혐하오
동쪽 관문에서 차운하여 서쪽에 놀이 가는 정인원(鄭仁源)에게 받들어 주다
봄이 돌아오니 산의 나무 변하고
눈 다 하자, 골짝은 넘쳐흐르는데
이별의 괴로운 술잔에 마음은 뾰족하나
호방한 시의 붓끝이 영수은사(潁水隱士)처럼 날카롭고
북상투 시름은 흰머리에 모이지만
신령한 (퉁소)소리 푸른 구레나룻으로부터지
취하여 금오위(金吾衛) 금함을 범하는 것
당신은 싫어해도 나는 아니 싫어하지요
버금 차次 동녘 동東 관문 관關 울림 운韻 받들 봉奉 줄 증贈 넷 사四 그칠 지止 나라 정鄭 어질 인仁 근원 원源 서녘 서西 놀 유遊 봄 춘春 돌아올 회回 메 산山 나무 목木 변할 변變 눈 설雪 다할 진盡 골 곡谷 흐를 유流 더할 첨添 이별 별別 괴로울 고苦 잔 배杯 마음 심心 뾰족할 철凸 풍류가락 시詩 호협할 호豪 붓 필筆 물 이름 영潁 날카로울 첨尖 북상투 기羈 근심 수愁 모을 집集 흰 백白 머리 수首 신령 영靈 (퉁소)소리 뢰籟 부터 자自 푸를 창蒼 구레나룻 염髥 취할 취醉 범할 범犯 쇠 금金 나 오吾 금할 금禁 당신 군君 싫어할 혐嫌 나 아我 아니 불不
경인(庚寅1590)이란 주문(註文)이 달려 있었다. 좌의정이 된 해로 다음해 양 정승의 모함에 태자책봉을 건의하다 위리안치 되었으니 송강의 생애에 절정의 시기라 할 것으로 주문과 어떤 관계가 있을 게 분명하나 확실한 것은 없어 단지 작품 연도 파악 정도로 그치고 말았다.
송강의 8촌 형 정담(鄭聃)은 46세 연상이고 그분의 장남이 사지(四止)이니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조카일 것이다. 그리고 시를 지은 경인년은 송강의 나이 55세이니 사지(四止)는 희수(喜壽77세)를 넘겼을 수도 있어 경칭인 옹(翁)을 붙었다고 생각된다.
동관(東關)은 대관령일 수도 있는데 벼슬살이 중인 송강과 극 노인 사지(四止)가 함께하며 관문에 걸린 편액 시의 압운자를 활용해 시를 지어서 서쪽으로 유람 가는 분에게 증정했다는 제목을 붙였다는데 고개가 갸웃해졌다. 우리 선인(先人)들은 아니면 말고 식의 글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니 쓰인 글을 그대로 믿으면 되련만 선뜻 이해 안 되어서인데 뿐만 아니고 그에 따른 사연을 말할 수 없다는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함께 나섰지만, 영원히 같이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이별의 순간인 지금은 겨울이 가고 봄이 완연하여 산의 나무에 물기 올라 팽팽해졌고 쌓인 눈이 다 녹자, 골짝에 넘쳐흐르는 물소리 요란합니다. 이별의 아픔은 오롯이 술잔에 있어 마음이 뾰족이 올랐으나 시는 호방하여 붓끝이 영수은사 허유(許由)처럼 날카롭답니다. 아무렇게나 마구 들어 올려 짠 상투인 북상투에 어린 시름은 하얀 머리에 모이지만 신령스런 퉁소 소리는 젊어 푸릇키만 한 구레나룻으로부터 오는 것이지요. 취하여 통행금지 확인하는 금오위 순찰에 걸릴까, 걱정하는 당신(조카님)이나 나는 걸리든, 말든 관계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요. 하여튼 남쪽의 놀이에 건강 유념하여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하십시오.
