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옥
울진은 대게만 맛있는 곳이 아니다. 메밀도 일상식도 맛있는 동네다. 해물 아닌 육류도 맛있는 동네다. 어디든 정성을 다하는 것이 식당마다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이 집은 더욱 특별하다. 깔끔하고 개운하고 품격있는 상차림에 정성과 전문성까지 갖추었다. 메뉴에도 없는 아카시아꽃임절임은 감동의 음식이다. 그 감동, 다른 모든 음식으로도 재현된다.
1. 식당대강
상호 : 산수옥
주소 : 경북 울진군 근남면 불영계곡로 3631
전화 : 054-783-0070
주요음식 : 막국수
2. 먹은날 : 2024.8.17.
먹은음식 : 수육 20,000원, 냉면 9,500원, 메밀전 8,000원
3. 맛보기
깔끔하고 맛있는 음식을 넓고 쾌적한 곳에서 맛볼 수 있다. 음식 하나하나 모두 정성과 솜씨와 역사가 담겨 있다. 예사로운 음식은 하나도 없다. 거기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수육. 기름이 빠져 느끼한 맛이 줄고 부드럽고 향기로운 풍미만 남아 식감도 맛도 좋다. 돼지고기는 구이보다 수육으로 섭취하는 것이 기름이 빠져 건강에 더 좋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건강 생각으로 더 입맛이 돋는다. 진한 쌈장도 맛을 더 돋군다.
깻잎메밀전. 깻잎과 함께 해서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메밀의 진한 기운과 깻잎의 강한 향이 만나 확실한 보양을 해주는 거 같다. 메밀의 찬 기운과 만난 여름 음식으로 이만한 게 있으랴 싶다.
김치. 장인 김치다. 때깔 그대로의 맛이다. 사각거리는 배추에 적당한 양념이 청아한 맛을 낸다. 수육과 곁들이기에도 좋다.
열무김치. 열무향이 진하다. 사각거리는 열무의 식감도 그만이다. 여름에는 역시 열무김치가 제격이다.
아카시아꽃잎절임. 김치 앞 조그마한 애들이 바로 아카시아잎이다. 식당 뒷산의 아카시아 잎을 직접 채취해서 담근단다. 짜지도 시지도 않고 향긋한 제맛이 날 정도로의 초맛이 담겼다. 한잎 먹기가 조심스럽고 미안하다. 이 밥상에 올리기까지 거쳤을 여러 공정과 정성을 생각하니 선뜻 젓갈이 가지 않는다. 수라상이 이만하랴 싶다. 수라상에도 이만한 음식이 오르지 못할 거다 싶다.
정성과 손님 우대의 그 마음 덕에 이 식당이 이래 성업중인 거 같다. 이 정성을 손님들이 더 많이 알아봐주면 좋겠다. 주인도 그 정성 변치 말고. 울진의 식당으로 오래 기억할 거 같다.
냉면. 국물맛이 어쩜 이렇게 청량한지. 진하지 않으면서 격이 높은 국물맛. 맛에도 외관에도 품격이 담겨 있다. 너무 진하지 않아 부담이 없고, 너무 달지 않아 부드럽게 목에 감긴다. 얼마나 묵은 솜씨면 이런 국물을 만들 수 있을까.
널찍한 안팎 공간이 좋다. 주차공간도 넓어서 편하게 먹을 수 있다.
4. 먹은 후
배롱나무 구경
울진은 지금 천지가 배롱나무다. 배롱나무는 백일홍이라고도 하고, 기둥을 손으로 간질르면 나무가 사시나무 떨 듯 흔들려 간지럼나무라고도 불린다. 불영사는 온통 배롱나무를 붉게 물들었고, 거리 어디에나 배롱나무가 진을 치고 시민을 보호한다. 왕피천공원에는 백일홍동산을 조성해놓았다.
신기하게 봉화로 넘어서면, 영양으로 넘어서면 배롱나무길은 끝이 난다. 가로수로 정원수로 많은 것으로 보아 자생나무는 아니다. 누군가가 식재한 관상용이다. 울진군이 심은 시화?이다. 이 계절 더위마저 황홀하게 빛낸다.
식당에 이르는 길도 천지가 백일홍이다. 백일홍은 지금이 제철이다. 특히 백일홍은 사찰에 많이 심는다. 전남 송광사 백일홍도 유명하다. 전남에서는 특히 원림으로 많이 심어 정자 주변에 많다. 명옥헌의 백일홍도 유명하다. 남도지방에서 특히 많이 심는데, 울진에서 만날 것은 예상하지 못하였다.
예상치 못하게 눈이 호사한다. 아름다운 가로수에 아름다운 아카시아잎찬에, 맛있는 메밀음식에 울진에 와서 눈과 입이 함께 호사를 누린다. 전남의 음식은 말할 나위없이 맛있다. 영호남이 통하는 것들에 자꾸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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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울진 풍경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