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이>
-신나라 맛집여행-
*간보기
연을 주제로 한 음식들이 순차적으로 오른다. 오르는 음식마다 맛과 모양과 색상이 최상급이다. 깔끔한 음식점 분위기는 덤이다. 근처에 연꽃정원도 있으니 하루를 연으로 꾸며보자.
1. 식당얼개
1) 상호 : 장금이
2) 전화 031) 484-6040
3) 주소 : 경기도 시흥시 산현동 411
4) 주요음식 : 연잎정식
2. 먹은음식 : 백련정식 19,000원
3. 맛보기
1) 전체 : 연을 주제로 토종 고급식재료 음식이 식탁을 순차적으로 장식한다. 연이 좋은 식품이라는 거, 뿌리가 몸에 좋다는 거, 인삼이 귀한 식품이라는 거, 우리 음식 건강 상식이 그대로 밥상이 되었다. 거기다 모두 싱싱하고 정성이 담긴 식재료와 조리법이다. 편하게 신뢰하며 먹기만 하면 된다.
2) 주요음식
연으로 만들어진 음식은 모두 주연이다.
연근타락죽으로 시작하여 연근샐러드, 연근연자시금자샐러드 등이 순차적으로 나온다. 샐러드조차도 부드럽게 감긴다.
연자는 탱글거리고 연근은 사각거린다. 연근샐러드는 꼬득꼬득한 연근을 썼다. 연근의 변주다.
연근우유죽, 일명 타락죽이다. 연근이 우유 덕분에 한층 부드러운 고급음식이 되었다. 어떤 환자라도 일어날 거 같다. 속 부드럽게 하는 위장 위로죽이자 허한 몸 보하는 보양죽이다. 고행하다 탈진한 석가모니도 타락죽을 공양받고 득도했다고 하니 타락죽의 위력을 알 만하다. 타락죽은 우유와 쌀을 넣고 끓였다고 하여 유미죽이라고도 한다.
타락죽의 조리법은 <규합총서>에도 나온다. 쌀을 갈아 우유와 함께 끓이는 우유죽에 연근을 넣었다. 타락죽만도 왕이 먹는 고급 보양음식인데 거기다 연근까지 넣었으니 호사스럽기 짝이 없는 음식이다.
타락, 우유는 고려시대부터 먹은 것으로 보인다. 이색의 시에는 가난과 대비되는 부유함을 숙수와 타락으로 표현했다. 돌궐말 '토락'에서 유래했다는 타락, 임금도 아무때나 못 먹었다는 타락죽을 연근을 더해 만났으니 이보다 더한 호사가 어디 있겠는가.
식재료만으로도 감사할 일인데, 맛까지 놓치지 않았다. 감사, 또 감사다.
약밥이 이렇게 꼬득거리며 낱알마다 제맛을 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입구에서 따로 포장해 팔기도 하는데 사갈 만하다. 장인의 솜씨다. 더구나 요란한 부재를 쓰지 않고도 이런 맛을 내는 것은 밥물이 예사롭지 않다는 거다.
전병에 연근에 호박에 시금자를 말았다. 연근 요리 창조가 어디까지일까.
양파초절임 : 양파와 비트의 조합이 예술이다. 심청이가 타고나온 연꽃 교자같다. 양파로 연을 연출할 생각을 하다니, 식탁예술도 프랑스 식탁을 넘어선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데, 뚝배기도 장맛도 다 갖췄다.
그대가 누구라도 품격과 맛을 다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산뜻한 맛이 연 맛의 격을 더 높인다.
연을 띄워주는 부재의 품격이나 맛도 대단하다. 천삼, 녹두닭죽, 수삼 연근튀김, 진기한 음식들이다. 진기한 식재료에 맛도 제맛이다. 녹두죽은 녹두의 감기는 맛과 튀김의 아삭거리는 맛에 닭가슴살과 조청을 곁들였다. 왕후장상의 밥상이 이만할까.
산삼처럼 초연한 천삼은 뿌리째 잎째 모두 먹어 몸으로 만들어야 한다.
탕평채가 모양은 수수하나 맛은 깊다. 우리 음식의 변주가 이렇게 다양하다.
얇은 돼지고기를 넣은 탕수는 소스가 모양도 맛도 화려하다.
요리가 다 나오고 마지막 식사시간이다. 요리없이도 화려한 반찬이 소담하게 채반에 담겨 나온다. 갖가지 개운한 찬이 담겨있다. 오이지는 단맛이 나서 조금 서운하다는 느낌, 그러나 대체로 어지간하여 마무리를 산뜻하게 할 수 있다.