贈別李都憲明甫 名德馨 증별이도헌명보 명덕형
霜臺執法 玉堂仙 상대집법하고 옥당선하여
別後流光 似急川 별후유광하며 사급천하니
世事十年 頭盡改 세사십년하면 두진개하지
離懷一夕 席頻遷 이회일석에는 석빈천하고
依然水寺 樓中面 의연수사한데 루중면하여
誦得林僧 袖裏篇 송득임승하고 수리편하다
衰老向來 多涕淚 쇠로향래할제 다체루하며
不堪持酒 上秋筵 불감지주하여 상추연하오
이덕형(李德馨)에게 주고 떠나다
법을 잡아 서릿발 누대에 앉은 옥당의 신선이여!
이별한 뒤의 빛, 급히 흐르는 내와 같아
세상일 십 년이면 모두 바뀔 머리들
떠날 생각에 하룻저녁 자주 옮기는 자리에
(비쳐진) 물속 사찰 다락의 한 면만 의연하여
숲속 스님 소매 속의 글을 얻어 읊는
약해진 늙은이 내일 향하며 눈물 많은 것은
가을맞이 연회까지 가진 술이 견디지 못해서라오
줄 증贈 이별 별別 오얏 이李 도읍 도都 법 헌憲 밝을 명明 클 보甫 이름 명名 덕 덕德 향내 멀리 날 형馨 서리 상霜 집 대臺 잡을 집執 법 법法 구슬 옥玉 집 당堂 신선 선仙 뒤 후後 흐를 유流 빛 광光 같을 사似 급할 급急 내 천川 인간 세世 일 사事 열 십十 해 년年 머리 두頭 다할 진盡 바꿀 개改 떠날 이離 생각할 회懷 한 일一 저녁 석夕 자리 석席 자주 빈頻 옮길 천遷 나무가 우거진 모양 의依 그럴 연然 물 수水 절 사寺 다락 루樓 가운데 중中 얼굴 면面 읽을 송誦 얻을 득得 수풀 임林 승려 승僧 소매 수袖 속 리裏 글 편篇 약할 쇠衰 늙을 로老 향할 향向 올 래來 많을 다多 눈물 체涕 흐를 루淚 아니 불不 견딜 감堪 가질 지持 술 주酒 위 상上 가을 추秋 왕이 강하는 자리 연筵
25세의 차이 때문인지 정이 넘치기보다는 사무적인 느낌이 많은 문장으로 사은사의 길을 떠나면서 조정에서 믿을 수 있는 신하는 당신뿐이오 하는 것 같다. 도헌(都憲)은 대사헌(大司憲), 대헌(大憲), 헌장(憲長)으로도 불리는데 종2품으로 시정(時政)을 논하고 백관을 규찰하는 사헌부의 수장이다. 그런데 한음은 왜란이 일어나기 전 잠시 그 자리에 있었고 송강은 다음 해 5월 사은사의 직을 받았으니, 송강이 사은사로 나라를 떠날 당시의 직은 아니지만 대사헌 직분에 걸맞은 일을 자청했기에 그리 불렸을 것이다.
하여튼 그 자리는 법을 다루는 서릿발 같은 자리여서 누대에 높이 앉았는데 신선처럼 느껴져 부르고는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송강이었다. 우리가 이별한 뒤를 생각하면 세월은 급히 흐르는 물과 같아서 십 년이 지나면 모두 바뀔 얼굴들 아니오. 잠시 자리에 앉았을 뿐이니 그동안 나라와 백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벼슬아치가 할 일이잖소. 자리에 연연하기보다 언제든 떠날 생각을 해야 하는데 비유하자면 하룻저녁에 자주 옮기는 자리와 같을 것이오. 그런데 의연한 것은 물속에 비춰진 사찰의 한 단면뿐이어서 나는 무상(無常)을 닦는 숲속 스님 소매 속의 글을 얻어 읊는다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노래하나 약해진 늙은이는 내일 대륙을 향하려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 가을맞이 연회에 가진 술을 지니고 참석할 수 없어서 이기지 못하여 나오는 것이라오. 당신의 성품을 익히 알고 있어 든든하지만 나라가 바람 앞 등불과 같아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오. 나라를 오직 당신에게 부탁하며 마음을 담은 글을 주고 떠나려 하오.
