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 되도록 이룬 것이 없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 : 7단계. 생산성(Generativity) vs. 침체성(Stagnation)
생산성이란 단순히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후세를 이끌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을 포함합니다. 다음 세대를 돕는 데 관심이 없는 어른은 자신이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에만 집착하는데, 그런 관계에서는 진정한 친밀감을 느끼기 어렵고, 자기염려의 껍질에 갇혀 고립되고 침체감을 느끼게 됩니다.
심리상담 사례
어느덧 40살이 넘었는데, 직장도 변변치 못하고, 모아놓은 돈도 없어, 결혼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하는 처지입니다. 나름대로 애쓰며 살아온 것 같지만, 되돌아보면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놓은 게 없는 것 같아요. 친구들 보기도 민망해 모임에도 잘 안 나갑니다. 명절에 친척들에게 ‘무슨 일 하느냐’ ‘결혼은 언제 하느냐’라는 질문 듣는 게 제일 고역입니다.
20~30대는 일과 사랑에 있어 친밀감을 형성해 스스로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시기입니다. 이성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결실을 보고, 앞으로 살아갈 능력을 갖추기 위해 직업적인 능력을 쌓아 동료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단계죠. 이 단계를 성공적으로 잘 완수한 사람은 40살 정도가 되었을 때 다음 두 가지 면에 있어 명확한 방향성을 갖습니다. 하나는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나가려는 것, 다른 하나는 나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해 직업활동과 사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자 하는 열정을 갖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에릭슨은 40~65세까지의 시기를 생산성의 시기라고 규정했습니다. 가정에서나 직업에서나 가장 활동적이고 생산적으로 살아가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자녀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갑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은 뿌듯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 시기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계속해서 보살펴주며, 안정되고 행복한 가정을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생산적인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집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점차 더 숙달되어가고 경험도 쌓여 창조성이 최대치에 이르죠. 승진하고, 수입이 늘어나며, 자신이 만들어낸 노동의 가치는 더욱 높아집니다.
이를 통해 자존감이 향상되고, 목표했던 삶의 이상이 점차 현실화되어갑니다. 비단, 직업뿐만 아니라, 그 밖의 사회적인 관계에서도 생산성은 극대화됩니다. 직업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 뿐만 아니라, 이웃과도 교류하고, 자녀의 친구 부모와도 친해집니다. 함께 취미를 공유하는 그룹들도 생겨나고, 종교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의 폭은 더욱 넓어집니다. 이런 식으로 이 시기는 무언가를 새로이 만들어내고 꾸준히 생산해내는 활동들이 가장 왕성한 때입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제대로 된 생산성을 발휘하지 못하면, 삶이 정체되고 맙니다. 우선 집안이 화목하지 않고 자녀의 성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람들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자식이 생기지 않으면, 고민이 됩니다.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으면, 부모들은 마음이 무겁습니다. 자식이 속을 썩이면, 삶이 고달파집니다. 자식뿐만 아니라 배우자나 시가, 처가와 갈등이 생겨나도 삶이 정체됩니다.
이런저런 고민들로 인해 삶이 활기를 잃고, 목표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죠. 직장생활에 있어서도 생산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뒤처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제때 진급하지 못하면, 사업이 안정되지 않으면, 계획대로 수익이 나지 않으면, 경제적 생산활동은 정체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회적인 활동도 고립되기 쉽습니다. 이루어놓은 게 없다는 자괴감, 자기 처지에 대한 모멸감에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게 되죠. 나가는 곳도 없고, 만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시간에 딱히 뭔가 하는 것도 없지요. 그저 삶이 공허해지고 주변사람들에게서 점차 잊히게 됩니다.
