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 신간 소개
포지션 詞林 013
도서명 : 불멸의 그 여자
저 자 : 조옥엽 시집
판 형 : 120*185mm
면 수 : 144쪽
가 격 : 10,000원
발행일 : 2021년 4월 20일
ISBN : 979-11-970197-3-9 03810
서평
조옥엽의 시는 사물의 심미적 외관과 속성을 삶의 내재적 의미로 바꾸어내는 역동적 상상력에 크게 빚지고 있다. 비록 모든 길이 사라지고 말문마저 막혀버린 시대이지만, 그녀는 두 귀 쫑긋 세우고 명상에 잠긴 항아리처럼 지상의 몸들이 만들어가는 수많은 고백들을 유장하고 집념 어린 언어로 들려준다. 그 안에는 사물에 가득 찬 아름다움과 그것을 근원의 상태로까지 끌어올리려는 그녀만의 생성적 의지가 깊이 출렁이고 있다. 나아가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정교하고 우아한 문을 지나, 빛을 좇는 열망이 별이 되어 반짝이는 시간을 향해 고단한 발걸음을 옮겨간다. 그때 그녀의 성정(性情)이기도 할 ‘간절함’의 세계가 섬세하게 펼쳐져 가는 것을 우리 모두는 목도하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서서히 사라져가는 사물의 빛을 정성스레 담아내면서 천년의 시간이 흐르고 만년의 시간이 올 때까지 두고두고 이 세계를 각인해간다. 그 결과 생과 사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오가는 희망을 발견하고, 한 걸음씩 다가오는 다른 빛깔의 희망까지도 천천히 회복해가는 것이다. 그 점에서 그녀의 시는 굴곡 많은 세상에서 안간힘을 다해 부르는 간절한 희망의 노래인 셈이다. 그것은 이승에서도 늘 그리워했고 저승에서도 그리워할 근원적 세계이며, 죽는 날까지 너 남 없이 살뜰히 끌어안고 가야 할 궁극의 세계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늑골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희망이라는 이름의 새 한 마리가 비상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는, 귀하기 이를 데 없는 미학적 차원을 매 순간 훤칠하게 탈환해가고 있는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호모 사케르적인 인물들은 시적 화자 개인의 기억 안에서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지금도 거리 한구석에 먼지처럼 붙어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는 현재적 존재다. 시인의 알레고리들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지나쳤을 장면을 마치 최면의 시공간 안에서 떠오르는 이미지처럼 하나하나 불러들인다.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
저자 약력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으며 순천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2010년 계간 『애지』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지하의 문사』가 있다.
이메일 : chookyup@hanmail.net
시인의 말
코스카리카 해변에
이제 막 부화한 바다거북들
필사적으로 달린다
공중엔
모이를 쪼듯
콕콕, 놈들을 집어삼키려는
적들의 주둥이
지상엔
움푹진푹한 허방
갈 길이 멀다
멀고 머얼어
아득하다
2021년 봄, 조옥엽
시집 속의 시
불멸의 그 여자
텅 빈 허공을 점박이 하이에나처럼 홀로 떠도는 여자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의 광활함에 그만 말을 잃어버린
그러다 저러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벙어리가 돼버린
수많은 죄짓고 자책에 자책을 거듭하다 엉치뼈만 덩그러니 남은 여자
제보기에도 이건 아니지 싶어 맘 고쳐먹길 수백 수천 번
그러나 웬걸 사흘도 못 가 다시 체중 미달로 분류되고 마는 가량가량한 여자
골골하면서도 병가는커녕 조퇴 한번 해본 적 없는 강단진 여자
지나새나 소리를 삼켜버린 짐승의 발자국처럼 고요한 여자
수걱수걱 정해진 길만 오갈 뿐 한눈팔 줄도 해찰할 줄도 모르는 직심스런 여자
날마다 꿈을 꾸는 여자, 그리고 그 개꿈 철석같이 믿고 사는 어리숙한 여자
장신구는 물론이고 집도 절도 하다못해 말벗 하나 없는 고독한 여자
허나 그딴 것에 맘 써 본 적 없다는 듯 팽팽히 고갯마루 넘어서는 고고한 여자
천 년이 가고 만 년이 가도 끄떡없을 불멸의 여자
그러나 그게 하늘이 내린 축복인지 형벌인지조차 모르는 어리바리한 여자
그리하여 애먼 생각의 실꾸리만 풀었다 감기를 되풀이 되풀이하는
그러나 실은 우리가 흘린 눈물 받아 삼키느라 그딴 건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달이라는 이름으로 밤마다 우리들 들창 두드리는 수삽한 여자
차례
제1부
수壽 12
소품 14
낙화16
하느님의 문자 메시지 18
이심전심의 조우 20
삼산 들머리에서 만난 와불 22
오로지 오로지 24
휴대폰의 급습 26
명자꽃 피는 밤 28
집념 30
어느 저녁의 서사 32
손님 34
이팝꽃 36
두레박에 고등어를 덤으로 담고 38
제2부
주술의 문자 42
새우 씨의 독백 44
A+성적표 46
솔솔솔 솔바람타고 소록도에 가면 48
한밤의 명화 50
산벚꽃 52
지구의 동승객들 54
다닥냉이 56
알루미늄 역사서 58
두고두고 60
허공의 삼천궁녀 62
경전輕典 64
허물 66
불멸의 그 여자 68
제3부
늦가을 아침 72
바다의 기밀문서 74
개굴 씨 76
그믐달 79
생각하는 항아리 80
아파트 일지 82
공재의 자화상 84
불굴의 그 남자 86
목불의 후예 88
어느 날 90
부추꽃 필 때 92
돼지 씨 94
떠도는 문 96
그 집 98
제4부
유령의 집 102
지새운 달 104
토끼 106
그해 여름의 매미들 108
풍경 110
놈 111
혈족 114
지명地名 116
조화造花 118
메주 120
개미 씨 122
주름꽃 124
하늘이 내리신 신神 126
해설
가난에 깃든 시│김영임 132
첫댓글 오랜만에 포지션詞林 013 조옥엽시인의 < 불멸의 그 여자>가 출간되었다는 반가운 소식 전합니다 ~
아는 얼굴이네요. 항상 창작에 정진 또 정진하는 조옥엽시인입니다. 시집 출간 축하드립니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조옥엽 시인님의 두번째 시집 출간 소식이군요. 왈칵 반갑네요...~~^^
갈고 닦은 작품들이 빛나고 있을 페이지들이 많이 궁금하고요.
시집 출간 축하드립니다.
멸의 얼굴로
오늘도
불멸의 얼굴을 마주합니다.
바꾼 낯빛으로
제 마음도 매번 다르게 흔드는,
광활한 우주의 여자 이야기를
조옥엽시인한테서 듣네요
축하합니다~^-^
누구의 이야기일까, 궁금하며 읽었는데 달의 이름을 가진 여자였군요^^
반전의 매력이 넘치는 메타포, 공부 잘 하고 갑니다~
조옥엽 선생님, 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조옥엽선생님 시집 출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독자를 아주 먼먼 곳으로 끌고 가시는 군요
불멸의 그여자 태초의 인류를 넘어 우주 그곳으로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