酒席戱贈竹林守 英胤 주석희증죽림수 영윤
偶爾逢春酒 우이봉춘주하니
依然發舊狂 의연발구광하여
王孫休記憶 왕손휴기억하시오
醉語大無當 취어대무당하잖소
술자리에서 이영윤(李英胤)에게 장난삼아 주다
우연히 봄에 술을 만나니
의연한 옛날 광기가 일어나는 구려
왕손이시여 기억일랑 쉬시오
취해 한 말은 마땅히 큰 게 없잖소
술 주酒 자리 석席 농탕질 할 희戱 줄 증贈 대나무 죽竹 수풀 림林 지킬 수守 꽃부리 영英 맏아들 윤胤 뜻밖에 우偶 오직 이爾 만날 봉逢 봄 춘春 그대로 의依 그러할 연然 필 발發 옛 구舊 미칠 광狂 임금 왕王 손자 손孫 쉴 휴休 기억할 기記 기억할 억憶 취할 취醉 말씀 어語 큰 대大 없을 무無 마땅 당當
이영윤은 전주 이씨로 왕손이다. 죽림 수는 작위이고 영모와 화조 도로 뛰어났다. 송강보다 25세 연하이니 이래저래 손쉽게 대할 처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봄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이상한 분위기에 휩쓸려 말이 과했던 모양이다. 가슴에 담아두지 않기 바라면서 옛날의 광기가 발동되어 그런 것이지 기억에서 지우시오. 아무리 취중 진담이라고 하나 취하여 한 말은 그렇고 그럴 뿐으로 가슴에 담아둘 만큼 큰 말은 없는 법이지 않소. 괜한 말이 앙금이 안 되었으면 하면서 시 한 수 지어 왕손에게 쥐어, 주고 툴툴 털고 일어나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戱贈兪相泓 희증유상홍
佳期誤向 夫人謀 가기오향하고 부인모하여
唯若雖勤 竟謬悠 유약수근하나 경류유하며
却使靑娥 來夢寐 각사청아할뿐 래몽매하니
望中明滅 夕陽樓 망중명멸하고 석양루하겠소
정승 유홍(兪泓)에게 장난으로 주다
좋은 시절에 그릇되어 나간 부인과의 모의가
허락하여 당신은 비록 수고했으나 마침내 어긋난 생각으로
예쁘고 푸릇푸릇한 이는 막혀 잠든 꿈에나 오니
석양의 누각 바라보는 가운데 분명하다 사라지겠소
농탕질 할 희戱 줄 증贈 점점 유兪 재상 상相 물 깊을 홍泓 좋아할 가佳 때 기期 그릇할 오誤 나아갈 향向 장부 부夫 사람 인人 꾀 모謀 허락할 유唯 너 약若 비록 수雖 수고할 근勤 필경 경竟 어긋날 류謬 생각할 유悠 막을 각却 하여금 사使 푸를 청靑 어여쁠 아娥 올 래來 꿈 몽夢 잠잘 매寐 바라볼 망望 가운데 중中 밝을 명明 다할 멸滅 저녁 석夕 볕 양陽 다락 루樓
이 시에 따른 문장이 있어 그로 가름한다.