차에 담긴 정성이 찻주전자로 나타난다. 끝까지 뜨거운 보온병이다. 이 모든 음식이 이정도 가격이라니 먹기 미안하다. 점심이라 간단한 음식을 시켰는데도 양도 맛도 푸져 감당하기 어렵다.
4. 맛본 날 : 2019.6.19.점심
5. 음식값 : 홍련코스 19,000원, 수련코스 24,000원, 백련코스 29,000원
6. 맛본 후
앞쪽으로는 물왕저수지다. 이 저수지가 미래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미래만 생각하기에는 현재가 너무 감당 안 된다. 빨리 정비되기 바란다. 저수지 옆의 수많은 음식점과 카페가 아름다울 호수를 생각하고 만들어진 것일 터이지만, 현재 저수지의 모습은 어지럽고 혼란스러워 밥맛을 흐린다.
그래도 어느새 잊고 연의 변주 음식에 푹 빠져 황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름답고 맛있는 음식의 힘이다. 빨리 정비되어 <장금이> 음식이 식당을 넘어 주변환경과도 조화를 이루어 환상적 음식의 힘을 더하기 바란다. 미슐랭 별 3개 음식은 '멀리서도 찾아가서 먹을만한 음식'이란다. 이런 음식은 먼 여행도 아깝지 않다. 경기 지역에도 이런 지역 음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한국음식의 자부심이다.
멀지 않은 곳에 관곡지, 연꽃테마파크, 강희맹 묘소와 사당이 있다. 시리즈로 살피면 하루 착실한 연잎 기행이 될 것이다. 장금이가 더 빛나는 이유는 지역 식재료와 지역 문화와 역사가 담겨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음식이 와서 한 수 배울 만하다.
맛있는 식당에 가서 대부분 느끼는 것이지만 여자들의 천국이라는 거다. 남자들은 여자라는 보증수표를 대동해야 입장이 가능한 모양이다. 후딱 먹고 일어서는 국밥집에는 남자들이 많은데, 차분히 앉아서 누리는 음식은 대부분 여자들이다. 오늘 여기도 남자들끼리 온 팀은 하나도 없다. 이 좋은 음식을 이 땅의 남자들도 누리기 바란다. 술이나 낚시보다 훨씬 자연친화적이고 생산적이지 않은가.
<참고문헌>
목은시고
윤덕노, 음식으로 읽는 한국생활사
#시흥장금이 #장금이 #물왕저수지맛집 #시흥맛집 #연잎정식 #연샐러드 #연잎밥
*연꽃테마파크
* 관곡지 전망대에서 바라본 연꽃테마파크
*관곡지
*강희맹 묘소 및 신도비
2023.9.19. 재방문
첫번째 방문 시 음식이 너무 만족스러웠나보다. 이번 식사는 첫번째 음식에 대한 향수가 즐거움을 많이 덮어버린 거 같다. 같은 등급의 음식이 식단도 조리방법도 조금씩 바뀐 거 같다. 새로 진입한 음식의 정체성과 연 주제 시리즈 음식과의 조화가 무너지는 것도 실망의 요인이다.
고객 덕분인지, 경제성 추구로 방향전환을 한 덕분인지, 그 사이 식재료 공급의 문제 덕분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맛은 괜찮은 편이어서 변모가 더 아쉽다. 관곡지의 역사성과 문화적 의미를 음식에 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체불명의 음식으로 흐름도 깨지고, 기대도 깨져서 안타깝다.
홍련코스 23,000원
타락죽
갈릭마요쭈꾸미. 떡볶이같은 느낌, 파스타같은 느낌. 떡볶이는 안 보이나 두툼한 면발에 탄수화물 비중이 높다. 연과 식재료도 조리법도 관련이 없다. 왜 이 요리가 들어갔을까. 의문이 생겼으나 풀리지 않았다.
목살수비드? 한식이 아니다. 역시 전에 없던 메뉴가 새로 첨가되었으나 주제와 거리가 멀다.
첫댓글 다채로운 음식 모양이 보통 솜씨가 아닙니다. 일반 가정집에선 흉내낼 수 없는 음식이라, 꼭 한 번 들리려 합니다.
저도 이번 시흥 연꽃기행을 갔다 깜짝 놀랐어요. 이런 음식이 있다는 거에 우선 놀라고, 연꽃정원에 강희맹까지 역사적 연원이 있는 뿌리음식이라는 것에 놀라고요. 하루 실속있는 문화기행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