극단적인 경우, 이 시기에 직업이 없고 가정도 꾸리지 못한 채 사회적으로 외톨이가 되어 은둔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침체에 빠져 혼자만의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마치 은둔형 외톨이처럼 용돈을 얻어 쓰거나 온종일 인터넷과 게임으로 소일하기도 합니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정체된 중년을 보내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많습니다. 열심히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지만, 거기서 따르는 보람은 크지 않죠. 아이가 중학생 정도가 되고 나니 더는 엄마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거추장스러워하고, 아버지는 아예 남처럼 쳐다봅니다. 부부 사이에서도 생산적인 관계가 정지되어, 이제 아내는 남편을 돈 벌어오는 기계 정도로만 취급하는 것 같습니다.
아내 역시 남편이 예전처럼 자신에게 애정과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서운하고 허전합니다. 부부관계가 정체되고 권태기가 오는 것입니다. 직업생활에서도 역시 권태로움이 찾아옵니다. 다행히 해고당하지 않고 사업이 망하지 않아 일을 하고는 있지만, 그 생활이 너무 지루하고 단조롭습니다. 기본적인 생산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정작 심리적으로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생활이 정지되어버린 상태입니다.
인생에 있어 생산성과 정체성의 갈림길에 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를 향한 작은 첫걸음입니다. 자신의 삶이 침체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따라잡아야겠다고 생각된다면, 문제를 처음부터 하나하나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산성을 이루지 못해 정체된 것이니 이제부터라도 생산성을 갖춰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 전 단계에 이루었어야 할 ‘친밀감’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집에서만 머물지 말고, 일단은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만나야 하죠. 옛 친구의 안부를 묻고, 함께 만나서 어울려 놀아야 합니다. 재미가 느껴져 자꾸 만나다 보면, 그들에게서 무언가를 배우게 되고 여러 가지 듣는 얘기들이 생깁니다. 그 가운데 흥미가 생기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그것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해결방법이 떠오를 겁니다. 친밀한 관계에서부터 생산적인 활동이 생겨나는 것이죠.
또한 친밀감은 나를 고립되지 않게 만들어줍니다.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생겨나 우정이라는 관계를 생산해내는 겁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좋은 이성을 만날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와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면, 삶은 더없이 생산적이 됩니다. 또한 누군가와 관계가 만들어지면 사람은 자연스레 상대의 눈에 비칠 자기 모습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자기 자신을 다시 추스르게 되고,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무언가를 또 만들어내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생산성의 첫걸음은 바로 친밀감인 것입니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잘 살아오던 사람이 중년에 이르러 침체기를 맞은 경우에도 생산적 활동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활동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무언가를 새롭게 배울 수도 있고, 오랜만에 옛 친구들을 만나볼 수도 있습니다. 귀찮다거나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정기적인 모임에도 나가봅니다. 젊었을 때의 활기와 재미가 다시 느껴질 것입니다.
또 규칙적인 운동도 좋습니다. 살을 빼거나 근육이 붙는 게 뿌듯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있는 취미를 갖는 것 또한 추천합니다. 수제가구 만들기, 뜨개질, 십자수 등 어떤 취미도 괜찮습니다. 머리를 부드럽게 만들려면, 공부도 필요합니다. 중년쯤 되면 세상에 대한 시야가 어느 정도 열리기 때문에, 이때 읽는 책은 젊은 시절과는 또 다른 감흥을 줍니다. 고전도 좋고, 다소 어려운 책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독서를 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을 테니까요.
이런 생산적 활동을 할 때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바로 비관적인 전망과 패배적인 생각입니다. 누구를 만날까 하다가도 딱히 만날 만한 사람이 없다며 미리 포기해버리기 일쑤죠. 친구들은 직장 다니느라 바쁠 거라고, 결혼해서 아이 돌보느라 시간이 없을 거라고, 시도조차 하려 하지 않는 겁니다. 운동이나 취미를 시작해볼까 하다가도, 나이 탓인지 잘 늘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열심히 노력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어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며 TV나 스포츠에 빠져버리고요. 종교나 봉사활동을 권유받아도, 나 하나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며 사양합니다. 바로 이런 태도들이 정체되어 있다는 증거입니다.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60XX74200009