유상홍상여공한화유왈모유가소사모지일비생득일녀심유자색가거우외시시래알모위부인모성명혜욕사지수금침하여부인왈불가무시호지인령모비공사령심호이일악장과현부인언기고악장왈여하오야아기유상중지희야불영색저불감언무하일소서득지치재송현일고루출입쇄기문불영매과지목묘묘이불능기야공수어좌상구점일시왈(兪相泓嘗與公閒話兪曰某有可笑事某之一婢生得一女甚有姿色家居于外時時來謁某謂夫人某性明慧欲使之收衾枕何如夫人曰不可無侍護之人令某婢供使令甚好異日岳丈過見夫人言其故岳丈曰汝何誤也我已有桑中之戱也不佞色沮不敢言無何一少胥得之置在松峴一高樓出入鎻其門不佞每過之目渺渺而不能己也公遂於座上口占一詩曰 유홍 재상과 공(송강)이 일찍이 한가롭게 대화하는데 유 재상이 말하였다. “가소로운 일을 한 모 씨가 있었다오. 모 씨의 한 여종이 딸 하나를 두었는데 자색이 있었다오. 집이 밖에 있어 때때로 와서 알현했다오. 모 씨는 부인에게 말하기를 모[어린 여종]가 밝고 총명한 성품이니 그로 하여금 이부자리 수발을 시켰으면 하는데 어찌 생각하오. 부인은 모시는 사람으로 불가할 게 없으니 그 여종으로 하여금 받들게 명령하는 것이 아주 좋겠습니다. 라고 말하였소. 다른 날 악장[岳丈장인의 경칭]이 지나다 나타나자, 그 옛날의 부인 말에 장인은 너는 어찌 그릇된 짓을 했느냐고 말했다오. 나는 일찍이 뽕나무 밭 가운데서 농탕질이 있었지. 불영不佞은 기색氣色이 막혀 감히 말을 못하는 등 할 바가 없었소. 한 젊은 서리胥吏가 그녀를 얻어 소나무 숲 언덕 한 높은 누각에 두고 출입하면서 그 문을 잠갔소. 불영不佞은 그곳을 지나면서 몸이 미치지 못함에 묘묘渺渺히 바라보았소.” 공은 마침내 앉은 자리에서 구점口占하고 시 한 수로 말하였다.)
戱贈大笑軒 趙宗道號 희증대소헌 조종도호
眞狂子 大笑軒 진광자하고 대소헌하고
客於人世 聖於酒 객어인세하고 성어주하고
芝輪過去 奉留之 지륜과거하고 봉류지하고
九十春光 正花柳 구십춘광하고 정화류하고
조종도(趙宗道)에게 장난삼아 주다
참으로 미친 자, 대소헌(大笑軒)!
세상에선 나그네이나 술에는 성인이네
우개지륜(羽蓋芝輪) 지나며 머무는 그를 만나니
구십일 봄빛에 꽃피고 버들 푸르러라
농탈질 할 희戱 줄 증贈 큰 대大 웃을 소笑 풍류 뜰 헌軒 조나라 조趙 마루 종宗 길 도道 부를 호號 참 진眞 미칠 광狂 아들 자子 나그네 객客 어조사 어於 사람 인人 인간 세世 성인 성聖 술 주酒 지초 지芝 바퀴 륜輪 지날 과過 갈 거去 만날 봉奉 머무를 류留 어조사 지之 아홉 구九 열 십十 봄 춘春 빛 광光 바를 정正 꽃 화花 버들 류柳
이 시는 송강 전집 속편의 7언 절 구 편에 속했으나 자세히 살핀 결과 실수인 것 같았다. 기구(起句)에 7자가 아닌 6자인 것을 포함하여 압운자(押韻字)를 살폈을 때, 평측법(平仄法)을 어겼고 운목(韻目) 또한 달랐다. 당연히 7언 고시로 분류하는 것이 마땅하였다.
송강보다 한 살 아래인 조종도는 양지 현감, 금구 현령, 단성 현감, 함안 군수를 역임하였으며 정유재란에 의병을 규합하여 황석산성을 수축하고 적과 싸우다 전사하여 이조판서에 추증되었다. 피차 술에 일가견 있는 인물이고 보면, 송강은 윤 12월 생이니, 동년배로 여기며 교유했을 것 같았다. 호가 대소헌이다. 크게 웃으며 살자는 뜻에서 택호를 짓고 거한 듯, 그에 맞춰 시 한 수 지어 증정하여 부응한 송강은, 내가 미친 자이나 이제 보니 당신이 진짜 미친 자이오. 나처럼 이 세상에서는 나그네이지만 술에는 성인이잖소. 좋은 수레에 지나는 중에 그대를 만나니 무르익은 봄빛에 꽃은 만발하였고 버들이 푸르구려. 택호를 그리 지었으니 항상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오. 종(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